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강남 푸른 정신과, 신재현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30대 남성입니다. 저는 언제부터인가 다른 사람들을 과도하게 신경 씁니다. 잘 때나 혼자 있는 시간이 아니고는 항상 ‘내가 어떻게 보일까?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보통 사람들과 달라 보이진 않을까, 혹시 나를 바보 같다고 여기진 않을까’ 하는 식으로 걱정하고 신경 쓰고 눈치 보면서 지냅니다.

사람들에게 자신 없어 보인다는 말도 많이 듣고요. 그런데 그런 말을 들으면 이상하게 모욕당한 것 같고 화가 납니다. 제가 그런 식으로 행동한다는 걸 제 자신이 가장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화가 나면 이를 표현하지는 못합니다. 사람들의 눈치를 또 보는 거지요. 

가족들에게는 거의 이렇지 않습니다. 아주 약간 그럴 때도 있지만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 정도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어린 시절부터 계속 그래 왔습니다.

현재 삼십 대 초반인데 과연 이걸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건가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강남 푸른 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 신재현입니다. 

짧은 사연에서 절박한 심정이 느껴집니다. 항상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질문자님의 마음이 어떨까, 잠시 떠올려 보면 참 쓸쓸하고 위축된 상태일 것 같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눈치를 보고, 두려움을 느끼는 걸 전문용어로 사회불안(social anxiety)이라 합니다. 발표, 모임, 타인과의 대화 등 여러 사회적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는 것이지요.

사회불안은 오래된 습관, 혹은 성격과 같습니다. 한 순간의 트라우마로 인해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내 몸과 마음을 변화시킵니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 동안 각인된 패턴이기에 변화시키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한 순간에 해묵은 행동과 생각의 패턴을 바꾸는 것은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분명 바꿀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노력의 방향을 잘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노력이라 함은 생각을 들여다보며 습관적인 생각이 아닌, 좀 더 건강한 생각들을 끼워 넣고, 또 이 생각을 바탕으로 불편한 상황들에 나를 조금씩 직면해가는 과정이 될 겁니다. 지금껏 걸어왔던 삶의 방향을 조금씩 틀어가는 노력입니다. 

 

먼저, 사회불안의 바탕에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나’에 대한 두려움이 숨어있습니다. 우리는 이 생각에 대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좋은 평가를 받을까 두려운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즉,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회불안의 가장 가운데 토막입니다. 매사 모든 상황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예상하면, 마음은 불안해지고 행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불안은 사람들의 표정, 태도, 행동에 대해 늘 노심초사하게 만들지요.

하지만 우리는 독심술을 쓸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사회불안을 가진 이들은 마치 타인이 자신을 평가하는 내용을 마음에서 읽어내는 것 같은 ‘착각’을 합니다. 이러한 부분을 알아차리고,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굳이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생각의 습관이 일어난다면 이를 기록하고, 생각에 거리를 두고 고민해보는 노력 말이지요. 

 

또, ‘사람들의 평가’ 그 자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사람들의 평가가 삶에서 중요하기는 하지만, 타인이 나를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고 한들, 내 본질이 변하는 걸까요? 타인이 나를 좋지 않게 평가한다면, 나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많은 분들은 이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습니다. 사실, 누가 나를 평가하는 것과 나에게 일어나는 나쁜 일 사이에 상관관계는 굉장히 희미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나의 평가가 실제적인 손해로 이어지는 게 그렇게 단순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불안을 극복하는 기본자세는, 안개처럼 퍼져 있는 불안의 윤곽을 잡아보는 일이에요. 그러니, 막연하게 ‘안 좋은 평가가 싫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과연, 정말 내가 누군가에게 좋지 않게 보인다고 해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타인의 비난은 기분 나쁘지만, 그 비난에 대해서 어느 정도 걸러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어디까지나 평가는 타인의 의견에 속할 뿐입니다. 그러니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할 수 없지 뭐. 그건 네 생각이니까" 하는 식으로 거리 두고, 걸러서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건강한 필터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생각의 습관을 알아차리는 힘을 기르며, 한편으로는 이전에 꺼려왔던 상황들에 조금 더 자신을 직면할 기회를 가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불안은, 피하면 피할수록 더 무서운 괴물이 되어서 나에게 다가옵니다. 사회불안의 특징은, 상황을 피하면 피할수록 점점 더 불편한 상황들이 들불처럼 번지게 되어, 결국에는 대부분의 상황에 사회불안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불편함을 직면하여 익숙해지고, 불편한 상황에 부여한 인지가 변화되는 과정을 조금씩 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오랜 사회불안을 가지고 있으셨다면 자존감의 문제, 우울과 불안 등 정서적인 문제를 함께 안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위의 노력은 기본적인 방향이지만, 마음이 심하게 출렁이는 상황에서는 그 방향을 가늠하기가 힘들 수 있어요. 그러니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 생활을 심하게 저해할 수준이라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이에 대해 충분히 평가를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불안, 우울, 불면 등이 불편하다면 약물치료를 함께 고려하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병원이든, 상담 센터이든 방향을 잡아줄 수 있는 가이드는 필요할 거라 생각합니다. 

부디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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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나를 살피는 기술>, <어른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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