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해 보자. 집 문 밖을 나서는데 앞에는 차들의 빵빵 대는 소리, 옆에는 서로 마주 선 강아지들끼리 짖는 소리가 이어폰 음량 최대의 소리로 각각 들린다고 말이다. 이토록 시끄러운 세상이 일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들이 살아가는 세계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말 그대로 ‘스펙트럼’, 임상 양상 및 경중도의 범주가 넓은 질환이다. 그중 가장 핵심은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 결여, 상동 행동을 보이는 행동적 매너리즘이 있느냐이다. 이 외에도 반복된 상황을 좋아하며 변화를 거부하는 특징이 있는데, 이런 특징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아이들을 마냥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왜곡된 감각에 대한 반응 또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특징이다. 이 위의 예시처럼 청각이 예민한 경우 그 아이에겐 세상이 너무 시끄럽기 때문에 밖에만 나가면 공격적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외부 자극은 크게(hyper-), 또는 작게(hypo-) 전달될 수 있다. 소리를 작게(hypo-) 받아들이는 경우 사람의 목소리에도 반응을 거의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청각뿐만 아니라 시각, 후각, 미각, 체성 감각(촉각, 진정 감각, 고유 감각) 등 그 외의 감각 대한 감수성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반응 또한 제각각 나타난다.
 

사진_픽사베이


# 감각/정보에 대한 반응 경로 왜곡이 원인

우리의 감각은 신경을 통해 들어오고, 이것이 뇌로 전달되어 정보로 처리되며 운동 또는 감정으로 표출된다. 자폐 스펙트럼 아동들은 이 체계에 오류가 생긴 것이다. 감각전달체계, 정보처리과정 또는 운동기능 이상과 감정 조절에의 어려움을 가져 잘못 유입이 되고 다소 틀어진 감정이 유출된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감각조절이상에 따른 상동증(stereotypies)’을 보이곤 한다. 손을 반복적으로 흔드는 것처럼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는 뜻이다. 자신에게 들어오는 자극이 예민하게 느껴지는 아이의 경우 자극을 잊고 집중력을 확보하기 위해 손을 흔드는 것인 반면 저 강도로 자극이 들어오는 아이의 경우 스스로 각성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치원 모래 놀이 시간에 또래 아이들과 놀지 못하고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멈출 때마다 두 손을 불끈 쥐고 양 귀 옆에 올리고 손을 떠는 아이가 있다고 해보자. 아무것도 모르는 유치원 선생님이라면 아이를 나무랄 것이다. 하나 이 아이는 모래 놀이가 자극으로 느껴지지 않았기에 이를 대체하기 위해 자기 자극적 행동을 했어야 한 것이다. 일종의 특수화된 적응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 왜곡된 감각에의 완충제, 감각통합치료 

‘그렇다면 감각의 정도를 훈련을 통해 조절할 수 있을까’는 접근으로 시작된 치료 방식이 바로 감각통합치료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촉각 감각(접촉), 평형감각(전정 기능), 고유 수용계 (몸 움직임)의 감각을 통합하는 과정에 문제가 부적응 행동을 유발한다고 보고 있기에 이를 중점적으로 치료에 접목시키고 있다. 치료 공, 전정 기관 그네, 평균대, 스케이트 보드 등의 도구들을 이용해 평형감각, 회전 감각을 훈련한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감각적인 자극에 대한 불균형적 반응이 감소되고 정서적 표현력 확장되어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 아이가 시그널을 준다면, 이렇게 

우선 아이들이 노는 동안 유심히 지켜보는 것이 시작이다. 만약 아동이 안절부절못하거나 하품을 반복적으로 한다면 놀이를 즉시 그만두고 기분을 회복시켜줘야 한다. 또한 아동이 흥분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에는 부모님은 자신의 방식으로 아동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예를 들어 아동이 좋아하는 소리를 내거나 가볍게 등을 두드려 주는 식으로 말이다. 알파벳을 배우는 학생에게 영어 소설을 들이 밀면 말도 안 되는 것처럼 자폐 스펙트럼 아동들에게도 감각의 정도를 서서히 높여갈 수 있도록 복잡한 환경에 노출시키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어른의 시선이 아닌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진공청소기 소리만 들으면 소리를 지르거나 주위의 물건을 집어던지는 자폐 스펙트럼 아이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아이가 만약 손을 계속해서 흔든다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진공청소기 소리가 너무 큰 자극으로 들어와 공격적 행동을 보이는구나. 손을 반복적으로 흔들면서 아이는 소리와 싸우고 있는 거구나.’라고 받아들이면 된다. 이 아이가 물건을 던진다고 혼내는 것이 아니라 어서 가서 아이가 안정될 수 있도록 감싸주는 것이 어른들이 할 일이다. 

 

출처 : ‘자폐스펙트럼 장애 A to Z’-양문봉 신석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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