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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에서 ‘인싸’가 되지 못한다면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3.09 01:18

[정신의학신문 :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언제부터인가 ‘인싸’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인싸 아이템’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마케팅을 하는 일도 흔해졌습니다. 이런 물건쯤 하나 갖고 있지 않으면 또래들과 어울리기 어렵다는 심리를 타고 이런 수식어도 익숙해져 갑니다. 

실상 사람들은 무리에 끼어 있지 않으면 불안을 느낍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주류에서 벗어나는지 스스로 점검하는 것은 긍정적인 면이 있을 수 있고 부정적일 수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성인이 되어 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서로의 개성을 인정하는 성숙된 문화가 있습니다. 그러나 성인이 되기 전이라면, 학교를 ‘정글’이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그 시기의 특유한 잔인함이 있습니다. 조금만 우리와 다르다고 느끼면 밀어내고 따돌리는 행위는 어른들의 세계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녀가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면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에 질환으로 편입된, 발달장애 하위의 언어장애에 속하는 사회의사소통장애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말하기나 이해에는 어려움이 없는데 사회적인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흔히 말하는 ‘갑분싸’와 같이 대화의 흐름이나 분위기를 같이 따라가기 힘든 아이가 있다면 의심해볼 만합니다.

위와 같은 특성은 자폐의 핵심적인 특징이기도 합니다. 사람의 표정을 읽지 못하고, 감정을 감지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사회적 의사소통 장애를 두고 사회인지 역할을 하는 뇌 부분이 발달이 덜 되어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변연계 이상이 원인이라는 가능성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후차적으로 형성된 것이라기보다 발달의 문제로 본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회적 의사소통장애는 인격적인 미숙함과는 구별됩니다. 언어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운 것이 때문에 기능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이 분들은 유머나 속담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이야기를 하거나 심각한 상황임에도 혼자 잘못 이해를 해서 크게 웃어버리는 행동을 보입니다.

 

이런 모습은 어린 시절에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단체생활을 하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이런 점이 쉽게 눈에 띌 것입니다. 또래 문화가 시작될 때 친구들의 문화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입니다. 아이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어려워하고, 또래들이 아이를 불편해하는 모습 때문에 힘들어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부모가 아이의 또래 생활을 민감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아이가 겪고 있는 사회성 발달이 어느 단계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이가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거나 지나치게 충동적인 감정이 나온다는 것이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은 쉽게 눈치 채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아이의 특성을 내성적이라고 단순하게 판단하기보다는 예리하게 감별해낼 수 있는 감각을 기르셨으면 좋겠습니다.

 

만약에 아이가 친구관계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으면, 먼저 공감을 표현하시기 권합니다. 부모님 보시기에 너무나도 사소한 문제로 보여서, ‘그냥 넘겨라’, ‘다른 친구 사귀는 건 어떠니?’와 같이 과정을 살펴보지 않고 손쉬운 결론을 내준다면, 친구 사이에서도 어울리지 못하고 집안에서도 이해받지 못해 정말 고립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아이들은 말 그대로 사회적 관계에서 철회를 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보다는 부모라면 ‘네가 다른 시도를 해보는 것은 어떠니?’, ‘꼭 그렇게 느끼는 것이 다가 아닐 거야’와 같이 친구에게로 돌아갈 수 있는 방향을 같이 찾아보는 겁니다. 아이에게 자신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모님이 격려해주는 것 외에 이를 교정하는 방법을 통해 보완해나갈 수 있습니다. 예컨대 친구들에게 어떻게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나 대화를 마무리하는 것을 일종의 에티켓처럼 배우는 것입니다. 친구가 이런 표정을 지었을 때 어떤 기분일까, 이런 말은 어떤 의미일까 등의 예시로 배워나가는 것입니다. 사회성 향상 프로그램으로 소아 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나 대학병원의 부설기관에 마련돼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벗어나면 사회생활과 연애관계에서 문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즉 친밀한 관계가 너무 어렵거나 사회에서 협동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꼭 사회적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모두 단절감이나 우울감을 경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야말로 아이가 ‘인싸’가 아니어도 행복하게 자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가가 관건이기 때문에 사회적 경험 없이도 충분히 만족한다면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이해하는 사람이란 존재에게는 사회적 교류가 정서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혼자만의 즐거움에서 그치지 않고 타인과 어울리는 법을 배워가도록 독려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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