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제의 주식 칼럼 3

[정신의학신문 :  건대 하늘 정신과, 최명제 전문의] 

 

인간은 직관과 추론의 두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을 내린다. 많은 사람이 추론 대신 직관에 의해 의사결정을 한다. 다양한 추론을 거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종 결정은 주관적인 직관을 따른다. 과거의 경험, 감정, 무의식 등에 좌우되는 직관은 자신이 만든 내러티브에 의존하게 한다. 좋은 싫든 인간의 뇌는 그렇게 진화해 왔고, 현재 그렇게 작동하고 있는 중이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밝힌 과학자 뉴턴(Isaac Newton)도 1720년 주식시장 역사상 첫 번째 버블사태로 불리는 영국 사우스 시(South Sea) 주식에 투자해 전 재산의 약 90%를 날린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400만~500만 달러(한화 약 44억 원~55억 원)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뉴턴은 투자에 실패한 뒤 “천체의 미세한 움직임은 계산해낼 수 있어도 인간들의 마음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천재도 투자에 실패하는 것을 보면 인간 자체가 투자에는 적절하지 않게 진화해 왔는지도 모른다.     

 

사진_pexel
사진_pexel

 

하지만 새처럼 공중을 날 수 없는 인간이 비행기를 만들어 하늘을 날고, 물고기처럼 바닷속을 유영할 수 없는 인간이 잠수함을 만들어 바다 밑을 들어갈 수 있듯이, 인간은 다른 동식물과 달리 지능을 통해 놀라운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해 왔다. 그것은 약점과 불리한 점을 보완하면서도 장점과 유리한 점을 극대화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마찬가지로 투자 또한 인간의 심리적 특성과 뇌 과학의 원리를 이해한다면 기대한 만큼 부를 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최소한 자기 위치를 잘 지킴으로써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리지 않을 수는 있다.       

인간의 진화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비행기를 몰고 하늘을 나는 것은 지극히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조종사가 되려면 인간의 본능과 감정을 억제할 수 있도록 고된 훈련을 받아야 한다. 이런 험난한 훈련에도 불구하고 위기 상황이 닥치면 노련한 조종사들도 이성과 과학에 의지하기보다는 자신의 본능과 감정에 의존하기 쉽다. 방어기제가 먼저 작동하는 것이다.

 

비행기가 불시착하기 위해 급강하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비행 도중 기관 고장이나 기상 악화, 연료 부족 따위로 목적지에 이르기 전에 예정되지 않은 장소에 착륙하는 일은 빈번하지는 않지만,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때 조종사는 빠른 속도로 하강하는 비행기의 조종간을 자신 쪽으로 잡아당기면 안 된다. 너무 빨리 떨어지니까 일으켜 세우려고 조종간을 당기는 것이다. 이것은 위험에서 벗어나려는 본능적인 행동이다. 그렇지만 조종간을 당기면 비행기 머리 부분이 들리게 된다. 그러면 공기 저항으로 속도가 떨어져 비행기 추락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이럴 때는 본능과 전혀 다른 행동, 즉 비행기의 머리 부분이 지표면을 향하게 만들어야 한다. 비행기는 더 빨리 떨어지겠지만, 이렇게 해야 비행기를 다시 띄울 수 있는 양력을 얻게 된다. 이 모든 판단과 행동은 몇 초 안에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타고난 본능과 감정을 억제하거나 최대한 자제하면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과 원칙에 따라 매번 냉철하게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힘든 일이다.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지성이나 비범한 통찰력, 내부정보는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건전한 의사결정 원칙을 갖추고 감정이 그 원칙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지키는 능력이다.”     

전설적인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의 스승으로 증권분석의 창시자이자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알려진 금융사상가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이 남긴 말이다. 무척 쉽고 간단해 보이지만, 이렇게 하려면 여간한 내공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20세기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George Soros)는 이런 말을 했다.  

“세계를 보는 우리의 관점은 항상 불완전하고 왜곡되어 있을 뿐 아니라, 지극히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자주 착각을 일으킨다.”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현대 사회에서 하나의 현상이나 결과가 나타나기까지는 매우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하게 마련이다. 이를 면밀히 분석해서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몇 번 우연히 맞아떨어진 자신의 직관이나 감각에 의존하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더군다나 자신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경제적 의사결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투자의 바다는 캄캄한 망망대해와 같다. 그 어디에도 항구나 등대의 불빛이 보이지 않는다. 자신만의 등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 등대가 바로 심리학과 뇌 과학이다. 내 마음의 움직임과 뇌의 작동 원리를 제대로 알아야 이리저리 휩쓸리거나 남들이 하는 걸 답습해 우왕좌왕하지 않고 자신만의 원칙과 소신을 따라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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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건대하늘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국가고시 인제의대 수석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수행평가 전국차석
5개대 7개병원 최우수 전공의상(고려대, 경희대, 이화여대, 인제대, 을지대, 서울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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