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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약팀을 응원할까? - 언더독의 반란에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5.06 09:20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예상을 뒤엎고 약자가 이기는 걸 바라는 심리를 언더독 현상이라고 합니다. 원래 이 말은 투견장에서 유래되었는데 아래에 깔린 개(Underdog) 즉, 지고 있는 개가 이기기를 바라는 마음을 의미합니다. 이 표현은 1948년 미국 대선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사용되었는데 당시 토머스 듀이 후보의 당선이 거의 확실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나자 사람들은 트루먼에게 동정표를 던지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트루먼이 제33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진라면은 가장 많이 팔리는 라면이 아니지만 이렇게 맛있으면 언젠간 1등도 하지 않겠습니까?"

이 문구는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감으로 다가가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 크게 기여했고, 광고 이후 매출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약점을 공개함으로써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감성에 호소한 성공사례지요.

 

저는 초등학생이던 1992년부터 롯데 자이언츠 야구팀을 응원했습니다. 92년은 롯데가 마지막으로 우승을 한 해입니다.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 투수 염종석과 100완투에 빛나는 철완 윤학길, 비운의 천재투수 박동희, 레전드 2루수 박정태 등의 활약으로 정규시즌 3위의 롯데는 당시 압도적인 1위 팀 빙그레 이글스를 한국시리즈에서 4승 1패로 꺾고 우승했습니다. 당시 부산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팬들도 롯데를 응원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그 뒤 27년째 롯데는 우승을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 20년 동안은 결승전인 한국시리즈 진출조차 해본 적이 없지요. 프로야구 역사상 롯데보다 못한 팀은 삼미 슈퍼스타즈, 청보 핀토스, 쌍방울 레이더스, 태평양 돌핀스. 딱 네 팀입니다. 모두 성적 부진을 이유로 구단이 사라졌습니다. 롯데는 현재 남아 있는 10개의 야구단 중 신생 구단인 KT를 제외하면 통산 승률이 가장 낮은 팀입니다. 그런데 이미 사라진 구단들과 롯데는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인기지요. 롯데는 성적과는 달리 관객 숫자와 구단 순이익은 1,2 위를 다툴 만큼 인기구단입니다. 심지어 우승을 많이 했던 삼성보다도 인기가 많습니다.

 

사진_픽셀

 

사람들이 약팀을 더 응원하게 되는 심리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우리의 편도체와 해마, 변연계에서는 일어날 확률이 높은 일보다 예상치 못한 사건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뇌는 예기치 못한 사고, 특별한 일, 의외의 변수에 집중력과 주의력의 가중치를 부여하고, 기억할 내용 리스트의 우선순위에 놓게 됩니다. 놀라움은 변연계의 보상회로에서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도파민을 분출하게 하고, 우리는 이 감정을 기억해두었다가 다시 재경험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약팀의 승리, 가능성이 낮은 일을 기대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군중심리의 역반응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A팀이 이긴다고 생각할 때, 그들과는 다른 의견, 즉 마이너리티가 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에 희소성을 부여하고,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어필함으로써 주목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 또한 이 선택은 기댓값과 기회비용이 무척 낮아서, 약팀이 졌을 경우 별로 실망하지 않는데 비해 강팀의 경우엔 이기는 게 당연하고 지면 크게 실망하게 되는 심리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세 번째는 약한 팀에 자신을 투영하기가 더 쉽기 때문입니다. 매번 1등만 하고, 우승을 당연시하는 팀보다는 만년 꼴찌팀에 더 정이 가고 친근한 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보다는 실패에 더 익숙하고, 우리의 치열한 삶은 승자의 짧은 미소가 아니라 패자의 눈물과 더 닮아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게 아니라 하나씩 역경을 극복해나가고 성장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어린아이가 소년을 거쳐 어른이 되듯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감과 고양감, 나도 할 수 있다는 연쇄적 긍정 효과를 발생하게 합니다.

 

그러면 사랑받는 꼴찌와 그렇지 않은 꼴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그들에게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야구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몇몇 선수들, 최동원, 염종석, 윤학길. 항상 부상과 싸웠고, 인내심을 시험받았으며 행운은 언제나 그들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열정은 마이너리티와 스포츠 정신, 때로는 부산이라는 지역을 대표했습니다. 마치 만화 속 주인공처럼 일곱 번 쓰러졌지만 재능과 노력에 비해 모자란 결과에 만족해야 했고 해피엔딩은 없었습니다. 아쉬움과 눈물, 감정의 전이는 선수들과 우리를 동일시하게 했고 응원하는 팀과 나는 희로애락을 공유했습니다.

승리의 영광은 짧고 통한의 패배는 아주 오래 남습니다. 우리 팀이 매일 지더라도 승리를 기대하는 이유는 부정적 기억을 극복하려는 선수들에게, 혹은 자신의 일상에 보내는 응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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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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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전체보기
  • 킹크랩 2019-05-11 13:56:35

    한국은 밴드왜건이 더 강한거 같은데   삭제

    • 페르소나 2019-05-06 15:55:31

      저도 모르게 어느새 약자를 응원하는 마음이
      그런 이유들이군요. 약자팀에 자신을 투영한다...
      공감이 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의학신문 홍보하고 있어요. 요즘은 마음의 병 앓는 이들이 너무 많은것 같아요.   삭제

      • 이강 2019-05-06 12:41:46

        언젠가 롯데가 우승하루있는 기대로..
        내나이 故최동원과 같은 나이.
        죽기전 우승을 봐야 할텐데.   삭제

        • 야호 2019-05-06 11:47:27

          좋은 글 잘봤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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