#2. 불안하지 않아도 불안한 이 기분 뭐지?
본격적으로 일상이 무너지는 경험이 시작되었다. 열차에서 겪은 증상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났고, 매번 고장 난 자명종 시계처럼 갑자기 요란하게 울렸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고 많이 무서웠다.
한 번은 회사에서 일을 하던 중 증상이 시작된 적이 있었다. ‘철렁’ 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과 함께 온몸이 땀으로 젖으며 불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나의 상태를 누구에게 들킬까 봐 초조해진 나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사무실을 뛰쳐나와 증상이 사라질 때까지 들어가지 못했다. 당시엔 그저 빨리 도망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증상이 모두 사라진 후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언제 또 그런 증상이 나타날까 싶어 초조하고 두려운 상태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이것은 공황장애의 가장 큰 특징인 ‘예기불안’이라는 증상이었다. 나는 급격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공황 증상도 힘들었지만 이후 계속되는 예기불안이 더 괴롭고 힘들었다. 나는 불안하지 않아도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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