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건강이 곧 아이 건강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들을 둔 어머니 A씨는 3개월 전부터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에게 전념하기로 하였다. 아이에 대해 더 잘 알고 더 잘 치료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감각통합치료, 놀이치료, 언어치료 등 전국에 잘한다는 치료사를 쫓아다니기에도 부족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허나 요즘 들어 A씨는 부쩍 아이에게 짜증을 많이 내는 것 같아 스스로 깜짝 놀란다고 한다. 분명 예전과는 다른 우울하고 예민한 모습들이 튀어나오곤 하는데 이것이 아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것 같아 두렵기도 하다. 
 

사진_픽셀


발달지연 또는 정서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대개 우울, 불안 등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는 적극적으로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한 수준이다. 아픔을 오래 방치해두게 되면 아이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치료가 필요한데 막상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고 한다. 시간이나 금전적으로 큰 부담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부모들의 고민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 도움의 손길을 뻗기 시작한 곳이 국내에 있다. 

 

# 국내 소아 재활병원의 선두주자, 푸르메 재단 넥슨 어린이 재활 병원 

‘어어엄마아아’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푸르메 재단 넥슨 어린이 재활병원 4층 전역에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서울특별시 마포구에 위치한 푸르메 재단 넥슨 어린이 재활 병원(이하 ‘푸르메’)은 현 국내 유일 어린이 전문 재활병원으로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치과 전문의들이 모여 발달에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치료해주는 곳이다.

이 곳 4층 정신건강의학과에는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증후군), ASD(자폐스펙트럼장애), 발달지연 등 제각각 인생 사연을 가진 아이들이 찾아온다. 아이와 함께 온 엄마들은 유일하게 해방이 허락되는 시간이 바로 외래 진료 시간이라고 한다. 이때 그들은 참아왔던 이야기들을 풀어내기 시작한다. 아이의 변화에 대해 한참을 얘기하고 나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묻는다. “그래서 어머니는 괜찮으세요?” 

 

# ‘이심전심’ 프로그램을 시작

말 그대로 ‘이심전심’이다. 부모들의 고충을 다 이해하기에 장애아동 보호자의 양육, 심리적 어려움을 지원한다. 프로그램은 보호자 대상의 집단부모교육/ 개별심리치료/ 가족치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우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진료를 통해 부모의 현 상황을 파악하고 개별로 치료 계획을 수립해준다. 자녀 발달에의 이해가 필요한 부모들의 경우 집단부모교육을 진행하며, 심층적으로 심리치료가 필요한 부모들의 경우 보호자 개별심리치료와 더불어 가족치료를 병행하면서 아이와의 상호작용 방식을 배우게 된다. 

 

# 최고의 선생님은 부모님

아이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부모님들은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잘 아는 선생님이어야만 한다. 각각의 특성에 맞는 개입이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치료를 이어 나갈지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에 푸르메는 부모들을 소규모 그룹으로 모아 교육을 시행한다. 예를 들어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아 부모의 경우 ABA(응용행동분석) 방식(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이해 III 참고)을 일상에서 적용시킬 수 있도록 배운다. 아이 특성에 맞는 맞춤형 과제와 긍정적 강화를 시킬 수 있는 ‘상’들을 집 안, 집 밖에서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게 말이다. 

 

# 자조모임

푸르메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남욱 과장님에 따르면 엄마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다른 또래 엄마들과 대화에 끼지 못하는 점이라고 한다. “우리 애들은 이제 20개월인데 뒤뚱뒤뚱 뛰어다니기도 해”라고 옆 집 엄마가 말하면 그 말을 들은 한 발달 지연 아이 엄마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 애는 4살인데 아직 못 걷는데…’라고 말이다.

비교가 창궐하는 사회 속에서 이들이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은 유사한 삶을 살고 있는 장애 아동 부모들이다. 서로 자조 모임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생을 통해 위로받고, 공감하고 감정을 환기시키면서 현재를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근래에는 예전과는 다르게 인터넷 커뮤니티가 비교적 발달되었기에 ‘정보 공유’가 실생활이 된 편이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장애 아동 보호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 인력 집단은 보기 쉽지 않다. 푸르메 병원이 앞장서서 도움의 손길을 뻗은 만큼 우리 사회에도 이런 노력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그리고 엄마들은 스스로가 위대하지만 언제나 강인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도움을 향해 먼저 나아갈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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