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정신
[정세상] LOL 롤토체스, 심리학으로 알아보는 승리방법정신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9.12 00:43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LOL 게임에 롤토체스라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이 생겼죠. 마작 또는 체스와 비슷한 형태의 게임인데요. 기존의 게임이 상대팀을 부숴야 하는, 액션과 전략이 공존되어 있는 형태라면, 롤토체스는 액션은 거의 없고 전략에만 치중되어 있는 게임입니다. 

롤토체스는 포커나 마작과 같이 캐릭터 카드를 모아서 더 강력한 패를 만들고 상대방과 싸워 이겨 정해진 체력을 다 깎아 없애는 것이 승리의 요인이 되는 형태의 게임입니다. 총 8명이 플레이하며, 서로 돌아가면서 1 : 1로 싸워 최후의 1인이 우승하는 형태입니다. 롤토체스는 매 라운드 돈이 지급되며 자신이 그 돈을 써서 카드를 가지고 올지, 그냥 돈을 모을지 결정을 하면서 게임이 진행됩니다.
 

사진_리그오브레전드 홈페이지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사람들은 두 가지 전략 형태로 나누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한 가지는 초반에 경쟁적으로 싸워 돈을 모으는 ‘연승 코인’ 전략이고요. 다른 한 가지는 초반에 일부러 지는 ‘연패 코인’ 전략입니다.

이렇게 전략이 나누어져서 공존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는 심리학 실험이 있어, 오늘은 그것에 대해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진화심리학에서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형태로 실험을 진행합니다. 그중에 대표적인 방식이 게임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방식입니다. 여러 가지 전략을 게임 안에 넣고 어떤 전략이 살아남는지를 보는 방식입니다. 진화적으로 어떠한 전략을 취했을 때 유리해지는지를 보는 것이지요.

 

가장 유명한 실험이 ‘매파와 비둘기파’ 실험인데요. ‘매파’의 전략은 상대방을 만나면 무조건 싸웁니다. 비둘기파는 최대한 싸움을 피하고 타협하려 합니다. 매와 비둘기가 만나면 항상 매가 이기는 구조이지요.

언뜻 생각해보면 모두 다 매파 전략을 취할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집단 내에 매파의 수가 많아지면 서로 다 적극적으로 싸우려 들기 때문에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싸움이 많아집니다. 이때 오히려 적당히 타협하는 비둘기파의 적응도가 올라갑니다. 그러면 점점 비둘기파의 수가 늘어나게 되겠지요.

그렇다고 비둘기파가 많아져도 문제가 생깁니다. 이 상황에서 매파가 한 마리라도 생기면 이 매파의 적응도는 어마무시하게 올라가게 됩니다. 만나는 개체마다 비둘기파이니, 싸움을 걸면 다 이길 테니까요. 

게임의 횟수가 많아지면 매파와 비둘기파가 일정한 비율로 수렴을 해서 집단이 안정화가 되는데요(예를 들면, 매파 70%, 비둘기파 30%). 이를 ‘진화적으로 안정된 상태(Evolutionarily stable state, ESS)’라고 부릅니다.

ESS에 도달한 상태에서 어느 한 개체가 벗어난 전략을 취하면 그 전략은 다시 불리해지기 때문에 변화가 생겨도 다시 ESS로 수렴하게 됩니다. 그래서 안정된 상태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주변에 어떠한 전략을 취하는 개체의 수가 하나의 환경이 되어 거기에 적응을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결국은 눈치 싸움입니다.

 

이 게임 이론에서 꼭 한 개체가 ‘매파’ 전략만, 또 ‘비둘기파’ 전략만 취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전략을 선택할 수 있게 하여도 ESS로 수렴하게 됩니다. 주변에 ‘매파’가 많아 보이면 자연스럽게 ‘비둘기파’ 전략을 취하는 것이고요. 주변에 ‘비둘기파’가 많아 보이면 자연스럽게 ‘매파’ 전략을 취하는 것입니다. 왜냐 그것이 생존에 가장 유리하거든요.

LOL 롤토체스도 위와 같은 이론을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분명 롤토체스도 ESS가 존재합니다. 연승 코인 전략만 난무하게 되면, 매파와 같이 서로 싸우려 들어 손해를 보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에 연패 코인 전략이 유리해집니다. 연패 코인 전략만 난무하게 되면, 연승 코인 전략이 당연히 유리하게 되겠지요. 

게임이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특정 비율에 수렴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비율에서 벗어나는 순간 손해를 감수해야 하거든요. 결국 눈치 게임입니다. ‘연승 코인 전략’이든 ‘연패 코인 전략’이든 완벽한 전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주변에 연승 코인 전략이 많아지면, 연패 코인 전략이 유리해지는 것이고요. 연패 코인 전략이 많아지면, 연승 코인 전략이 유리해지는 것입니다. 이 눈치 싸움에서 가장 빠른 사람(ESS로 빨리 수렴하려고 하는 사람)이 게임에서 승자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전체 판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승패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지요. 내 패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게임을 잘할 수가 없습니다. 게임의 승패는 ‘전반적인 흐름이 어느 쪽으로 치우쳐졌냐.’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롤토체스 게임에서 높은 승률을 올리고 싶으신가요? 그러면 다른 플레이어가 이 타이밍에 어떤 전략을 취할 확률이 높은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그 관심이 분명 여러분의 게임 승률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하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릴게요. ESS에서 벗어나는 순간 당신의 적응도는 떨어진답니다.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인터넷신문윤리강령이메일무단수집거부CONTACT
(주)정신건강연구소  |  정신의학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105-87-08929  |  등록번호 : 서울, 아03874  |  등록일자 : 2015년 8월 25일  |  발행·편집인: 박소연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자하문로 17길 보광빌딩 12-10  |  대표전화 : 070-7557-9104  |  팩스 : 02-320-60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선우
Copyright © 2019 정신의학신문-의사들이 직접 쓰는 정신 & 건강 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 Back to Bot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