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홍창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자주 깜박깜박 잊어버린다는 것만 가지고는 치매라고 판단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요. 병원에 가면 어떻게 치매를 진단받을 수 있을까요?

A. 많은 분이 치매 진단 과정에 대해서 궁금해하시는데, 치매에 대한 진단은 병원에서는 크게 세 가지를 하게 됩니다. 인지기능 검사, 뇌 영상 검사, 또 하나는 혈액 검사입니다.

거꾸로 한번 질문을 드려 볼게요. 어떤 학부모님이 고등학생을 데리고 와서 얼굴만 보고 ‘이 학생이 좋은 대학에 입학할 것 같아요, 못 할 거 같아요?’ 하고 물어보면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얼굴만 보면 알 수 없죠.

그런데 이 학생이 공부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죠. 모의고사를 보면 전국 등수가 쭉 나오면서 ‘전국 등수 이만큼 나왔으니까 어느 대학은 가능할 거 같아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어요.

인지기능 검사가 똑같습니다. 그래서 어르신이 오시면 같은 나이, 같은 학력, 같은 성별인 분들 백 명이 있다고 했을 때, 같은 시험을 봤을 때 이분이 몇 등 하는지가 컴퓨터로 나오게 됩니다. 그러면 그분이 똑같은 동년배, 나이도 같고, 학력도 같고 성별도 같은 사람들끼리 백 명이 시험을 보면 그중에 1등을 할지, 50등을 할지, 90등을 할지 이런 게 나오게 되고요. 거기서 등수가 너무 떨어지게 되면 ‘이분은 동년배에 비해서 인지기능이 굉장히 많이 나쁩니다.’ 하는 게 알려지게 됩니다.

 

다른 질문도 하나 해볼까요?

만약에 어떤 학생이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시험을 봤는데 90점, 90점, 90점, 90점이 나온 거예요. 잘하는 학생일까요? 못하는 학생일까요?

Q. 잘하는 학생이겠죠?

A. 그럼 10점, 10점, 10점, 10점 나오면 어떨까요?

Q. 잘 못하는 학생이겠죠?

A. 너무나 확연하죠. 그런데 만약에 국어 영어 수학은 90점이에요. 과학은 10점이에요. 그러면 어떨까요?

Q. 과학에만 흥미가 없는 학생 아닐까요? 

A. 인지기능 검사라는 게 그런 거예요. 그래서 만약에 점수가 다 낮은 사람은 누가 봐도 명확하게 치매에 가까운 거고, 다 잘하면 치매가 아닌 정상이겠죠.

그런데 그중에서 기억력에 해당하는 점수가 바닥으로 나오면 아주 초기 단계의 알츠하이머 치매에 들어섰다고 짐작을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알츠하이머 치매가 기억력부터 나빠지는 병이거든요.

인지 영역을 여러 개 검사를 해서 어떤 프로파일을 나타내는지를 보면서 ‘이분은 굉장히 초기 단계구나’ ‘이 분은 조금 진행이 됐네.’ 이런 걸 판단을 하게 됩니다.

사진_픽사베이


두 번째가 뇌 영상 검사인데요. MRI를 찍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알고 계시는 분이 계시는데 실제로는 인지기능 검사를 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환자분이 정상이냐 비정상이냐 하는 것을 처음에 감별해야 하거든요.

만약에 거기서 비정상으로 나오면 도대체 이 인지기능이 떨어진 이유가 뭔지를 감별, 진단하기 위해서 뇌 영상 검사라든지, 혈액 검사를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치매인지 아닌지를 알아보고, 두 번째는 치매의 종류가 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MRI라든지 MRA나 알츠하이머 독성물질이 쌓이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아밀로이드 펫(PET)’이나 여러 가지 다른 진단 기법이 있습니다.

 

Q. 영상을 찍어 보면 치매 걸린 환자들은 정상의 뇌랑 어떤 다른 모습을 보이나요?

A. 알츠하이머 독성물질이 쌓이고 시간이 지나면 독성물질 때문에 뇌신경 세포가 파괴됩니다. 천억 개 정도 뇌신경 세포가 있는데 독성물질 때문에 파괴가 되면 뇌가 쪼글쪼글 위축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래서 MRI를 찍으면 정상인 뇌는 통통하게 두개골 안에 가득 찬 모습을 보이는데,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리신 분의 뇌는 뇌가 쪼글쪼글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그중에서도 특히 해마에 해당하는 뇌측 측두엽이 더 빨리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Q. 그 영상을 보고 ‘이 환자가 치매에 걸렸구나. 어느 단계까지 왔구나.’까지도 알 수 있는 건가요?

A. 특히 해마가 망가지게 되면 알츠하이머 치매일 가능성이 크겠다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Q. 치매의 종류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마지막에 세 번째 피검사는 뭔가요?

A. 치매의 종류가 백 가지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병원에 오면 백 가지의 치매를 다 검사해 보지는 않고요. 그중에서 대표적으로 흔한 열 가지 정도를 혹시 다른 신체적인 질환이 있어서 치매처럼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혈액 검사를 해요. 

간이 나쁠 때도 치매 증상을 보이고, 콩팥이 나쁠 때도 치매 증상을 보이고 갑상선 호르몬 수치에 이상이 있어도 치매 증상을 보이고 비타민이 부족해도 치매 증상을 보여요. 여러 가지 피검사를 통해서 내 몸의 신체가 온전한지 정상기능을 하고 있는지를 보고요.

그중의 하나가 아포이(APOE)라는 유전자 검사도 같이하게 되는데, 이런 유전자 검사가 있으면 내가 치매에 걸리게 되면 얼마나 빨리 나빠지게 되는지, 약물에 대한 반응은 어떤지 등등 여러 가지 예후를 결정하는 데 굉장히 좋은 지표가 됩니다. 혈액형이 A형, B형, O형처럼 이미 결정이 되는 것처럼 유전자형도 태어날 때부터 결정이 되기 때문에 내가 치매에 위험한 유전자를 가졌는지 덜 위험한 유전자를 가졌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혈액 검사를 같이하게 됩니다.

 

Q. 그럼 치매는 유전인가요?

A. 그런 질문 굉장히 많이 하거든요. ‘저희 어머니가, 저희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셨어요. 저도 치매인가요?’ 이렇게 얘기하시는데 연세를 여쭤봐요. ‘몇 살에 치매에 걸리셨어요?’ 얘기해서 ‘85세 때 치매에 걸리셨어요. 90세 때 치매에 걸리셨어요.’ 그러면 연세가 많아서 치매에 걸린 거지 유전성이 아니라고 얘기를 해요.

전체 알츠하이머 치매 중에서도 가족성, 유전성인 경우는 2~3% 정도밖에 안 되는 극소수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부모님이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렸다 해도 자녀분들이 치매에 걸릴 확률은 아주 극소수고 비율이 굉장히 낮다고 생각을 하시면 됩니다.

Q. 유전적인 요인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없다는 게 굉장히 의외네요?

A. 유전성이 아주 조금 있다는 거고요. 일반인이 생각하는 유전성은 ‘어머님이 치매가 있으면 저도 100% 치매에 걸리나요?’ 하는 그런 가족성 또는 유전성을 얘기하는데 그런 비율은 2% 내외 아주 적다는 거죠. 부모님이 치매가 있을 때 100% 자녀도 치매에 걸리는 유전성은 아주 극소수라고 이해를 하시면 됩니다.

 

Q. 첫 번째 인지기능 검사를 할 때 그날따라 유독 컨디션이 안 좋아서 시험을 못 불 수도 있잖아요. 그런 경우도 발생하나요?

A. 아주 날카로운 질문이에요. 굉장히 좋은 질문인데, 실제로 인지기능 검사를 해서 치매를 진단하기 때문에 그 날 컨디션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나는 무학이기 때문에 어려서 연필을 한 번도 잡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걸 풀라고 하니 손이 덜덜 떨려서 시험을 망쳤다.’ 이런 어르신들도 계시거든요. 실제로 그날 하는 거에 대해서 떨려서 잘 못하면 점수가 낮게 나오고, 점수가 낮게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해석을 잘하셔야 합니다.

다른 경우도 있는데요. 예를 들어가지고 사랑하는 가족이 같이 있었는데 한 달 전에 돌아가셨어요. 그러면 마음이 너무 슬프고 우울해서 시험을 보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기거든요. 대충대충 합니다. ‘나 이거 안 해, 귀찮아. 이게 무슨 의미가 있어’ 이러면 점수가 훅 떨어집니다. 우울증이 있어서 점수가 늦게 나오고 치매로 오인하는 것을 가짜 치매, 의학적으로 ‘가성치매’라고 해요. 이런 가성치매는 진짜 치매가 아니기 때문에 치매를 치료하는 약을 드리면 안 되고 우울증을 치료하는 약을 드려야 합니다.

실제로 알츠하이머 치매이면서 주요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25% 내지 30% 정도 된다고 알려져 있어서 치매하고 초기 단계 우울증이 섞여 있는 형태가 굉장히 많습니다. 이것을 잘 감별을 해야 진짜 치매, 가짜 치매를 감별할 수 있습니다.

 

Q. 그러면 치매 진단을 받기 위해서 어느 정도 연령이 되면 치매 검사를 받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A. 65세 이상이 되면 나라에서 치매 선별검사를 해줍니다. 치매 선별검사는 5분, 10분 만에 하는 아주 간단한 검사인데요. 거기서 이상이 있으면 치매 정밀 검사를 받게 돼요. 선별검사에서 이상이 있으면 1년에 한 번씩 검사해서 다음 단계로 진행되는지를 알아봐야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선별검사에서 이상이 있으면 정밀 검사로 넘어가고요. 정밀 검사에서 치매인지 아닌지를 보는데, 치매가 아닌 ‘경도 인지장애’라거나, 지금은 치매가 아니라서 치매약을 먹을 필요는 없지만 전 치매 단계에 해당하는 ‘경도 인지장애’라면 1년에 한 번씩 내가 경도인지단계에 머물러 있는지, 치매로 넘어갔는지 아니면 다시 정상으로 회복되었는지 확인을 합니다.

한 가지 좋은 팁이 있어요. 뭐냐면 치매 안심 센터가 전국에 250개가 넘게 있습니다. 치매 안심 센터에 가시면 무료로 치매 선별검사와 치매 정밀 검사를 해드립니다.

 

Q. 65세 이상 무료인가요?

A. 내가 사는 거주지 주변에 치매 안심 센터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을 해보시면 병원에 가서 돈을 주고 검사할 수 있는 것을 무료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거기서 나온 검사결과지를 가지고 병원에 가서 이런 검사가 나왔으니까 해석해 주세요라고 거꾸로 말씀을 해주셔도 됩니다.

 

Q. 치매는 빨리 발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요?

A. 치매약은 살아있는 뇌신경 세포에만 작용을 해요. 신경 세포가 죽어버리면 아무리 좋은 명약을 줘도 효과를 나타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뇌신경 세포가 많이 살아있을 때 초기 단계에서 약을 써야 합니다.

초기 단계에서 약을 쓰면 첫 1년 동안은 인지기능이 좋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환자분들이 오셔서 ‘약을 먹으니까 머리가 맑아졌어요.’ ‘창문을 열어 놓은 것 같아요.’ ‘돈 계산을 잘해요.’ ‘건망증이 줄었습니다.’ ‘했던 말 또 하는 횟수가 줄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첫 3개월 동안에 반짝 좋아지는 모습을 환자나 보호자 분들이 많이 보고합니다.

어떤 분들은 그 효과가 2년까지 가서 ‘2년 전으로 되돌아간 거 같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어떤 분들은 6개월 정도 빨리 효과가 나타나고 그다음부터 천천히 나빠지는 효과가 나타나고요.

보통 치매약을 빨리 써야 하는 이유는 살아있는 뇌신경 세포에 치매약이 작용을 하기 때문에 빨리 치료할수록 좋은 면도 있고, 빨리 치료하게 되면 나빠지는 속도를 5년 만에 나빠지는 것을 7년, 10년 만에 나빠지게 하니까 결국은 요양원에 입소하는 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는 그런 장점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살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는 거죠.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치매 안심 센터에서 무료로 진단받을 수 있다고 하니까요 꼭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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