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제의 주식 칼럼 1

[정신의학신문 :  건대 하늘 정신과, 최명제 전문의] 

 

신년 벽두부터 코스피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1월 7일 종가 기준으로 3000선을 돌파한 지 하루 만에 3150선마저 거뜬히 뛰어넘었다. 이날 상승폭은 지난해 3월 24일 이후 역대 두 번째 규모라고 한다. 코스피 상승을 주도하는 건 외국인들의 매수세와 초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팽창, 부동산시장 규제로 인한 자금의 주식시장 유입, 이른바 동학개미들의 기여 등이 거론된다. 이후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로 한때 코스피가 3000선을 이탈하기도 했으나, 곧바로 상승세가 이어져 3100선이 회복되었다. 너무 빠른 급등세와 단기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주식시장을 향한 뜨거운 열기는 당분간 계속되리라는 전망이 많다.

그렇다면 역시 돈을 버는 건 주식일까?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에 가장 확실한 투자처는 주식시장일까? 투자에 따른 수익성과 안정성을 고려한다면 주식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인가? 이것이 상식이라면 왜 사람들은 주식투자가 어렵다고 하는 것일까?

 

경제적 의사결정은 개인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부동산이나 주식 등을 사고팔 때는 누구든지 가능한 최대의 지식을 끌어 모으고 정확한 정보를 수집해서 가장 합리적인 방향으로 신중히 의사결정을 내릴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지식이나 정보와는 상관없이 순전히 심리적 요인에 의해 의사결정을 할 때가 많은 것이다. 이 같은 심리 요인 중 하나가 바로 투자로 인한 쾌감에 대한 보상 심리, 즉 중독 현상이다.

 

사진_픽셀
사진_픽셀

 

1954년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대학의 제임스 올즈(James Olds)와 피터 밀너(Peter Milner) 교수는 쥐의 뇌에 전극을 삽입한 후 상자 안에 넣어둔 채 행동을 관찰했다. 상자 안에는 쥐가 조작할 수 있는 스위치가 있었다. 이 스위치를 누르면 뇌에 있는 전극으로 낮은 전류가 흘러들게 만들어 놓았다. 시간이 지나자 실험용 쥐들은 일부러 이 스위치를 눌러 전류가 뇌로 흘러들도록 했다. 어떤 쥐는 한 시간에 무려 2000번이나 스위치를 작동시켰다고 한다. 뇌에 전류가 흐르면 쾌감을 느끼게 되므로 이에 중독된 쥐들이 쉴 새 없이 스위치를 누른 것이다. 뇌에서 쾌감을 느끼도록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 바로 도파민(dopamine)이다. 도파민은 실행, 운동, 동기 부여, 각성, 강화, 보상 등을 조절한다. 쥐뿐 아니라 인간도 도파민이 분비되면 흥분을 느끼고 의욕이 샘솟고 흥미가 생겨난다. 음식, 섹스, 사랑, 돈, 음악, 멋진 옷 등 인간에게 행복과 기쁨을 가져다주는 건 모두 도파민과 관련되어 있다.

돈을 버는 기쁨도 마찬가지다. 돈을 벌면 벌수록 도파민을 분비하는 뇌의 복측피개부(VTA)와 측좌핵(NAc)이 활성화된다. 코카인 중독자들이나 모르핀 투여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증상과 유사하다. 끝없이 금전적 이득을 추구하려는 심리는 마치 마약에 중독된 것과 같다는 말이다. 기대와 달리 혹은 기대 이상 돈을 벌면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어 쾌감을 느끼게 되고, 이 쾌감을 기대하는 보상 심리로 인해 이득을 추구하는 행동을 멈출 수 없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카멜리아 쿠넨(Camelia M. Kuhnen)과 브라이언 넛슨(Brian Knutson) 교수는 기능적 자기공명장치와 컴퓨터 게임을 이용해 투자자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미치는 심리적 영향에 관해 조사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안전해 보이는 채권,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두 개의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했다. 두 개의 주식 중 하나는 계속 상승하는 우량주였고, 하나는 계속 하락하는 불량주였다. 실험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우량주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대신 불량주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참가자들이 있었다. 이때 이들 뇌의 측좌핵이 활성화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계속 하락세의 주식을 선택해 손해가 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쁨과 쾌감을 주는 뇌 부위가 활성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오른 주식에 대한 투자보다는 앞으로 올라갈 것으로 기대되는 주식에 대한 투자가 더 짜릿한 쾌감을 주기 때문에 이런 투자를 한 것이다. 위험부담만큼 보상에 대한 기대도 크다.

반면 우량주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대신 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참가자들이 있었다. 나중에 오를 수 있으나 수시로 등락을 거듭하는 주식을 사서 마음 졸이느니 이익은 적더라도 안전한 채권을 사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이때 이들 뇌의 뇌섬엽(insula) 부위가 활성화되었다. 뇌섬엽은 통증과 관련된 부위로 심리적 고통을 당할 때 활성화된다. 향후 기대되는 보상보다 지금 겪는 불안과 초조를 견딜 수 없어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이를 줄이고자 안전한 채권에 투자한 사람들이다. 손실에 대한 가능성이 곧 고통이다.

 

갑작스러운 금전적 이득 앞에서 인간은 누구나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도파민이 대량 분비됨으로써 쾌감을 느끼게 되고, 끝없이 또 다른 쾌감을 추구하는 중독 현상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인간의 심리를 잘 이용한 것이 도박이다. 슬롯머신은 사람의 신경반응을 잘 이끌어내도록 기막히게 설계되어 있다. 확률적으로 따고 잃는 것은 무작위로 발생하지만, 게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으로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갖게 된다. 빠른 속도로 수익이 발생하게 함으로써 기계 앞에 앉은 사람의 뇌에서는 도파민이 계속 분비된다. 쾌감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되었을 때쯤 아슬아슬하게 손실이 발생한다. 아슬아슬하게 돈을 잃었을 때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반응은 돈을 땄을 때 생기는 반응과 비슷하다. 아무리 돈을 잃어도 털어내지 못하고 계속해서 슬롯머신 앞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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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건대하늘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국가고시 인제의대 수석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수행평가 전국차석
5개대 7개병원 최우수 전공의상(고려대, 경희대, 이화여대, 인제대, 을지대, 서울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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