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큰 곰 인형과 검지 손가락 만한 작은 원숭이 인형이 있었다. 곰은 누가 봐도 ‘시선 강탈’이었다. “원숭이 인형 줘”라고 선생님께서 지시하자 아이는 계속해서 빨간 곰을 건네주곤 했다.

선생님은 아이의 손에 본인의 손을 포갠 채 “이게 원숭이야”라고 알려주시며 원숭이 인형을 함께 건네보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그 후 계속해서 반복해서 주문을 했다. “원숭이 인형 줘”를 10번 반복하자 4번 정도 진짜 원숭이를 주었다. 그때마다 잘했다며 칭찬과 함께 사탕을 주었다.

몇 회의 치료 후에 선생님은 빨간 곰 인형, 원숭이 인형, 그리고 파란색 상어 인형을 추가해 보았다. 놀랍게도 아이에게 “원숭이 인형 줘”라고 하자 아이는 진짜 원숭이를 선생님께 자신 있게 건네주었다. 

(실제 ABA 치료 참관 내용입니다.)

 

의학에서 일명 Treatment Of Choice라 하면 가장 ‘우선적’ 치료를 일컫는다. 즉,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많은 데이터가 축적된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들 치료법에도 이런 ‘Treatment of Choice’가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ABA치료(Applied Behavior Analysis, 응용행동분석)다. 미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자폐 아동 치료 기관인 May Institute, New England Center, Autism Project Center에서는 이 치료법을 강력히 권고하며 현재 우리나라 치료 기관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는 교육 방식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교사가 전제 자극으로 'A'라는 지시나 명령을 내렸을 때 아동이 'B'라는 올바른 반응을 보인다면 결과 유발 혹은 후속자극으로 'C'라는 칭찬이나 보상을 주면서 올바른 반응을 강화시키는 것이다(A->B->C). 예를 들어 “공을 박스 앞에 놓아 봐”라고 지시했을 때 그대로 따르면 사탕을 주는 식이다.

어찌 보면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들에 적용되는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도 특정 상황에 처했을 때(A) 좋은 결과(C)를 얻기 위해서 무엇을 할지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기(B) 때문이다. 하지만 자폐 스펙트럼 아동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이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뭔가 ‘특별한’ 비법이 필요하다. 
 

사진_픽셀


# 자연스럽게 부적절한 행동 피하기

일반 교육과 다르게 ABA 치료가 가지는 주요 차별 점은 ‘어떤 후속 자극(C)을 주느냐’이다. 물론 칭찬받을 만한 행동을 했을 때 사탕에 가장 잘 반응하는 것은 어느 아이나 마찬가지이다. 허나 잘못을 했을 시 대개 학교에서는 훈육을 하는데, 이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에게 적절하지 않은 방법이다. 벌로 인해 받는 감정 손상이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의 경우 단순히 아이를 꾸짖지 말고 다시금 부적절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다른 행동으로 ‘유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계속해서 자신의 손가락을 빨고 있는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인형을 안겨주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는 인형을 안기 위해 손가락 빠는 행동을 저절로 멈추게 된다. 또는 손을 떨면서 자기 자극 행동을 보이는 아이가 있다면 계속해서 두 손을 모으게 시킨다거나 손으로 작업하는 빈도를 늘려줘 문제 행동을 하지 않게 할 수 있다. 일종의 행동으로 이전에 했던 습관들을 스스로 억제하게끔 하는 전략이다. 

 

# 맞춤형, 반복 그리고 세분화

전체적인 교육은 개별 아이들에게 맞는 수준으로 단계를 세분화하여 각각에게 과제를 주는 식으로 흘러간다.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전 단계를 여러 번 반복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의 경우 ‘패턴’화 된 것에 강하고 ‘연상’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반복 학습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단계 교육에 강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때 개인마다 독특한 특성을 고려하여 ‘맞춤형’으로 접근해야 한다. 집중력이나 인지/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의 경우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너무 지나친 로딩을 주지 않도록 말이다. 

 

#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ABA

치료 안에는 이 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여러 방법들이 적용된다. 이때 ABA에서 쓰인 방법과 결과들은 측정이 가능해 객관적인 데이터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부모가 가정에서도 ABA 치료를 적용시킬 수도 있다. 특수 기관에 가야지만 받을 수 있는 치료는 환경적 제약이 걸릴 시에 바로 쓸모가 사라진다. 허나 ‘언제 어디서나’ 응용이 가능한 ABA 교육은 가정 그리고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기술을 적용시킬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진다. 

 

반복적 패턴 및 행동 추구, 자기 자극 행동, 의사소통 능력 부족. 지금까지 살펴본 자폐 아동 스펙트럼 아이들의 특성이다. ABA 치료에는 이러한 요소들을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고쳐나갈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우리 모두 성격이 다 다르듯이 이 아이들도 모두 각자의 개성을 지니기에 아이들을 획일화된 치료로 몰아넣지 않고 각각을 이해하려고 한 노력도 보인다.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수많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교육 방식인 ABA 치료야말로 진정한 ‘전인적’인 치료이지 않을까.

 

출처: 자폐 스펙트럼 장애, A to Z – 양문봉/신석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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