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대가, 파멜라 메이어가 소개하는 ‘거짓말하는 사람 색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거짓말쟁이들은 무언가 숨기듯이 두 팔을 꼬거나 내내 바닥을 응시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짓는다. 했던 질문을 계속해서 반복하거나 본인의 말과 상응하지 않는 제스처를 보이고 가장 숨기고 싶어 하는 사실에 대해서는 다른 내용보다도 강조를 하며 저절로 범죄 피의자와 자신 사이에 거리감을 둔다. 

즉 우리는 이야기를 들을 때 상대방의 표정, 제스처, 눈 돌림 등의 비언어적 표현과 함께 인물 간의 관계를 파악하고 맥락적 흐름까지 캐치한다. 끊임없이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 및 감정’에 대한 생각을 해야지 전체적인 이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화란 알고 보면 꽤나 고차원적인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이런 기술들을 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지 않은가. 대개 정상 발달 과정에서는 4개월에 사회적 미소(social smile)를 띠게 되고 6개월이면 외부인을 경계하여 낯을 가린다. 1살쯤에는 주변 눈치를 볼 수 있게 되고 2살에는 “이게 뭐야?”를 끊임없이 물으며 세상을 언어로 배우기 시작한다. 
 

사진_픽사베이


하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이에게는 이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능력이다. 특히 대명사나 문장의 문법적 개념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은 자폐 아이들에게 무척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그러기에 상황이나 대화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관계 맺기에도 어려움을 보이는데 인간의 감정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적어 상대가 말할 때 눈을 쳐다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은 남들의 눈에 스스로가 어떻게 비칠지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소 튄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즉 아이들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언어만 가르쳐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은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정서적인 교류 속에서 함께 같은 대상을 주의할 수 있어야 하고 사회성 인지 능력이 발달되어야 한다고 한다. 치료는 이 세 가지 핵심에 방점을 두고 접근을 해야 하는데 대표적으로 부모-아이 공동 참여 ‘Floor time’ 기법과 ‘Social stories’라는 사회적 이야기 요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소통의 원을 열어라 , Floor time

부모와 아이가 함께 참여해 자연스럽게 관계 형성을 배우게 되는 방법인 ‘floor time’은 스탠리 그리스펀이 주장한 의사소통과 관련된 대표적 치료다. 아이가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어떤 표정을 짓는지 유심히 지켜보면서 ‘상호 소통의 원’을 여는 것으로 시작된다. 다음, 그 원의 세계에서는 온전히 아이가 스스로 그려나갈 수 있도록 부모는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 중간에 적절한 질문을 던지면서 그 이야기가 다른 길로 새지 않게 도와주는데 이때 질문은 아이의 생각을 자극시킬 만한 것이면 좋다. 곰 인형을 집어던지는 아이에게 “이 곰 인형 에너지 넘친다~ 어디로 날아가는 거야?”처럼 말이다. 아이가 만약 부모의 질문에 대답을 하거나 반응을 보이면 이제 그 원은 완성되는 것이다. 

한편 ‘내 아이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하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질문을 하라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말이 아닌 ‘제스처’를 이용하면 된다. 아이가 장난감 자동차를 밀면서 놀고 있다고 해보자. 이때 부모가 아이 몰래 자동차의 뒤를 밀면 아이는 무언가가 이 장난감을 움직인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동차 뒤쪽에서 밀고 있는 부모의 손을 응시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원’이 완성된 예이다. 물론 ‘말’은 없었지만 서로 소통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Social stories기법 , 부모는 만담 재주꾼

우리에게는 ‘식당이나 체육관 같은 공공장소에 들어갈 때 줄이 있으면 줄을 선다’라는 개념이 있다. 이 개념을 이해하려면 식당과 체육관이 공공장소라는 공통 상위 개념에 포함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상위 개념’과 같이 추상적인 개념, 그리고 ‘공공장소에서 질서를 지키기 위해 줄을 선다’는 사회적 약속을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이들에게 이해시키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 효과적인 것이 ‘상황극(사회적 이야기 요법)’이다. 

우선 아이를 ‘나’로 두고 아이 시각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공공장소에서 줄을 서지 않으면 사람들은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볼 것이다. 이때 ‘대체 왜 사람들은 그렇게 반응하는가? 나는 왜 이런 문제를 경험하는가?’를 주제로 잡는다. 이 이야기 극은 조용한 공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제목은 ‘무엇, 왜, 어디’와 같은 의문문 형태가 좋다. 또한 자폐 아동들은 시각적 효과에 잘 반응하기 때문에 그림을 이용하라고 추천하는데, 내용에 관련 없는 삽화는 과감히 제거해줘야 한다. 끝으로 내용은 육하원칙을 최대한 지키며 생각의 유연성을 가로막을 ‘항상’과 같은 부사 대신 ‘때때로’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도록 추천하는 바이다. 

 

#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고 적극 개입

응급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의 ‘골든 타임’이 있듯이 자폐 스펙트럼 아동에게도 치료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시간이 있다. 내 아이가 발달에 있어 지연이 있지는 않은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사람보다 주변 잡기나 사물에 더 관심을 보이지는 않는지, 유심히 관찰해보자. 아이는 수많은 시그널을 부모에게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때 바로 적극적인 개입이 들어가야 한다. 우리의 예상보다 아이들은 훨씬 더 큰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출처: ‘자폐스펙트럼 장애 A to Z’ – 양문봉/신석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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