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조현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스트레스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때,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현대인에게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고통입니다. 하지만 이 괴로움을 능숙하게 덜어낼 수 있는 경지(?)에 오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현실은 만만치 않고, 소위 잡생각은 우리 머릿속을 쉽게 떠나지 않지요. 운동이나 취미활동, 종교 등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 역시 이런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명상은 이미 ‘열풍’이라 불릴 정도로 널리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선 우리나라보다 명상에 대한 관심이 훨씬 높습니다.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은 이미 오래전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뉴욕에는 명상버스, 미술관과 명상을 접목한 투어 등도 있다고 합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통계에 의하면 명상을 하는 미국인 수가 전체의 14.2%로 5년 전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최근 3년간 출시된 명상 앱이 2천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KBS 뉴스, 2018년 12월 19일)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대기업에서 명상 프로그램을 속속 도입하고 있으며 다양한 명상 앱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박찬호 같은 유명인이나 고등래퍼 프로그램의 우승자인 김하온 군이 명상을 생활화하고 있다는 뉴스는 명상에 대해 관심을 더욱 높였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도 이미 임상현장에서 명상을 치료의 수단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좀 더 명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활용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2017년에는 대한명상의학회가 창립돼 활발한 학회활동을 펼치는 중입니다.

 

사진_픽셀

 

그렇다면 명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 더 살펴볼까요. 마음챙김(mindfulness)이란 위빠사나 명상의 싸띠(sati)에서 유래한 용어로 ‘매 순간순간의 알아차림’을 뜻합니다. 마음챙김 명상은 남방 불교권에서 2000년 넘게 수행되던 명상법인 위빠사나 명상에서 도입되었습니다.

마음챙김 명상을 대중적으로 체계화한 인물은 존 카밧진(Jon Kabat Zinn) 박사인데요. 그는 ‘특정한 방식으로 즉 의도적으로 현재의 순간에 비판단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 정의했습니다.

이런 설명이 처음에는 와 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환자들을 만날 때 들려주는 가수와 노래를 여러분께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바로 피오나 애플(Fiona Apple)과 그녀가 부른 ‘Across the universe’라는 노래입니다. (원곡은 비틀즈가 불렀지요.)

 

피오나 애플은 굴곡진 인생을 살았습니다. TV 연기자인 아버지와 댄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부모가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았고, 4살 때 부모가 헤어집니다. 8살 무렵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하며 12살에는 성폭행까지 당합니다. 그 이후 섭식장애가 나타나 몸이 깡마르게 됩니다.

그 와중에도 음악적 재질이 탁월했던 피오나는 18세에 첫 앨범 ‘Tidal’을 발표했는데 이 앨범이 650만장이나 팔립니다. 피오나는 1997년 그래미 최우수 여성 록보컬상을 수상하며 그녀의 음악적 재능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습니다. 그녀가 불렀던 ‘Across the universe’의 가사를 한번 볼까요.
 

Words are flowing out like endless rain into a paper cup.
(끊임없이 종이컵으로 쏟아지는 빗물처럼 단어들이 흐르고 있어.)

Pools of sorrow, waves of joy are drifting through my open mind.
(슬픔의 웅덩이와 기쁨의 물결은 열린 내 마음속을 떠돌고 있어.)

Thoughts meander like a restless wind inside a letter box.
(생각은 차분하지 못한 바람처럼 우편함 속에서 정처 없이 흘러.)

Nothing's gonna change my world.
(그 무엇도 내 세상을 바꿀 수 없어)


비틀즈 멤버들이 인도 요가 수행에 심취했던 사실을 떠올린다면 이 가사 내용은 명상의 과정을 묘사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대한명상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처음 명상을 접했을 때 위의 가사와 흡사한 경험을 했습니다. 명상수행 방법 중 하나인 호흡관찰명상을 할 때 오직 들숨과 날숨의 느낌에만 집중해야 하지만, 눈을 감자마자 머릿속에 온갖 상념들이 떠올라 이를 떨쳐내며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명상을 오랫동안 수행하고 습관화하면 결국 후렴구 가사처럼 ‘그 무엇도 내 세상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외부의 스트레스나 혼란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자기만의 내면이 구축됩니다.

피오나 애플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녀가 부른 ‘Across the universe’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동네의 망나니들처럼 보이는 장정들이 서로 싸우고 물건을 던지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인 장면들이 나옵니다. (영화 플레전트빌의 OST였던 만큼 그 영화로 추정됩니다.) 피오나는 그 현장에 같이 있으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옅은 미소까지 띠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릅니다. 뮤직비디오가 끝날 무렵엔 마치 명상하듯 정좌한 자세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잠시 등장하지요.

저는 이 장면이 ‘마음챙김 명상’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녀가 실제로 명상을 수행했는지 여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이 곡을 부르기로 마음먹은 배경에는 자신의 정신적 혼돈과 명상을 수행하듯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가사에 녹아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요?

 

명상을 막연히 ‘아무나 시도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는 분들에게 한 가지 팁을 드리겠습니다. 유튜브에 ‘마음챙김 명상’을 검색하시면 수많은 동영상이 나타납니다. 이 중에 만만한 동영상을 선택하여 내레이션대로 따라 해 보세요. 별로 어려운 게 아니란 걸 경험한 후 명상 앱을 다운받아 사용하거나 관련 서적을 읽어 보는 식으로 점차 경험을 넓혀가길 권해 드립니다. 휴식시간에 피오나 애플의 ‘Across the universe’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것도 명상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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