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주변 사람들은 다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까 걱정을 하는데 저는 '나한테 저 바이러스가 오면 좋겠다. 그럼 그냥 병원 안 가고 방에서 앓다가 죽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서 주변의 저런 반응을 보면 '난 왜 이럴까? 왜 이렇게 비정상적인 생각을 하지?' 그런 생각이 들고요.

예전에 사스 돌 때도 그랬고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이 나타났다는 뉴스를 보면 항상 저는 제일 먼저 '내가 걸리면 좋겠다...' 그랬던 것 같아요.

자살에 대해 생각하며 살고 있진 않고 삶이 죽고 싶을 만큼 힘든 건 아닌데 삶이 무의미하고 어떨 땐 그냥 편하게 이대로 계속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어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임찬영입니다. 사연만으론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없지만, 말씀하신 내용을 바탕으로 답변드리겠습니다.

먼저 말씀하신 내용은 삶의 의지가 별로 없다는 내용인 것 같아요. 전염병과 같은 질환에 감염이 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스스로 이상하다고도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자살에 대한 생각은 이분법적인 사고가 아니라, 아래와 같이 정도에 따라 여러 가지 범위일 수 있습니다.

<자살에 대한 생각이 없는 상태 - 때때로 어려울 때 간혹 포기하고 싶다고 느끼는 상태 - 적극적인 삶의 의지가 없는 상태 - 자살에 대한 생각을 간혹 하는 상태 - 항상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하는 상태 - 자살에 대한 적극적인 계획을 하는 상태>

아마 질문자분은 말씀처럼 스스로 죽겠다는 의지가 있다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살고 싶다는 의지가 약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 때로는 굳이 살지 않아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이런 마음이 전염병에 걸려서 삶을 마감하는 것도 좋겠다는 극단적인 마음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정신의학적으로 보기에는 경도의 우울감이나 자살사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경우는 여러 가지입니다. 가장 흔하게는 '우울증'일 생각해 볼 수 있고, 현재 스트레스받는 부분이 있다면 '적응장애'일 수도 있습니다. 또 질환이라기보다는 성격적으로 조금 시니컬하거나 소심한 부분이 말씀하신 내용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요.

질환이라면 상담 또는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성격적인 부분이라면 적극적인 치료까지는 필요한 내용은 아닐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내용만으로는 이런 부분에 대하여 구분을 하거나 답변을 드리기는 어렵네요. 혹여 말씀하신 부분이 지속되고 스스로 도움이 필요하다면 근처의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고 상담을 해보는 것도 추천해드립니다.

 

저는 질문자분에게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운가요?'라고 묻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제 즐거움이란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 무언가를 찾아야 하는 사회인 것 같습니다. 즐거운 활동을 하기 위해서도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요. 내가 즐거운 활동을 생각하고 그에 참여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 노력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지요. 바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이런 노력을 하기 어렵고 반복되는 삶에서 무기력이 의욕저하 등을 경험하곤 합니다. 혹시 질문자분에게도 이런 부분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정신의학적으로 생각을 바꾸는 것보다 행동을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하는 것보다 어떤 활동이라도 해보는 것이 더 좋습니다. 사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해결이 되면 참 좋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작은 활동이라도 꾸준히 해나간다면 현재 경험하고 무기력, 의욕저하 등을 회복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활동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입니다.

자세한 사정을 몰라 확실한 답변을 드리진 못하지만, 도움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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