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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장애, 자신감을 높여 치료한다?
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5.01 07:11

[정신의학신문 : 건대 하늘정신과 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04년 개봉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에비에이터(The Aviator)’에서는 강박장애가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하워드 휴즈는 가장 미국적인 억만장자이자 비행사, 공학자, 그리고 영화제작자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강박장애를 비롯한 여러 정신질환으로 인해 고통받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에서 하워드 휴즈는 세균 감염에 대한 불안감으로 악수를 피하고, 손을 피가 날 정도로 반복해서 씻습니다. 그리고 우유를 마시는 법에 집착하고, ‘그게 우리의 미래야'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는데 이러한 행동들이 강박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사진_픽셀

 

강박장애의 원인으로는 다양한 가설이 있습니다. 정신분석적으로는 억압된 욕구나 충동으로 인해 항문기로의 퇴행으로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 인지적 요인으로는 주변 상황을 과도하게 왜곡해서 위험적으로 인지하여 강박증이 생긴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생물학적으로는 뇌의 전두엽, 선조체, 시상에서 과도한 흥분 및 기능변화가 생겨 강박증이 생긴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최근 <Cell> 자매지 중 하나인 <Trends in Cognitive Sciences>에 실린 논문에서는 강박장애의 원인으로 자신감(self-confidence)이 관련 있다는 주장이 실렸습니다. 약물로 치료가 잘 되지 않는 강박장애 환자들의 뇌에 치료 목적으로 전기 자극을 전달하는 장치를 삽입하였더니 증상의 호전과 함께 자신감이 증가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를 조금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강박장애에 관해 먼저 설명하겠습니다.

 

1. 강박장애란?

강박장애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원치 않는 생각과 행동을 반복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특히 강박적 사고 혹은 행동이 생활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서, 심각한 고통을 겪거나 부적응적 모습이 초래될 때 강박장애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강박사고(obsessions)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침투하는 고통스러운 생각, 충동을 말합니다. 흔히 호소하는 생각으로는 오염이나 세균의 감염과 관련된 불안이나, 성적이나 공격적인 충동, 안전에 대한 집착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강박사고는 내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기에 무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잘 통제되지 않고 반복적으로 떠올라 고통을 겪게 됩니다. 강박사고가 심한 경우에는 극도의 의심과 꾸물거림, 우유부단한 모습이 흔히 동반됩니다.

그리고 강박사고로 인한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 하는 반복적인 행동을 강박행동(compulsions)이라고 합니다. 강박행동은 확인하기, 손 씻기, 숫자 세기, 마음속으로 단어를 반복하기 등이 있습니다. 강박행동의 목적은 불안감의 감소이지, 기쁨이나 만족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본인도 불합리하고 의례적인 행동이라는 걸 알지만 불안을 줄이기 위해 행동을 반복하게 됩니다.

치료로는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위의 치료에도 효과가 없을 때에는 뇌에 전기 자극을 전달하는 장치를 삽입하는 뇌심부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 DBS)을 하게 됩니다. 전기로 자극하는 부위는 배쪽 선조체(ventral striatum)이며, 이 시술을 받은 경우 난치성 강박장애 환자들의 약 70%가 증상이 호전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 심부자극술은 자신감을 높인다.

그런데 심부자극술로 치료를 하는 저자가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은 시술을 받고 증상이 호전된 환자들에게서 자신감 상승이 함께 관찰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기 자극을 높게 설정하였을 때에는 과도하게 자신감을 보이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심부자극술이 자신감을 높임으로써, 강박증상을 호전시킨다는 가설을 제안했습니다. 자신감이라는 것은 우리가 한 행동에 대한 믿음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누로 손 씻기를 한 뒤, 자신의 행위에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손이 깨끗해졌다고 믿을 것입니다. 하지만 강박장애 환자의 경우에는 손을 씻은 후에도 자신의 행동에 확신이 없기 때문에, 더 꼼꼼하게 자신의 손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런데 과도하게 확인을 하다 보면, 물기나 이물질이 남아 있는 걸 보통 사람들보다 더 찾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손이 깨끗하다는 확신이 더욱 없어져 반복해서 손을 씻는다는 것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자신감이 없어 너무 과도하게 주변 위험요인을 찾다 보니, 작은 위험도 크게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자는 시술하는 부위인 배쪽 선조체가 미래를 예측하고 확신하는 기능을 하는 부위이기 때문에 전기 자극이 뇌의 기능에 변화를 줘서 자신감을 올리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러한 자신감의 향상이 행동에 확신을 줘서 강박사고와 불안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사진_픽셀

 

3. 마치며

본 연구는 강박장애를 더 잘 이해하고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강박장애와의 인과관계와 신경학적 변화를 입증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워드 휴즈는 강박장애로 인해 평생을 고통받았습니다. 말년에는 세균에 감염될까 봐 사람들을 피해 숨어 지내다 쓸쓸히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만약 현대의학이 발달한 지금 적극적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더라면 더 적응적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만약 지금 강박증상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셔서 마음의 평안을 얻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양한 관점의 연구를 통해 더욱 효과적인 치료법이 나오기를 기원합니다.

 

* 참고문헌

Julian Kiverstein, et al. (2019) Obsessive Compulsive Disorder: A Pathology of Self-Confidence?,Trends in Cognitive Sciences

Denys, D. et al. (2010) Deep brain stimulation of the nucleus accumbens for treatment refractory obsessivecompulsive disorder. Arch. Gen. Psychiatry, 67, 1061– 1068

Levy, N. (2018) Obsessive-compulsive disorder as a disorder of attention. Mind Lang. 33,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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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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