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정신
롯데 자이언츠 유발성 우울증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7.03 05:18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야구를 볼 때마다 답답하고 속이 터집니다. 특정 자극으로 유발된 우울감과 불안감이 2주 이상 강하게 지속되고 일상생활에 피해를 끼친다면 ‘OO 유발성 우울증’이란 진단이 가능해집니다.

매년 5월경부터~ 9월까지 주기적으로 저는 스트레스와 두통이 생깁니다. 무기력하고 의욕 없는 선수들을 보면 힘이 빠지고 일도 하기 싫습니다. 잘나가는 두산, LG팬들을 보면 자괴감과 열등감이 생기고 ‘야구 좋아하세요? 어디 팬이세요?’란 질문에 피하게 됩니다. 롯데 유발성 우울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좋지 않은 결과를 뻔히 예상하면서도 승률 38%의 팀을 응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992년 마지막 우승 이후, 항상 패배가 익숙했습니다. 꼴데, 꼴리건, 사직구장 패싸움, 8888577의 비밀번호 시절, 불행했거나 존중받지 못한 롯데의 레전드들. cctv 사건, 프랜차이즈 스타를 푸대접하는 프런트, 열악한 구단시설. 2년을 못 채우는 감독님들.

롯데팬이어서 슬펐던 나날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삼성, SK, 두산은 말할 것도 없고 기아, 키움팬이나 NC팬들이 부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흔히 한화팬들을 보살이라고 하는데 한화는 전신인 빙그레 시절까지 합치면 통산 승률이 5할을 훌쩍 넘는 강팀입니다. 또한 장종훈, 송진우, 정민철, 구대성 등 프로야구 역사를 수놓았던 레전드들과 팬들에 대한 예우가 롯데와는 비교가 안됩니다.

 

롯데 자이언츠 로고

 

27년간 지켜본 롯데의 팀컬러를 말씀드리자면, 역전패의 명수, 끈기 없는 야구, 이기고 있어도 이긴 게 아니다, 팬들과 소통 못하는 팀입니다. 작전 성공률, 득점권 타율이 최악이고 주자 있는 상황에서는 여지없이 팀배팅이 아닌 병살타와 잔루가 쌓입니다. 어이없는 실책, 무사 만루에서 1점도 내지 못할 경우의 수가 이리도 많을 수 있구나. 특히나 최근 있었던 낫아웃 끝내기패배는 '느그가 프로가'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롯데는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팀입니다. 꼴찌를 도맡아 하면서도 1군 선수들 연봉은 2억원이 넘습니다. 배가 불렀다, 귀족이다, 거만해졌다 등의 비난이 난무하지만 선수 몇몇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가 심각합니다. 10개 구단에서 가장 적은 연습량, 루징 멘탈리티, 충동적인 투자, 태만이 가득한 프런트, 총체적인 난국입니다.

 

팬도 선수들도, 프런트도 에너지와 활력이 없고 무기력이 학습되어 있습니다. 매일 실패가 반복되는데도 개선할 의지가 없고 변하고자 하는 노력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대충 버티고, 실패해도 퇴근할 생각에 허허허, 야구선수인지, 칼퇴근 공무원인지, 특히 9회말이나 연장승부에선 집중력이 더 떨어집니다. 팀 전체가 우울증에 걸린 것이지요.

스포츠, 그중에서도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야구팀이라면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해 인지해야 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기대하고, 힘든 하루를 오직 야구를 보면서 위로받고 환기시키는지 깨달아야 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야구를 안 보거나 응원팀을 바꾸는 것인데 고향이 부산이라 이것이 도저히 힘들다면 기대를 낮춰야 합니다. 하지만 과거 추억 속의 염종석과 주형광을 기억하기에 애정인지 집착인지 모를 기대로 또 실망을 반복하지요.

올 시즌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아마 롯데는 야구를 못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롯데를 응원하겠지요. 매번 운동해야지, 영어공부해야지 하며 며칠 만에 포기하는 나약한 내 모습이 투영된 동질감을 느낍니다. 삶이란 실패의 연속이고 지난 26년간 롯데도 그러했지요. 30대 후반인 제 인생 역시 실패로 가득했습니다.

모두가 류현진이나 이승엽이 되지는 못합니다. 안타까운 패배와 좌절,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2군 선수들, 끝내기 안타를 맞고 고개를 푹 숙이는 그들의 지친 어깨가 내 삶과 더 닮아있음에 저는 아직도 롯데를 놓지 못하는가 봅니다. 우승도 기적도 바라지 않습니다. 하루아침에 많은 것이 달라질 거라 믿지도 않습니다. 다만 오늘의 열정과 파이팅이 내일로 이어지고, 한 번의 스윙이, 한 번의 도루가 켜켜이 쌓여서 아주 작은 변화가 되기를.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지만 우리는 때로 패자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약자의 모습에 더 울컥해집니다. 무기력하게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지겨운 루틴을 버텨내는 것, 게으름과 나태함을 이기고 매일 티끌만큼 발전하는 모습에 내일이 있다고 믿는 것만이 우울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지금 롯데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선수 영입도, 감독이나 코치진에 대한 문책성 경질도 아닌 뭐라도 해보자는 생동감. 그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7
전체보기
  • 아무나 2019-07-06 21:15:42

    롯데팬은 롯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부산을 좋아하고 부산갈매기를 좋아하고 프랜차이즈 부산 사나이 레전드 선수들을 좋아할 뿐입니다.
    우울증에서 헤어나는 방법은 부산연고 구단을 롯데에서 기질과 맞는 다른 구단으로 바꾸거나 부산연고 구단을 하나 더 만드는 것입니다.
    팬의 바램만으로는 되지 않는 일이니 이 일을 어쩌랴!   삭제

    • 아무나 2019-07-06 21:04:15

      부산연고 구단을 바꿔야 합니다.   삭제

      • 해체 2019-07-05 16:28:29

        이 팀은 불법 도핑을 해도 안될 듯 싶습니다 최진행처럼   삭제

        • 알레알레알레 블루윙 2019-07-05 08:50:52

          종목은 다르지만 개축 어느팀 팬들하고 비슷한데? ㅋㅋㅋㅋㅋㅋㅋ
          롯데팬들 존경스럽습니다 ㅠㅠ   삭제

          • 롯데팬 2019-07-04 12:02:01

            이제는 팀의 상징이자 응원가인 부산갈매기마저 야구장에서 부를 수 없는 날이 왔고, 팀의 자존심인 이대호 선수도 은퇴하는 날이 다가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길 누구보다 바라지만, 구단주가 이렇게 방치하는데 2008년 같은..부산의 봄날이 다시 올 거 같진 않습니다. 팀은 2008년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간 것으로 보이며, 이제는 팬들도 지쳐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제게 있어서 매일 롯데야구를 본다는건 한편의 막장 일일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롯데가 지면 기분 나쁘고 이기면 좋은..이 증상을 고치고 싶습니다.   삭제

            • 롯데팬 2019-07-04 11:54:31

              저도 선생님과 같은 증세를 앓고 있습니다..저와 비슷한 연배시라 더욱 공감이 갑니다. 저도 박정태,윤학길,김응국 같은 선수들과 92년 우승, 95년, 99년 준우승을 봤습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생각이길 바라지만..이 팀은 누가 영입이 되도, 누가 퇴단을 해도 안되는 팀입니다. 얼마 없는 우승의 순간을 기리는 우승엠블럼도, 비용절감을 위해 제작을 하지 않은 유일한 팀이기 때문입니다..그럼에도 오늘도 야구를 보고 주말엔 고척돔에 가볼 생각입니다...팬에게도 패배의식을 주입시킨 이 팀이 정말 원망스럽습니다만..그래도 응원합니다..   삭제

              • 꼴데팬친구 2019-07-03 22:31:54

                징허네. 꼴데 힘내자. 로이스터감독님 오세요   삭제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인터넷신문윤리강령이메일무단수집거부CONTACT
                (주)정신건강연구소  |  정신의학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105-87-08929  |  등록번호 : 서울, 아03874  |  등록일자 : 2015년 8월 25일  |  발행·편집인: 박소연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자하문로 17길 보광빌딩 12-10  |  대표전화 : 070-7557-9104  |  팩스 : 02-320-60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선우
                Copyright © 2019 정신의학신문-의사들이 직접 쓰는 정신 & 건강 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 Back to Bot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