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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와 우울증의 정체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2.17 00:29

[정신의학신문 :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 1월부터 불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중국에서는 이미 감염 확진자가 3만 명을 넘어섰고, 생후 30일 된 신생아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사람들은 분주하게 위생에 철저하게 신경 쓰고 접촉을 피해 외출도 자제하게 됩니다. 일각에서는 마스크 사재기로 또 다른 형태의 범죄까지 등장하면서 불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몰고 온 사회적 변화는 비단 병원균의 전파만이 아닙니다. 마치 약한 지층을 마그마가 뚫고 나오듯 오랫동안 누적돼온 사회적 불안심리가 가짜뉴스와 확진자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가짜뉴스와 확진자 혐오는 바이러스의 실체를 알지 못하는 막연한 불안감에서 비롯됩니다.

아산에서 격리 생활을 하고 있는 우한 유학생 A씨는 “우한에서 왔다는 이유 하나로 사람들이 지나치게 피하는 모습을 봅니다. 하지만 우리도 이 시설 생활에 충실하고 있고, 위생에 힘쓰고 있습니다. 얼마 있지 않아 격리생활을 풀고 나가는데 색안경을 끼고 손사래 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전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야생동물 도축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는 신종 바이러스이지만, 분명한 것은 전파는 빠르지만 치사율이 2%에 머물고 방역과 위생으로 예방이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보면서 정신질환에 대한 시각도 이와 비슷하지 않은지 생각이 듭니다. 아직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백신도 치료제도 없기에 또 이 질환의 정체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오는 공포감은 사회에서 정신질환에 보내는 시선만큼이나 싸늘합니다. 정신질환은 그저 하나의 질환이지만 여전히 미신의 정의에 걸쳐져 있는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우울증이라고 말한다면 친구관계가 예전 같이 변함없을지, 또는 회사에서는 낙인찍히지 않을지 걱정이 앞서고, 증상으로만 질환을 겪고 있는 변화를 설명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분명 정신질환을 앓는다면 상태가 나아지기까지 회복기를 거치기 때문에 아픈 상황을 일시적으로 겪습니다. 이 상황은 지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현 상황에 대해서 너무 감정대로 지레짐작하고 비관적으로 생각해 관계를 포기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내가 아픈 것이지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이 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저 친구가 내가 우울증을 앓는다고 알더니 표정이 변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판단을 유보하고 만남에 대해서 평가도 미룰 필요가 있습니다. 친구와 만나고 나서 기분이 좋지 않더라도 ‘내가 지금 우울감이 있으니 바로 판단하지 말자’라고 스스로 균형을 잡는 것입니다.

외부환경으로 고립되고 사회적 교류가 없다 보면 의욕의 저하나 부정적인 사고나 감정 때문에 내면적으로 고립되기 쉽습니다. 지금 느끼는 낙인에 대한 두려움은 사회적인 문제도 있겠고, 내면의 두려움이 작용하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질환이 자체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패배시키는 것은 공포와 혐오 그로 인한 고립입니다. 이 고립에서 구원할 수 있는 것은 현실적인 대응과 마음을 연대하는 끈을 놓지 않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울증 진단을 받으면 치료를 시작하면 됩니다. 약물을 먹고 정기적인 운동과 영양 좋은 식단으로 몸과 마음을 돌보면 됩니다.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주변에서 혐오 표현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대부분 비언어적인 표현을 두고 내가 낙인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마음이 자신의 느낌을 현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입니다.

 

우울감에서 벗어나면 어떤 일상을 꾸리고 싶은지 고민해보면서 ‘자신이 할 수 있고, 만족할 만큼’의 일상을 구성하시기 바랍니다. 원하는 시간에 잠을 자고 원하는 시간에 식사를 한다면 내가 이미 삶을 주도해나가고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만족하는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새로운 시도를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우울증을 겪는 분이라면 내가 나아지기 위해서 뭘 해야 할지 고민을 가진 경우가 많지만 뭐든지 억지로 하기보다 치료를 진행하면서 자신감이 붙고 상황이 나아지게 됩니다. 너무 마음을 급하게 먹기보다는 자신이 더 나아질 때까지 기다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주변에 알려서 지지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가족들에게 말한다고 하면 내가 느끼는 고립감, 외로움, 마찰에 대해서 원인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물론 가족이라고 해서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원치 않은 훈수를 듣거나 비난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어느 정도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렸다고 후에 내가 우울증을 잠시 앓았다고 말하는 게 더 지혜로운 선택일 것입니다.

다만 내가 주변에 우울증이라고 알릴 때는 알리고자 하는 목적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결단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 무엇일지 고려하고 전달하기를 권합니다.

 

앞서 언급한 아산에 우한 교민들의 이야기로 돌아가 봅니다. 교민들 격리한 시설에서는 각 방마다 포스트잇을 나누어주었다고 합니다. 방에서 생활하면서 필요한 물품이 있다면 써서 방 밖에 붙여놓을 목적으로 교부한 것이지만 교민들은 이것으로 방문 밖에 “우리를 위해 애써주시는 관계자들에게 감사합니다.”라고 써 붙였다고 합니다. 자신이 견디어내야 하는 영역이 안에서 고군분투를 하더라도 바깥에 있는 사람들과의 교감은 놓치지 말았으면 합니다.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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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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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alnews 2020-03-02 05:00:30

    가짜뉴스?
    코로나 곧 종식된다
    집단행사 취소는 불필요
    겨울이라 모기없다   삭제

    • 김낙영 2020-02-18 11:39:17

      요즘 상황을 반영한 적절한 비유.. 쉽게 와닿네요. 주변에도 우울증인 친구나 지인을 볼때마다 우한 바이러스처럼 피하지는 않지만 그들 스스로가 바이러스의 껍질을 쓰고 자신을 가두고 있는 느낌이 들때가 있어서 안타까웠어요. 어떤 사람들 지인에게 알리고 도와달라고 말합니다. 적극적으로 이겨내려고 하는 사람은 확실히 주위에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도와주려고 하는것 같구요. 편견없이 바라보는 일반인들이 많아지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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