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들에게 배우는 마음 다스리기 (1)
[정신의학신문 : 건대 하늘 정신과, 최명제 전문의]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폐가 난리다. 이른바 코인 광풍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의 시세가 급등하면서 사람들이 코인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다. 단숨에 수백만 원이 오르내리는 건 예사고, 하루 새 1,000만 원씩 등락하기도 한다. 최근 한 대기업 직원이 2억 원을 비트코인에 투자해 65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사례가 익명 온라인 게시판에 퍼지면서 사람들을 동요시켰다. 인생 역전의 마지막 수단은 로또가 아니라 비트코인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특히 미친 집값, 적은 월급, 초저금리, 취업난 등으로 극심한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 청년층에서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하는’ 대상으로 일찌감치 코인에 눈을 돌렸다.
얼마 전에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까지 가세해 시장이 요동쳤다. 그가 돌연 테슬라에서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지 않겠다고 말해 비트코인 폭락을 부추긴 것이다. 비트코인 채굴에 과도한 화석연료가 투입돼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게 이유였다. ESG 경영이 세계적 대세이니 그럴만했지만, 여파는 간단치 않았다. 비트코인 가격이 석 달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자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되었다. 그는 테슬라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하나도 매각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수습에 나섰으나, 상황을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직격탄을 맞은 코인 벼락부자들이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거나 쥐꼬리만 한 월급에 목매고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며칠 만에 수천만 원을 벌었다느니, 몇천만 원을 투자해 몇십억 원을 벌었다느니 하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내려앉는다. 일한 만큼 버는 성실한 삶이 한심스럽게 느껴지며 자괴감마저 든다.
“정말 바보가 된 것 같습니다. 제가 1년 동안 적금을 부어서 간신히 모은 돈을 제 친구는 코인 투자로 단 며칠 만에 벌더라고요.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인 광풍을 취재한 텔레비전 뉴스 인터뷰에 등장한 한 젊은이의 자조 섞인 푸념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과연 이 같은 현상은 정상적일까? 무엇이 투자고 무엇이 투기일까?
이 같은 생각에 잠겨 있을 즈음, 외신 뉴스에 실린 사진 한 장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찰리 멍거 부회장이 주주총회에 참석해 콜라 한 병씩을 든 채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화상으로 진행된 이번 총회에서 찰리 멍거는 암호화폐를 신랄히 비판했다.
“저는 비트코인의 성공을 혐오합니다. 납치범들과 착취자들에게나 유용한 화폐를 환영하지 않는 것이죠. 어느 날 난데없이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한 누군가에게 당신들이 엄청난 돈을 몰아주는 것도 역시 반기지 않습니다. 물론 제가 좀 더 순화된 표현을 써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망할 놈의 성장세는 역겹고, 문명의 이익에도 반하는 것입니다.”
평소에는 워런 버핏이 말을 많이 하고, 찰리 멍거가 침묵을 지켰지만, 이날은 평소답지 않게 찰리 멍거가 과격한 표현으로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데 반해 워런 버핏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찰리 멍거가 누구길래 자본주의 투자 원칙에 반하는 이런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것일까? 그가 말한 문명의 이익에 부합하는 가치투자란 무엇일까?
찰리 멍거는 워런 버핏의 동업자, 오른팔, 친구, 조력자 등으로 불리지만, 사실은 워런 버핏을 움직이는 실세, 즉 보이지 않는 손이다. 워런 버핏 옆에는 항상 그림자처럼 그가 서 있다.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워런 버핏은 없었을 것이다. 언론의 조명을 한 몸에 받으며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워런 버핏도 찰리 멍거 앞에서는 입을 다문다. 그의 말을 경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대의 진정한 현자’로 칭송받는 그는 남다른 통찰력과 예지력으로 2020년 8월 기준 시가총액 약 605조 원의 세계 9위 기업 버크셔해서웨이를 만들었다.
그는 욕망과 이윤의 논리를 따르지 않고 도덕과 지혜의 원리를 따라 기업과 삶에 접근했다. 심리학, 역사학, 수학, 물리학, 철학, 생물학 등 다양한 학문을 섭렵한 그는 이 모두를 종합해서 사용하게 되면, 세상이 훨씬 더 가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가 좀 더 주의를 기울인 것은 심리학이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도 있듯이 인간의 모든 경제 활동은 심리, 즉 우리의 마음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의 행동주의 심리학자 스키너에게 주목했다. 그의 심리학 이론 중 보상심리에 투자의 핵심이 있었다.
행동주의 심리학은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원인이 있으며 이는 실험과 관찰을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측정과 검증이 불가능한 것은 과학적 탐구의 영역이 아닌 까닭에 관심에서 멀어졌다. 외부의 자극에 인간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가 행동주의 심리학의 주요 관심사였다. 칭찬이 코끼리도 춤추게 하듯 보상은 인간을 춤추게 한다. 모든 행동에는 그만한 보상이 따른다.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 형성에 관한 통찰은 새롭게 학습된 행동 패턴을 어떻게 강화하거나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보상은 행동 빈도를 늘려주고, 처벌은 행동 빈도를 줄여준다는 게 핵심이다.
그에 따르면 보상에는 연속적 보상과 간헐적 보상이 있다. 연속적 보상은 같은 행동을 했을 때 계속해서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고, 간헐적 보상은 같은 행동을 해도 언제 보상이 주어질지 혹은 보상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것이다. 모든 행동에 보상을 바라는 게 인간의 심리다. 따라서 누구나 연속적 보상을 바란다. 반면 인간은 언제나 같은 일이 반복되는 예측 가능성에 점점 흥미를 잃는다. 그래서 간헐적 보상에 매력을 느낀다. 간헐적 보상은 네 가지로 나뉜다. 고정비율 보상은 적절한 행동이 정해진 횟수만큼 됐을 때 보상이 제공되는 것이고, 변동비율 보상은 보상을 받기 위해 해야 할 행동이 뭔지 알지만, 횟수는 알지 못하는 것이며, 고정 간격 보상은 특정 시간이 지날 때마다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고, 변동 간격 보상은 언제 보상을 받을지는 알 수 없으나 어떤 행동을 하면 보상받을지는 아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보상을 제일 좋아할까? 처음에는 도박(Variable Ratio)에 가장 많은 호감을 보였다. 위험 부담은 있지만, 훨씬 큰 보상이 기대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이다. 그러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인센티브제(Fixed Ratio), 예고치 않은 시험(Variable Interval), 월급(Fixed Interval) 순으로 내려갔다. 도박이 기대와 달리 오히려 보상이 적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좀 더 안정적인 보상이 주어지는 방향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일정 기간 일하면 늘 같은 보상이 주어지는 월급은 기대치는 높지 않지만, 가장 안정적으로 주어지는 보상이다. 대박을 노리다가 쪽박을 차느니 매달 일정한 월급을 받으며 생활하는 것이 행복할 수 있다. 반면 보상에 대한 기대, 즉 보상심리가 최고조로 달하는 것은 그 반대 순이다.
찰리 멍거에 따르면 잘못된 보상체계의 사례는 웰스파고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4대 은행 중 한 곳인 웰스파고의 직원들은 2011년부터 고객 몰래 유령 계좌 수백만 개를 만들어 각종 수수료 명목 등으로 고객들의 돈을 빼돌리다 적발됐다. 고객 명의를 도용해 56만 개의 신용카드 계좌를 만들고, 허위로 예금과 신용카드 계좌 200만 개를 만든 것이다. 미국의 유력 은행 직원들이 고객정보를 이용해 가짜 이메일 주소를 개설하고, 가짜 비밀번호를 만들고, 고객 몰래 체크카드를 만들기도 했다. 실적을 올린 직원들은 보너스를 받았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건 회사의 실적 압박과 실적 달성에 따른 보상심리가 동시에 작동한 까닭이다.
긍정적 보상체계의 사례는 페덱스의 경우다. 페덱스의 완벽함은 매일 밤 거점 공항에서 수많은 화물 비행기에 실린 택배 상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시스템은 모든 과제가 새벽 시간에 재빨리 이루어지지 않으면 고객들에게 물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페덱스는 밤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물류 작업을 끝내는 것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지만 근무자들이 물류 작업을 제시간에 끝내도록 하는 데 실패했다. 그때 한 직원이 야간 근무 직원들의 봉급을 시간으로 계산해서 지급하지 말고 보너스를 지급하되 택배 분류 작업이 다 끝났을 때 바로 퇴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방안을 채택해 근무한 결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 보상은 퇴근이었다. 처음에는 고정 간격 보상에서 더 효과가 좋은 고정비율 보상으로 옮겨간 것이다.
시장은 완벽하지 않다. 인간 역시 불완전하다. 모든 투자에는 위험이 따르고, 결과는 미지의 세계다. 찰리 멍거가 생각하는 가치투자란 잘못 매겨진 회사의 가치를 알아보는 것이다. 무엇이 좋은 투자인지를 다른 투자자들과 달리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보상체계 사례를 들여다보았을 때 찰리 멍거가 주주총회에서 암호화폐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한 말은 예사롭지 않다. 도덕성과 품성은 그저 사람됨의 덕목이 아니라, 시장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만드는 힘이다. 그러한 점에서 적절한 보상체계가 잘 갖춰진 회사는 좋은 투자처다. 그가 늘 강조하는 건 가치투자를 하기에 ‘적절한 품성’이다. 참을성, 규범을 잘 따르는 행동, 냉정하지만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자세, 정직, 이데올로기에 휩쓸리지 않는 태도, 학구열 등으로 대표되는 ‘적절한 품성’은 대단히 도덕적이고 지혜롭다. 그는 욕망과 이윤의 법칙이 지배하는 현대 금융의 세계에서 이렇듯 도덕적 투자를 함으로써 엄청난 부를 획득했다. 암호화폐는 개인에게 유용한 자산이 될 수 있지만, 범죄에 악용되어 잘못된 보상체계로 사용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의사 국가고시 인제의대 수석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수행평가 전국차석
5개대 7개병원 최우수 전공의상(고려대, 경희대, 이화여대, 인제대, 을지대, 서울의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