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록의 [마음속 우물 하나] (7)

[정신의학신문 : 사당 숲 정신과, 최강록 전문의] 

 

진료실을 처음 방문한 30대 여성이 고충을 털어놓다가 이런 말을 했다.

“도대체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나도 모르겠어요.”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는 것은 심오한 철학적 표현도 아름다운 문학적 수사도 아니다. 이 여성에게는 견딜 수 없이 괴롭고 심각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토로였다.

“마음이 자꾸만 다른 곳을 헤매고 다니는 것 같아요. 좀처럼 집중이 되질 않아요. 회사 일도 그렇고 집안일도 그렇고……. 한참을 머뭇거리다 일을 시작해도 금방 주의력이 흐트러져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아요. 그러니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기가 어렵죠. 사람들하고 이야기할 때도 저만 자꾸 엉뚱한 데로 빠져요. 어쩌면 좋을까요?”

 

이런 증상을 보이는 게 바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즉 ADHD다.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하고, 쓸데없이 과도한 행동을 하며, 갑자기 화를 내거나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정신질환이다. 사회성이 성숙하지 않은 어린이들에게서 주로 발생하여 만성적인 경과를 밟는 것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성인들에게서도 발견될 수 있는 질환이다. 뇌의 구조적 장애가 성장으로 해결되지 않았거나 치료가 불충분한 경우에는 성인도 ADHD로 고통받을 수 있다. 어린이의 경우 아직 어려서 그렇다고 이해하면서 부모나 어른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여러 측면에서 도움을 주려고 하는 데 반해, 어른의 경우 다 큰 어른이 왜 저러냐고 수군거리거나 따돌림을 당할 수 있고, 사회성이 부족한 듯 보이기 때문에 직장이나 사회생활, 가족 관계 등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어린아이보다 오히려 성인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진_픽셀

 

ADHD의 발병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한두 가지 원인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여타 질병들이 그렇듯 다양한 유전적, 환경적 요인들이 상호 작용하면서 뇌에 구조적, 기능적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발생한다. ADHD가 있는 어린이는 유전적 요인이 중요하다. 부모가 ADHD 환자였을 때 그 자녀의 57%가 ADHD 환자인 것으로 드러났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뇌의 전두엽에서 담당하는 기능 중 작동기억, 계획 세우기, 언어적 유창성, 운동 순서 정하기 등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신의 행동을 억제하지 못하게 된다. 도파민 보상 회로의 이상도 원인 중 하나다. 이 회로의 이상으로 어떤 일을 할 때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못하여 집중력이 떨어지고 다른 일을 찾게 된다.

 

ADHD의 증상이 어린이일 경우와 어른일 경우 각각 어떻게 다를까?

어린이는 대개 안절부절못하거나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하고, 불쑥 대답하거나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지 못해 방해하든가 끼어들며, 차분히 경청하지 못하고,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

어른일 경우에는 시간 관리를 잘못하고, 업무를 제때 끝마치지 못하며, 내적 불안이나 정서적 압도감을 느끼고, 갑작스레 화를 내거나 충동 조절이 안 되는 증상을 보인다. 시간 관리를 못 한다는 건 사회생활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문제로 자꾸 지적을 당하거나 마찰이 생기게 되면 자존감이 낮아지면서 성취감을 느끼기 힘들게 된다. 충동적인 행동을 자주 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지 못해 말을 끊든가 대화에 자꾸 끼어들면 결혼생활 혹은 연인관계에 있어 상대방과의 교감에 어려움이 생겨 갈등 수준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ADHD의 유병률은 20~44세 미국 성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4%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80만 명 정도의 성인 ADHD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반면 정확한 진단을 통해 ADHD로 판명돼 치료받는 환자는 1만 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ADHD로 진단받고 치료하는 비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ADHD와 함께 공존 질환이 찾아올 확률이 높다는 데에서 하나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보통 ADHD 환자의 75~85% 정도가 공존 질환이 있다. 이로 인해 성인 환자들은 ADHD로 진단받지 못하거나 자신이 ADHD인지 모른 채 겉으로 드러난 우울감, 불안, 기분 증상 또는 다른 정신과적 문제로 치료받게 된다. 이렇게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치면 ADHD 증상에 대한 치료 없이 상당 기간 기분 안정제나 항우울제 등을 복용하며 지낼 수도 있다.

ADHD와 공존하는 질환이 있으면 가장 문제 있는 질환을 먼저 치료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불안할 때 안절부절못하는 증상이 심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면 불안장애를, 감정 상태와 무관하게 안절부절못하는 증상이 있으면 ADHD를 우선 치료하는 것이 낫다. ADHD와 강박증이 동시에 있다면 침습적 사고가 반복되면서 반추하는 일이 잦아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는지, 아니면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같은 문제에 대해 실수를 반복하는 것 때문에 강박적 사고를 반복하는지를 구분해서 치료해야 한다.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치료가 효과적이다. 80% 정도가 분명한 호전을 보이며, 집중력, 기억력, 학습능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된다. 아울러 흥미와 동기가 강화되어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이 좋아진다.

대표적인 약물에는 메틸페니데이트와 아토목세틴이 있다. 메틸페니데이트는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 수송체를 억제하여 전전두 피질의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 농도를 올려 치료하고, 아토목세틴은 노르아드레날린 수송체의 선택적 억제를 통해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 농도를 증가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낸다.

ADHD는 약물치료 효과가 비교적 빠른 편으로 이로 인한 환자들의 만족감 또한 높은 편이다. 그러나 약물치료를 시작할 때 일시적으로 불안감이 올라가는 등 불편감이 있을 수 있어 적은 용량부터 사용해 원하는 목표치에 도달한 다음 최대 권장 복용량에 도달할 때까지 사용량을 서서히 올리면서 관찰해야 한다.

약물치료로만 모든 게 해결되지 않기에 어린아이일 때는 부모와 교사가 인지행동치료, 학습치료, 놀이 치료, 사회성 그룹 치료 등을 병행해야 하고, 어른일 때는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과 직장 동료 등이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면서 다양한 치료를 함께해야 한다.

 

‘애모의 노래’라는 노래 가사에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다.

내 마음 나도 모르게 꿈같은 구름 타고
천사가 미소를 짓는 지평선을 날으네.
구만리 사랑길을 찾아 헤매이는
그대는 아는가 나의 넋을
나는 짝 잃은 원앙새 나는 슬픔에 잠긴다.

작사가는 사랑을 잃고 방황하는 자신의 모습을 내 마음 나도 모른다고 표현했다. 사랑을 찾고 행복에 빠지면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내 마음 나도 모른다고 하는 건 정신적 고통 때문이다.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치료를 통해 본래 자신의 참모습을 제대로 바라보거나 되찾게 되었을 때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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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의료법인 삼정의료재단 삼정병원 대표원장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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