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온 나라가 난리입니다. 확진자는 늘어가는 것 같고 통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미 지역사회 전염 단계를 넘어 전국 어디서나 나도 모르게 이 병에 걸릴 수 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수천 명의 사망자가 생겼고 사람들이 길거리에 갑자기 쓰러지는 영상을 보니 더 걱정됩니다. SNS에서 이 바이러스는 폐를 영구적으로 훼손시켜 설령 회복되더라도 심한 후유증이 남는다는 메시지도 받았습니다.

요즘은 가벼운 기침 소리를 들어도 놀라고 주변에 외국인이 있으면 피하게 됩니다.

맞벌이 부부라 아이를 집에만 둘 수도 없고 어딜 보내야 하는데 혹여나 바이러스에 옮아오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이렇게 정말 괜찮은 걸까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진_픽셀

 

답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해서 중국 전역으로 퍼지고 인접 국가까지 퍼진 상황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감염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불안의 수준을 넘어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는 공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불안한 것은 정상이고 일정 부분 필요하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불안은 조심하고 관리를 하고 주변을 챙기게 해 위기를 피하도록 도와줍니다. 그렇지만 불안을 넘어 공포 수준이 되면 사람은 공황상태에 빠지고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위기상황일수록 과도한 불안은 경계해야 합니다.

지금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상황에서 과도한 불안을 부추기는 몇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첫 번째 불안의 요인은 “정보의 불확실성”입니다. 지금의 바이러스는 새롭게 발견된 질병이라 아직 밝혀진 정보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전염력이나 치명도, 치료방법 등도 논란이 많습니다. 중국 쪽 상황만 보면 아주 심각해 보이는데 우리나라의 상황은 다르다 보니 혼란을 부추깁니다. 바이러스의 특성에 대해서도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라 여러 추측성 정보가 나옵니다. 정확한 정보가 부족해 생기는 막연함은 사람들에게 불안을 가중합니다. 다만 이 불확실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정확한 정보와 근거가 쌓이면 해소될 여지가 있습니다.


불안을 가중하는 두 번째 요인은 과장되거나 잘못된 정보입니다. 일종의 가짜뉴스입니다. 공식적인 보도가 아닌 SNS나 문자 등으로 퍼지는 과장된 뉴스, 가짜뉴스는 사람의 불안을 공포 수준으로 바꾸어 버립니다. 예를 들어, 이미 코로나 19가 전국 어디서든 걸릴 수 있다거나 걸리면 폐가 영구적으로 손상되어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긴다는 식입니다. 이러한 정보는 의학적으로 완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내용입니다.

현재 시점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되기는 하지만 중국처럼 전국적인 대유행이라 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는 부족합니다. 어디서든 예기치 않게 감염될 위험성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아직 확률적으로 극히 낮은 상황입니다. 질병의 심각성에서도 심한 폐렴은 폐를 훼손할 수 있으므로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코로나19의 폐렴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기 전에 치료되는 경우가 더 많으므로 심각한 후유증이 남는다는 건 확률적으로 낮은 이야기입니다. 이런 내용은 드문 사례에 대한 성급한 일반화입니다. 극단적인 상황을 일반적인 상황으로 묘사한 잘못된 정보는 우리의 공포심만 자극할 뿐입니다. 


불안을 증폭시키는 세 번째 요인은 불필요한 정보입니다. 틀리거나 과장된 정보는 아니지만 불필요한 정보는 그만큼 우리에게 불필요한 불안을 만듭니다. 대표적인 예는 확진자의 이동 경로입니다. 물론 역학조사에서 감염경로를 확인하고 추가적인 전염 예방을 위해 확진자의 이동 경로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그렇지만 일반 대중에게 확진자의 이동 경로는 불필요한 정보입니다.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서 일반적으로 사멸하고 방역 절차까지 마치면 이동 경로에 바이러스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일시적으로 장소를 폐쇄하는 것은 혹시 모를 이차 삼차 감염자를 예방하기 위함이지 그 지역이 위험해서가 아닙니다. 확진자 이동 동선에 대한 불필요한 정보는 ‘저 지역은 아직까지 바이러스가 남아 있어 위험할지도 몰라.’와 같은 불필요한 불안을 높이게 됩니다. 


과도한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는 필요한 정도의 객관적인 정보를 선택적으로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장되거나 잘못된 정도, 불필요한 정보는 듣더라도 반복적으로 걸러 듣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19는 감기 바이러스와 유사한 종류의 변종 바이러스입니다. 사스나 메르스도 비슷한 종류로 주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킵니다. 일반적인 감기는 코나 기관지에서 염증을 일으키고 며칠이 지나면 호전되지만, 이러한 변종 바이러스는 폐까지 침투해 염증을 일으킵니다. 

코로나19의 감염경로는 비말 감염입니다. 주로 기침 및 재채기 등 타액(침)에 의해 전염되므로 밀첩 접촉을 통해 전염됩니다. 코로나19의 경우, 전염력은 메르스보다 강하지만 사스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일부 보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19가 공기 중에 입자로 떠돌아다니며 공기 전염이 된다는 언급이 있었지만, 아직 과학적으로나 역학적으로 근거가 부족합니다.

예방을 위해서는 비말 감염이기 때문에 타액(침)의 전달을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손을 자주 충분한 시간 동안 씻어 주는 것과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소매나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는 기침 예절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호흡기 증상이 있을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코와 입 부위까지 가려서 사용하고 건강한 사람에서도 일상생활 중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코로나-19의 확산 정도나 치명 정도에 있어 중국의 상황과 우리나라의 상황은 다릅니다. 이는 국가 간 위생 관념과 보건의료의 수준에서 분명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국가적 대유행 수준의 확산하고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상황이라고 해서 우리나라 역시 그 정도로 위험하다고 언급하는 것은 과도합니다.

물론 보건당국이나 일반 국민이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극단적인 상황에 대한 불안을 높이는 건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불안은 자칫 중국인 등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심리를 자극하고 사람 간의 기본적인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일수록 개개인은 개인위생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면서 보건당국과 의료환경을 신뢰하고 지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서 보건당국과 의료 인력은 일선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불안으로 위축되기보다는 공식적인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가능한 일상생활을 지속하며 각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때, 지금의 여러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불필요한 외부 활동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전보다는 집 안에서 가족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 겁니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지금의 환경에 맞는 소중한 의미를 찾아보시기를 조심스레 권유드립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외부적으로는 여러 어려움이나 답답함은 있습니다. 다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가운데 가족 간의 소통에서 의미를 찾고 그간 잊고 지냈던 일상생활 중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보았으면 합니다. 음주나 유흥 등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불필요한 생활을 줄이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에서 우리의 불필요한 불안도 차츰 안정될 수 있습니다.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인드랩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경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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