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경쟁과 스트레스로 가득한 이 사회에서, 자신에게 닥쳐 오는 수많은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이윽고 승리하는 태도를 갖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요,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는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감정을 컨트롤하는 능력이야말로 언제, 어디서나 중요한 가치임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하트 브레인(Heart Brain)이라는 용어를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신경심리학에 따르면, 운동을 할 때 사용되는 심장은 뇌와 같이 지각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심장과 뇌는 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며 소통한다고 합니다. 하트 브레인이라고 불리는 심장은 신경 정보를 인코딩하고 처리하는 등 독립적인 신경시스템을 유지하며 뇌의 신호에 따라 심장 박동뿐만 아니라, 인지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요.

제한된 기회 속에서 경쟁을 치루는 모습 속에서 ‘하트 브레인’이 뛰어난 선수들이 만드는 결과의 차이를 보이지요. 이번 항저우아시아게임 테니스 경기에 대해 중국 포털사이트 ‘소후닷컴’은 한국의 테니스 선수 권순우에 대해 “늘 예의 바른 선수였지만 상대방의 비매너 플레이 때문에 평정심을 잃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권순우는 이번 대회 남자단식 테니스 금메달을 바라보던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입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2회전에서 본인보다 세계랭킹이 500계단 이상 낮은 태국의 카시디트 삼레즈에게 충격 패배를 당했습니다. 권순우는 코트에 라켓을 6차례 내리치고 삼레즈의 악수도 거절,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습니다. 

한국 선수단마저 유감을 표명했고, 권순우는 태극마크의 무게를 잊은 경솔한 행동이었다는 자필 사과문을 내기에 이르렀습니다. 권순우가 이러한 행동을 하게 만든 요인 중에는 소후닷컴이 분석한 것처럼 삼레즈의 비매너 플레이가 있습니다. 삼레즈는 첫 세트가 끝난 뒤 10분 동안 화장실을 가는 등 규정에 허용되지 않는 행동들을 했었습니다. 2세트에서 권순우가 승기를 잡자 삼레즈는 메디컬 타임아웃을 신청했습니다.

삼레즈의 행위가 비매너 플레이였는지 허용되는 심리전이었는지는 논란이 분분합니다. 다만 더욱 크게 살펴야 할 것은, 평정심을 잃은 결과는 충격적이라는 것입니다. 권순우는 이후 복식에서도 목표했던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고 동메달에 그쳤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결코 순탄하지 않으며 하나의 산을 넘으면 또 다른 산이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이런 때에도 스스로를 이길 만큼의 태연한 태도를 가져야만 돌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주변 사람들과 융화할 수 있다는 것이죠.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이에 반해 큰 고난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은 결과는 눈부시게 감동적입니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의 안세영은 지난 7일 결승전에서 중국의 천위페이를 만나 1세트에 무릎을 바닥에 찍어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절뚝이며 겨우 셔틀콕을 받아내는 속에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천위페이를 많이 뛰게 하는 구석구석에의 훌륭한 스트로크를 선보이며 경기를 이어 갔습니다. 

그 결과 2세트에는 많은 점수차로 뒤졌지만 3세트에 오히려 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거머쥘 수 있었습니다. 관객석에 있던 안세영의 부모님조차 기권하라고 소리를 친 상황이었지만, 평정심을 잃지 않은 마지막 한 명인 안세영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운동 경기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삶에서 하트 브레인은 그저 타고난 것만이 아닙니다. 안세영의 마음근육을 키워 준 것은 매일 같은 훈련과 나주의 밤하늘 별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천위페이를 만나 1회전 탈락을 했었고,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천위페이에게 패해 8강에서 짐을 싸야 했습니다. 

안세영은 그때도 무릎이 좋지 않았는데, 천위페이에게 패한 뒤 “무릎이 아니라 실력이 아프다.”라고 했습니다. 이런 안세영은 올 들어 천위페이를 꺾기 시작했습니다. ‘천적’으로 꼽힌 천위페이를 제압하고 세계랭킹 1위를 이룬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성공한 스포츠 선수의 평정심을 가리키는 언사는 넘쳐납니다. “담이 크다.”, “배짱이 좋다.”, “심장이 튼튼하다.”, “결정적일 때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 등입니다. 강한 하트 브레인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외부의 노력들이 결부돼야 달성 가능한 것입니다. 

안세영은 지난 5년간 단 하루도 라켓을 놓고 쉰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이던 5년 전 언론 인터뷰에서 벌써 매일 밤 잠들기 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세리머니를 펼치는 모습을 상상한다고 했었습니다. 상상에서만 끝났을까요? 모래밭에서 셔틀콕을 받아내며 ‘좀비 배드민턴’을 이뤘습니다. 기적을 이룰 하트브레인을 키운 건 그 스스로겠지요.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건강한 하트 브레인을 위해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훈련은 바로 심장 호흡법입니다. 미국 하트매스 연구소 롤린 맥크러티(Rolline Mccraty)가 고안한 이 훈련법은 심장이 뇌에 명령을 주기도 하고, 독립적인 판단을 한다는 뜻에서 심장 호흡법이라고 이름 붙여졌습니다. 심장호흡을 하면 편안한 파동을 통해 평온한 정합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합니다. 

 

첫째, 편안한 자세로 의자나 바닥에 앉아 눈을 감아 봅니다.

둘째, 심장 위에 두 손을 올리고 마음을 집중해 봅니다.

셋째, 다섯을 세며 편안하게 심장으로 천천히 숨을 들이마셔 봅니다.

넷째, 심장에서 내보내는 숨을 다섯을 세는 동안 천천히 숨을 내쉽니다.

다섯째, 천천히 고른 호흡으로 위의 과정을 4-5회 반복해 봅니다.

 

목표를 향해 하트 브레인을 단련시키고 강인한 몸과 마음을 훈련해야 하는 것은 비단 스포츠 선수들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일상에서, 일터에서, 가정에서, 하트 브레인의 단련을 통해 평정심을 유지하고 목표에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위해 노력하며 살아갑니다.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고, 조화롭게 삶의 모든 균형을 잡아 준다면, 심장이 자율신경계와 호르몬계 등에 영향을 주며 정합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시는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건대하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최명제 원장

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건대하늘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국가고시 인제의대 수석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수행평가 전국차석
5개대 7개병원 최우수 전공의상(고려대, 경희대, 이화여대, 인제대, 을지대, 서울의료원)
전문의 홈 가기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