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김경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양육기술에 관심이 많을 텐데요.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둬서 아이를 키워야 할까요?

A. 양육기술에 관해서 말씀드리기 전에 2016년 미국에서 발표된 논문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만 4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모아서 공격성을 측정하고, 동시에 부모님들이 어떤 양육 태도를 하고 있는지 네 가지를 측정했는데요. 첫 번째는 부모님들이 아이들한테 정서적으로 얼마나 잘 지지해주는지. 두 번째는 얼마나 부정적인 표현을 하고, 혼내는지. 세 번째는 아이들이 무엇을 할 때 성공할 수 있도록 얼마나 잘 도와주는지. 네 번째는 아이들의 자율성을 얼마나 존중해주는지. 이렇게 4가지를 측정했고요. 그 후 매년 아이들의 공격성의 정도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6년 동안 측정했습니다. 

4가지 척도 중 어떤 게 공격성에 영향을 미쳤을까요?

논문에서의 결론을 말씀을 드리면, 정서적 지지, 부정적 정서표현, 도와주는 정도 같은 것들은 아이의 공격성 변화에 거의 영향이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자율성만 아이의 공격성이 낮아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연구 시작 시점에 공격성이 굉장히 높았던 아이들과 낮았던 아이들도 자율성의 정도에 따라서 6년 후에 역전되는 양상이 있었거든요.

그러면 나머지 세 가지 도움의 질, 지지적 정서표현, 부정적 정서표현과 자율성의 존중은 다른 게 뭘까요?

 

Q. 아이의 의견을 생각해준다?

A. 네. 정서적 지지, 성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부정적 정서의 표현. 모두 다 아이의 마음이 아닌 엄마의 마음이었던 거죠. 유일하게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것만 아이의 의견을 인정해주고 반영해주는 거죠. ‘그게 큰 차이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Q. 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자율성인지?’가 고민되네요. 

A. 자율성이라는 게 무엇일까요? 아이를 마냥 풀어 두는 걸 자율성이라고 할 수는 없거든요. 한자로 보면 스스로 자(自), 다스릴 율(律)입니다. 영어로도 autonomy고요. Auto는 자기 자신을 뜻하는 거고, nomy는 다스린다는 뜻이거든요. 그러니까, 자율성이라는 게 자기 마음대로 한다는 게 절대 아닌 거죠. 자율성이라는 것은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방식을 아이들한테 잘 가르쳐주는 거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그럼 방목과는 다른 거네요?

A. 그렇죠. 양육기술에 관한 여러 가지 논문들이 공통적인 얘기하고 있는데요. 두 가지 측정을 합니다. 통제, 그리고 지지.

통제가 전혀 없고 지지만 해주는 경우 허용적 양육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조절이 전혀 되지 않고, 굉장히 난폭해지는 그런 양육입니다.

가장 좋은 양육은 권위 있는 양육이라고 하는데요. 통제와 자율성을 적절히 존중해주는 것이 아이들이 자율적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자율성을 키울 수 있는 스스로 자율성을 키울 수 있는 양육이 될 수 있을까요?

 

사진_픽사베이

 

Q. 일단 처음에는 아이가 하게 일단 둬 보고, 아이가 어떤 행동과 결과를 가지고 왔을 때 부모의 생각을 얘기해보고, 그러면 괜찮지 않을까요?

A. 맞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부모님들이 실천하기를 되게 힘들어하세요. 왜냐하면, 당장 내가 보기엔 아이가 너무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고 있거든요. 저도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데 소리 많이 지릅니다. 기다리기 어렵거든요. 

그럼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기존 연구들을 좀 많이 봤는데요. 굉장히 중요한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만 잘하면, 자율성을 가진 어른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방법은 아이들한테 선택권을 제시하라는 겁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거의 다 부모가 결정합니다. 마트에 가면 아이가 저한테 그렇게 물어봅니다. “아빠, 저 과자 사도 돼요?” 그러면 저는 “돼” 혹은 “안돼”라고 결정하죠. 그건 아빠가 결정한 거예요. 

자율성을 존중하는 양육 태도라는 게 뭐냐면, 아이한테 의견을 물어보는 거죠. "이런 대안이 있고, 이런 대안이 있는데, 이런 대안은 장점은 뭐고, 이런 대안은 단점이 뭐다. 너는 어떤 걸 원하니?" 이런식으로요.

 

Q. 그럼 과자는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요? “나 저 과자 사도 돼?”라고 물어봤을 때. 지갑에는 돈이 얼마 있고, 이런 식으로 얘기해야 하나요?

A. 예를 들면, 마트에 가면 아이들이 저한테 “아빠 오늘은 얼마까지 돼요?”라고 물어보거든요. 그럼 제가 “오늘은 8천 원.”이라고 얘기하면, 아이들이 8천 원이 넘는 걸 사고 싶으면 자기의 돈을 내야 하는 거예요. 근데 8천 원보다 저렴한 걸 사면 나머지는 자기가 in my pocket 할 수 있는 거죠.

이렇게 됐을 때 아이들은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굉장한 고민을 하게 돼요. 사도 되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걸 메타인지라고 하고요. 이것이 아이들의 학업성적, 나중에 미래의 성공까지 보장하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 메타인지라는 게 결국 자신의 선택과 그로 인해서 감당해야 할 자기의 몫을 고민하는 거죠. 자기가 선택을 했기 때문에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거죠. 그런 것이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자들은 ‘어떻게든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프레임을 만들어가는 것. 그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이들 키울 때뿐만 아니고요, 직장에서 직원들이 어떻게 임파워먼트를 할 것인가, 이런 조직관리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얘기이죠.

 

Q. 그렇군요. 그런데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은 ‘난 이미 늦은 건가?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지금까지 십몇 년을 계속 내가 선택해 주며 살았는데, ‘듣고 보니까 이렇게 아이를 키우면 정말 좋겠구나!’라고 생각해도 갑자기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잖아요.

A.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죠. 왜냐하면, 그런 것들은 계속 습관이 되어야 하는 거니까요.

저는 아이들을 키운다는 게 뭔지 고민해봤는데요. 아이들이 성장한다는 건 독립해서 혼자 살아갈 수 있는 것, 그러니까 혼자 살아가는 방식을 익히고, 스스로 결정하는 거죠. 그런 것들이 청소년기에 안 됐다면, 지금부터 시작하는 거죠. 지금부터 시작해도 얼마든지 할 수 있고요.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이런 방식들이 비단 아이를 양육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직원들에게 임파워먼트를 해주는 것도 같은 방식입니다. 

그래서 특정 시기에만 할 수 있는 건 아니고요. 언제든지 그런 걸 깨달았다면, 아이들과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고 협상해 나가는 과정, 그게 진짜 자율성을 키우는 좋은 방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Q.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께 조언 한마디 부탁드려요.

A. 저도 아이들이 있고, 제가 옳다고 느끼는 방식대로 잘 자랐으면 좋겠는데요. 지금까지 상황의 변화를 보면 지금 옳다고 느끼는 방식이 미래에는 전혀 맞지 않는 방식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그 책임을 져나가는 것들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항상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스스로 한번 해봐라.’라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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