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박준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언스플래시

 

1990년대

ADHD에 대한 뇌 영상과 유전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진다. 장기적인 치료결과를 비교하는 대규모 연구도 처음으로 시행되며, 세계적으로 ADHD를 치료의 대상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급격히 증가한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뇌 영상 연구의 발전

기존의 연구에서 줄곧 ADHD인 사람들은 전두엽에서의 실행기능이 저하되어 있을 것으로 예측되어 왔었는데, 자메킨Alan Zametkin은 실제로 양전자방전 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PET) 촬영을 통해 전두엽과 기저핵 부위에서 대사활동이 감소한 것을 여러 차례 확인한다.

또한, 과학기술의 발달로 해상도가 향상된 MRI 촬영을 통해, ADHD인 사람들의 전두엽 중에서도 특히 앞쪽(전전두엽)과 기저핵의 크기가 작으며, 그것도 특히 오른쪽이 작다는 것을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하면서, 전전두엽에서 기저핵으로 이어지는 뇌 회로의 발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밝혀낸다.
 

그림1. 자메킨이 PET 촬영을 통해 정상인과 ADHD의 대뇌에서 포도당 대사를 비교함(색이 붉을수록 대사가 활발한 것을 의미함/왼쪽-정상인, 오른쪽-ADHD)

 

유전연구

비더만Biederman은 가족력 연구를 통해 ADHD인 아동의 부모가 ADHD일 가능성이 10~35%, 형제가 ADHD일 가능성이 약 32%, 부모가 ADHD일 경우 자녀가 ADHD일 가능성이 57%라고 보고하였다.

쌍둥이 연구에 따르면, 유전자가 동일한 일란성쌍둥이 중 한 명이 ADHD일 때 다른 쌍둥이도 ADHD로 진단되는 경우가 무려 81%이었으며, 유전자가 동일하지 않은 이란성쌍둥이의 경우에는 29%로 조사되었다. 각각 다른 곳으로 입양된 쌍둥이에게 ADHD에 대한 진단을 시행해보면, 유전적인 영향은 매우 일관되고 강력하게 드러나는 반면, 그들이 처한 가정환경의 영향은 미미하거나 거의 없다고 보고되었다.

이런 연구들을 통해, 부모가 ADHD일 경우 자녀도 ADHD가 많았던 현상은 가정환경이나 잘못된 양육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시기부터 ADHD를 유발하는 유전자의 위치를 찾으려는 연구가 시작된다. 이제 ADHD는 환경에 의해 유발되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 생물학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가설이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된다. 이처럼 ADHD는 생물학적 기질을 타고나서, 가족 내 과도한 훈육을 유발하게 되며, 결국 서로 부정적인 상호작용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림2. ADHD가 매우 많은 가계도 예시

 

성인 ADHD

1990년대 들어 ADHD로 진단된 아동을 추적 관찰한 여러 연구가 보고되기 시작한다. 아동기에 진단된 ADHD 중 70%가 청소년기에도 여전히 ADHD로 남아있고, 성인기에도 66%가 남아있더라는 추적연구도 발표되었다. 또한, CHADD 같은 자조모임을 통해 성인 ADHD가 널리 알려지면서, 주의력 결핍 문제로 정신과 외래에 방문하는 성인이 늘어났고 성인기에도 ADHD가 있다는 개념이 점차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더욱 엄격해진 진단기준

1994년, 진단 및 통계편람이 4판으로 개정된다. 4판에서는 순수하게 주의력결핍만 있는 유형을 다시 받아들였으며, ADHD로 진단하려면 증상이 1) 아동기부터 시작되어야 하고, 2) 가정, 학교, 직장 같은 여러 상황에서 나타나야 하며, 3) 증상으로 인해 삶에 문제가 생겨야 한다는 조건이 추가되었다. 

 

장기적인 치료연구

그동안 ADHD에 대해 수많은 치료방법이 시도되면서, 1990년대에는 장기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내기 위한 국가 주도의 연구가 시행되기 시작했다. 국립 정신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NIMH)에서 주도한 ADHD에 대한 다중치료연구Multimodal Treatment Study of ADHD(MTA)가 바로 그것이다. MTA는 대규모로 수년간 시행된 장기적인 연구로, 메틸페니데이트를 이용한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비교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연구 결과, 메틸페니데이트 처방이 행동치료보다 약 2배가량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암페타민의 치료 효과를 15개월 동안 살펴본 다른 장기연구에서는 암페타민의 치료 효과 또한 매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약물치료와 행동치료 모두 치료하는 동안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지만, 치료를 종결하면 효과가 사라지는 한계를 보였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ADHD에 대한 표준치료는 약물치료+행동치료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된다. 

 

ADHD를 치료의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증가함

1990년대 들어 미국과 캐나다 말고도 ADHD를 치료의 대상으로 인지하고 치료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도 이 시기부터 ADHD에 대한 진단과 치료빈도가 늘기 시작한다. ADHD의 핵심문제는 반응억제 또는 행동억제를 하지 못하는 것이며, 자기조절의 문제라는 관점이 꾸준히 인정받는다. 

ADHD에서 관찰되는 광범위한 증상들을 동반질환의 관점으로 보게 되면서, ADHD의 동반질환이 경과와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한, 꾸준히 발표되는 장기 추적연구 결과들을 통해, ADHD의 장기적인 예후가 그렇게 썩 좋지는 않다는 사실이 뚜렷해진다. 내버려 두면 낫는 병이 아니라, 생각보다 나이가 들어서도 문제가 꽤 남아있는 질환이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CHADD, ADDA, CADDRA 같은 자조모임의 활동과 역량이 놀라울 정도로 확대된다. 이들은 1980년대부터 ADHD에 대한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데 앞장섰으며, 미국의 경우 ADHD 아동들도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여 1990년 ADHD도 장애인교육법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Education Act(IDEA)의 대상자에 포함되도록 만든다.

 

2000년대 - 진단, 원인, 동반질환, 치료방법, 경과 등 모든 측면에서 발전

기존의 약들은 약효가 4시간 정도 유지되기에 낮에 학교에서도 복용해야 했으며 이로 인해 주변의 좋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되곤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2000년대에 온종일 약효가 지속되는 지속형, 서방형 제제가 개발되면서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

또 아토목세틴atomoxetine과 구안파신guanfacine이라는, 자극제가 아닌 새로운 ADHD 치료제 2가지가 FDA의 승인을 받게 된다. 이 약들은 향정신성의약품이 아니기에 습관성이 생길 가능성이 없으며, 약물복용에 있어 심리적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의 전체 유전자 서열이 이미 확인된 상황에서, ADHD 유전연구의 초점은 “전체 유전자 중 어느 부위가 ADHD의 유전을 결정하는가”를 밝혀내는 것에 맞춰지게 된다. 만약 어느 염색체의 어느 위치인지 밝혀진다면, 병태생리와 치료기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ADHD는 단일 염색체의 이상이라기보다, 여러 염색체의 결함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ADHD의 원인에 대한 새로운 이론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ADHD가 동기와 자제력의 문제라는 기존의 이론을 입증해주는 증거들이 더욱 확고하게 축적되고 있다. 또한 국립 정신보건원에서는 수년에 걸친 뇌 영상 추적연구를 통해 ADHD는 정상 아동에 비해 대뇌 피질의 성장과 발달이 지연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동반질환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틱, 학습장애, 불안장애, 우울장애, 적대적 반항장애, 품행장애 등 어떤 질환이 동반되느냐에 따라 증상양상, 예후, 치료반응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동반질환이 각자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인지, 공통된 원인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한 질환이 다른 질환을 유발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ADHD가 동반질환이 매우 많은 질환인 것은 분명하다. [ADHD의 동반질환] 참조

MTA 연구(ADHD에 대한 다중치료연구)는 이후 거의 10년가량 추적관찰을 하면서, 꾸준히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약물치료는 제대로 하면 강력한 효과가 있지만, 철저하게 복용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지며, 약물복용이 중단되면 치료 효과도 사라지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또한,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2013년 미 정신의학회는 성인 ADHD를 고려하여, 진단 및 통계편람을 5판(DSM-5)으로 개정하였다. 이전에는 아동이든 성인이든 9가지 항목 중 6개 이상이 해당하여야 진단이 가능했으나, DSM-5에서는 17세 이상 성인의 경우 9가지 항목 중 5가지 이상만 되면 진단하도록 하였다. 또 이전에는 7세 이전부터 증상이 있어야 진단할 수 있었는데, DSM-5에서는 12세 이전에 증상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기준을 완화하였다.

 

비약물학적인 치료기법의 발전

2000년 이전까지 약물 이외의 치료들은 아직 확고한 치료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던 반면, 2000년도에 들어서면서

1) 부모교육을 통해 부모가 ADHD인 자녀를 직접 훈련하는 방법
2) 부모를 가르쳐서 아동의 사회기술을 훈련하도록 하는 방법
3) 성인 ADHD를 위한 인지행동치료 

등에서 상당한 치료 효과를 보여주는 방법들이 속속 개발된다. 

이외에도 작업기억력 훈련을 통한 주의력 훈련 프로그램(코그메드cogmed)과 뇌파를 통한 바이오피드백 훈련의 일종인 뉴로피드백neurofeedback 프로그램도 개발되는데, 아직은 효과가 있다는 주장과 보다 엄격하게 시행하면 효과가 없다는 주장 사이에 논란이 있다.

 

ADHD에 대한 인지도가 국제적으로 확산됨

세계적으로 ADHD에 대한 연구논문이 급격히 증가하고, 미국 외에도 ADHD 본인이나 가족이 참여하는 자조모임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북미와 유럽 외에도 세계적으로 ADHD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더욱 높아지면서, ADHD 세계연맹World Federation of ADHD 같은 단체도 만들어진다. 
 

그림4. 유럽 ADHD 자조모임

 

이런 배경에는 인터넷을 통해 ADHD와 관련된 정보의 확산과 접근이 쉬워진 환경이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유튜브를 통해서도 수많은 자료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과거 나라마다 ADHD에 대한 원인, 치료의 개념이 조금씩 달랐던 반면,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다른 나라의 최신정보를 즉각적으로 접하면서, 이런 벽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즉, 나라마다 달랐던 ADHD에 대한 이해가 점차 비슷해지고 있다.

이제는 치료자가 ‘ADHD는 어린 시절의 잘못된 양육 때문에 일어난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환자나 보호자가 인터넷을 통해 직접 찾아보고 ‘ADHD에 분석적 정신치료는 효과가 없고, 약물치료나 근거가 입증된 인지행동치료가 최첨단 치료’라는 것을 직접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제야 ADHD라는 질환의 개념이 널리 인식되기 시작했다. 30년 전 미국의 사이언톨로지 현상처럼 미디어로 선동하고,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근거 없이 비판하는 현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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