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의 오해와 진실(2)

SBS 화면 캡처

지난 기사에서는 ADHD가 정말 실재하는 병인지, 과연 정확한 진단은 가능한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사실 ADHD에 관한 편견과 오해들은 실로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데,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정보들이 제공되지 못할 경우, 특히 언론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질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개인의 주관적인 주장들이 여과 없이 옮겨질 때는 제대로 된 진단 및 치료의 가능성을 낮추고 치료시기를 늦추게 된다. 이에 따른 결과는 단순히 ADHD가 갖는 과잉행동이나 주의력 결핍의 문제 해결을 늦추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ADHD 아동들이 겪게 되는 주변 환경(가정, 학교, 또래관계)으로부터의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나무람, 지적, 꾸중, 체벌, 따돌림 및 고립 등으로 인해 부정적인 자아상, 낮은 자존감, 자신감 결여, 우울, 불안, 난폭한 성격, 반항 등의 문제를 초래하게 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 문제가 누적되어 결국 청소년 시기에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거나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부적응의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모와 아이를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은 산만함이나 주의력 부족의 문제 그 자체라기보다는 ADHD 증상으로 인해 초래된 학습부진, 부모-자녀관계의 악화, 또래 관계에서의 어려움, 우울이나 불안 같은 아이의 정서적 불안정이 아닐까 싶다. 따라서 ADHD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빠른 치료적 개입은 이런 다양한 2차적인 난마들을 끊어내기 위해 더없이 중요하다. 지난번에 이어 이번 기사에서는 ADHD의 다양한 양상과 약물치료에 대해 살펴보자.

3. 우리 아이는 집중도 잘하고 공부도 잘해요. 그런데 어떻게 ADHD가 될 수 있죠?

많은 사람들이 ADHD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 중에는 ‘우리 아이가 집중도 잘하고 머리도 좋다는데 어떻게 ADHD가 될 수 있냐’하는 것도 있다. 주의가 산만하다고 하여 모든 상황에서 집중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ADHD 아이들은 활동에 있어 호불호가 지나치게 확실하여 게임이나 만화영화 같이 본인이 재미있어하거나 즉각적인 보상이 이루어지는 활동에서는 수 시간씩 집중하기도 한다. 단순한 집중력 부족이라기보다는 ‘주의력’과 ‘집중력’이 상충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주의력’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몰두하는 힘을 의미하는 ‘집중력’보다는 좀 더 광의의 개념으로 여러 가지 자극 중에 선택하여 정신적 에너지를 할당하고 유지하며 통제하는 능력이다. 좀 더 쉽게 말해, 하기 싫지만 해야 한다면 주변의 유혹과 지루함에도 불구하고 과제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다. 따라서 ADHD 아동에서 집중력에는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ADHD 아동이라고 해서 즐거움을 못 느끼는 게 아니라면 본인이 즐거워하는 일에 지루함을 느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오히려 목표를 위해 한 가지 일을 꾸준히 지속하여 끝마치지 못하고 쉽게 주의가 흐트러져 이것저것 사소한 것에 관심을 보이며 제한된 시간에 과제를 마치지 못하는 문제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더불어 부모나 교사의 지시를 금세 잊어버리거나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기도 한다. 결국 주의력의 문제는 자기 통제 및 자율성의 부족, 과제에 대한 동기 결여, 계획능력의 결핍 등을 초래하게 된다.

4. 적절한 훈련을 통해서 주의력이 향상될 수는 없나요? 꼭 약을 먹어야 하나요?

ADHD와 관련한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이자 가장 큰 오해는 바로 약물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는 아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뒤따르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모들의 두려움은 ADHD 아이에게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효과적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오해를 더욱더 굳은 신념으로 만들고 있다. 약물치료는 ADHD 아동의 70-80%에서 매우 효과가 있다. ADHD에 대한 관심의 증가와 더불어 1990년대 초 미국국립정신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 NIMH)을 중심으로 ADHD의 치료에서의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비약물치료 중 하나)의 효과성에 대한 논쟁이 있었는데, 이것은 미국 전역의 6개 연구기관에서 약 600여명의 ADHD 아동과 부모가 참여하는 미국 역사상 상당히 큰 대규모 연구로 이어졌다. 연구진들은 약물치료를 시행한 집단이 행동치료에 비해 우수한 결과를 보였으며 행동치료를 약물치료와 함께 시행할 경우 ADHD 이외의 증상 및 기능적 예후에 장점이 있다는 결론을 발표하였다. 물론 이 결과가 약물치료 이외의 치료가 전혀 효과적이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약물치료 뿐만 아니라 교육대책, 인지행동치료, 부모교육, 사회기술 훈련 등의 치료들이 상호보완적으로 이루어진다. 현실적으로 ADHD 치료는 약물에 의해서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약물치료의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약물 효과의 제한과 ADHD에 따른 이차적인 정서 및 행동 문제들로 인해 사회심리적 치료가 병행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약물 효과만으로는 증상개선에 부족하거나 약물의 부작용 혹은 거부감으로 인해 투약이 어려운 경우, 학습결손이나 반항행동, 낮은 자존감 등의 사회심리적 문제가 동반 될 경우에는 대인관계기술 훈련, 학습동기증진 프로그램, 불안 및 우울 장애 치료 등이 함께 이루어지거나 선행될 수도 있다. 또한 증상이 경하거나 주변(가정, 학교, 사회)과의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때는 약물치료 없이 환경 수정이나 부모상담, 행동 수정 등을 우선으로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런 비약물적 치료들이 효과는 있지만 약물치료를 대신할 만한 치료라는 보고는 별로 없기 때문에 약물치료와 함께 병행하거나 약물치료에 제약이 있는 경우에 시행해 볼 수 있겠다.

ADHD는 분명 존재하는 질환이고 수많은 소아 청소년, 더 나아가 성인 중에도 치료를 받아야 일상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들 외에도 ADHD와 관련한 오해들은 무수히 다양하다. 정신의학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것이 매우 난해하고 정신과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ADHD의 진단과 치료가 충분히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것은 ADHD 유병률에 비해 치료를 받는 아동이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전 세계 유병률 5.29%에 비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유병률 대비 치료율은 2013년 기준으로 10% 정도이다.

ADHD로 진단된다고 해서, 약물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우리 아이들의 장점에 눈감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ADHD 증상으로 인해 발휘되지 못하는 아이의 잠재력과 강점이 아닐까. 올림픽에서 금메달만 무려 18개, 총 22개의 메달을 딴 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어릴 때 심한 주의력 부족과 산만함으로 9살에 ADHD 진단을 받고 수년간 약(리탈린)을 복용했다. 약 없이는 책장 한 장도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산만했다고 한다. 그러나 타고난 신체조건과 넘치는 에너지, 성취에 대한 남다른 집중력 등은 펠프스의 어머니가 그를 수영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찾아낸 그만의 고유한 장점이었다. 산만한 정도가 아이의 생활에 지장을 주는 수준이라면 정확한 것을 전문가와 상의해본다는 생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전문가와 함께 아이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해서 아이가 집중하여 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면 ADHD를 극복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조성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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