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한경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과에 대한 아주 오래되고 뿌리 깊은 고정관념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정신과는 약만 주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이제는 면역이 됐을 법하지만) 동시에 ‘정신과의사는 약물치료 말고, 정신치료도 같이 해요’라고 말합니다.

정신과의사에게 정신치료라는 말은 삶의 일부처럼 친숙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정신치료(Psychotherapy=Psyche:마음,영혼+Therapy:치료)는 ‘정신을 특별한 약이나 의료기구 같은 것으로 치료한다는 뜻인가?’, ‘싸이코(비하하는 의미로써)를 치료한다는 말인가?’, ‘응? 정말 마음을 치료할 수 있을까!?’와 같은 의문과 오해를 불러일으킵니다. 

이런 편견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정신치료를 간혹 상담치료 혹은 심리치료 등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용어는 정신치료의 본래 의미와 다양성을 담지 못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에 본 기사에서는 정신치료에 대해 7가지 주제로 나누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1. 정신치료의 뜻과 목적, 그리고 대상

정신치료는 치료자와 내담자 간 대화 및 인간관계를 통해 마음을 치료하는 것을 말하며, 내담자가 자기 자신을 이해하도록 돕고, 감정 및 충동, 행동 및 습관, 대인관계 등의 영역에 변화를 주어 일상생활에서 대처능력을 향상하고, 긍정적이고 더 나은 삶의 방식을 갖도록 해주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대상은 정신질환이나 정신적 문제를 갖고 있는 환자뿐만 아니라 고민이 있거나 변화의 동기가 있는 사람들까지 포함합니다.

정신치료에서 치료자와 내담자 간 인간관계는 매우 중요한 그리고 특별한 치료적 요소이며, 정서적 교류, 신뢰 및 협력, 상호존중, 비밀유지, 인생 경험, 영성(Spirituality)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 정신치료를 받는 방법

정신치료는 현 의료체계에서 ‘정신요법’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정신과의사에 의해서, 그리고 의료기관 내에서 시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정신과 진료를 받을 때, 정신과의사가 일반적으로 ‘자, 지금부터 정신치료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하지 않습니다. 치료자는 진료과정에서 정신치료의 다양한 기법을 적절하게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정신과 진료는 정신치료를 항상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만 정신치료를 집중적으로 받고자 할 때는 해당 의료기관에 가능 여부를 문의해 보아야 하며, 다음의 ‘정신치료시간에 관한 사항들’이 일반적으로 적용됩니다.

 

3. 정신치료시간(=회기=Session)에 관한 사항들

• 정신치료는 치료자와 내담자가 1:1로 만나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부부(혹은 연인), 가족, 집단 등 다양한 인원 구성으로 시행될 수 있습니다.

• 치료 횟수와 기간은 다뤄야 할 사안이나 문제, 치료 목표 등에 따라 수회에서 혹은 수년이 될 수 있습니다.

• 1회기당 보통 20분-50분 정도이나 더 짧거나 긴 시간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 정신치료에서 치료자와 내담자 간의 상호 신뢰, 비밀보장은 필수적이며, 본격적인 정신치료 시작 전, ‘얼마나 오래, 얼마나 자주 만날지, 그리고 치료 목표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등 여러 제반사항을 미리 합의하여 결정합니다. 이를 보통 예비 회기(Preliminary session)라고 합니다.

 

4. 정신치료의 유용성

정신치료를 받았던 경우, 75% 정도가 효과를 보이며, 감정과 행동과 연관된 신체 부위 및 뇌의 기질적인 변화가 보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정신치료를 통해, 유병기간이 짧아지고 의학적 문제나 장애의 정도가 줄어들며, 삶의 만족도 역시 증가한다는 많은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5. 정신치료의 종류

문헌에 따르면, 500여 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정신치료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가장 널리 시행되고 있는 9가지의 정신치료에 대해 간략히 설명드리겠습니다.

1) 지지적정신치료 : 실제 임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법 중의 하나로, 내담자가 자신의 자원을 발전시킬 수 있게 격려하고 이끌어 줍니다. 자존감의 향상, 불안의 감소, 대처 방법의 강화 등을 통해 현실에서 좋은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치료 목표입니다.

2) 인지행동치료 : 인지치료와 행동치료를 더한 말이며, 실제로 많은 경우 행동치료 단독보다는 인지치료와 함께 시행합니다. 왜곡되고 해를 끼치는 생각과 행동을 스스로 알아차리게 하고, 이를 합리적이고 유용한 것으로 채워주도록 도와줍니다. 현재의 문제에 집중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습득하는데 중점을 둡니다. 우울과 불안의 해결에 좀 더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3) 정신역동적정신치료 : 무의식에 기원하는 불안이나 부적절한 생각, 어렸을 때의 경험이 현재의 행동이나 정신적 균형 상태에 심대한 영향을 준다는 개념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기인식을 높이고, 삶의 패턴을 변화시켜, 보다 조화로운 내적안정감을 획득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4) 정신분석 : 정신역동적정신치료보다 무의식의 세계를 좀 더 집중적으로 다루며, 내담자의 자유 연상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 치료자는 전이와 저항, 그리고 해석의 기법을 사용합니다. 성격의 변화 및 재구성을 목표로 하고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2~3회, 수년간 시행됩니다.

5) 대인관계치료 : 대인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중요 인물과의 갈등, 사회적 역할의 변화, 사별로 인한 슬픔 등)이 다양한 부정적인 심리 상태를 만들어 낸다는 가정 하에, 대인관계 속에서 적절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 및 해소하고, 원활하게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 초점을 둡니다. 보통 단기간 시행합니다.

6) 변증법적행동치료 : 충동 조절을 하는데 도움을 주는 인지행동치료의 한 종류입니다. 주로 자살사고나 경계성 인격장애, 식이장애 등을 겪는 경우 많이 사용되며, 파괴적인 행동의 책임을 스스로 견뎌야 함을 강조하고, 강력한 부정적 감정을 다룰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7) 가족치료 : 가족 구성원 전체 혹은 일부가 동시에 참여하며, 가족 구성원들 간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의사소통 및 감정표현, 상호작용을 하는데 중점을 두며, 교육과 지지를 제공합니다. 부부 혹은 연인 치료(Couple therapy)는 가족치료의 세분화된 형태입니다.

8) 집단치료 :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치료를 말하며, 치료자뿐만 아니라 참여 구성원들이 치료 대상인 동시에 상호 작용을 통해 긍정적 변화를 주는 치료수단이 됩니다. 보통 지지적이고 교육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대표적으로 단주나 단도박모임이 있으며, 다른 여러 경우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9) 놀이치료 : 유소아가 치료 대상인 경우에 장난감, 인형, 그림, 게임 등을 이용하여 감정을 말로 표현하게 하여, 자기 자신 및 타인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치료법입니다. 대화와 놀이를 적절하게 결합하여 자신의 감정, 행동, 갈등을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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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정신치료의 일반적인 특징

• 정신치료는 보통 아주 명쾌한 답을 주거나 빠른 증상의 호전을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변화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며, 치료자 및 내담자가 이를 이해하고 인내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약물치료는 복용을 중단하면 효과가 금방 사라지는 반면, 정신치료가 가져다주는 변화는 치료를 종결하더라도 매우 오랫동안 지속됩니다.

• 치료 과정은 치료자마다, 치료기법마다, 그리고 내담자와의 관계 및 상황 등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습니다.

• 대개의 경우 치료자마다 선호하는 정신치료가 있으며, 또한 질환 혹은 문제 상황, 내담자의 성향에 따라 더 적합한 정신치료가 있기도 합니다.

• 많은 경우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함께 받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 어떤 경우에는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함께 받는 것이 최선의 치료가 되기도 합니다.

 

7. 정신치료시간 중에 보이는 치료자의 모습

치료자가 1) 말을 많이 하기도 하며, 듣는 것을 주로 하기도 합니다.

2) 성장 과정이나 심리적 외상과 같은 과거를 주로 묻기도 하고, 현재 겪고 있는 사건과 감정을 묻기도 합니다.

3) 원인을 파악하려는 질문을 주로 하기도 하며, 문제 해결이나 대안적 방법에 찾아내려고 하기도 합니다.

4) 직접적인 조언을 하거나, 때로는 화이트보드에 도식을 그리면서 설명하기도 하고, 자신의 내면이나 내적 문제를 스스로 탐색하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5) 과제를 주어, 이를 회기에서 점검하기도 합니다.

 

맺음말

정신치료는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견해가 일반적입니다.

프로이트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신치료는 약 120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정신의학적 치료 중 약물치료(Pharmacotherapy)와 더불어 양대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몇 자 안 되는 본 글로 그 역사와 함의, 그리고 깊이를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독자 여러분께서 정신치료가 어떤 것인지 대략적으로 이해하셨다면, 그것만으로도 본 글의 목적을 충분히 이루었다고 자평합니다.

정신과는 정신질환의 치료뿐 아니라 다양한 삶의 고민과 고난을 해결하기 위해 도움을 주는 전진기지의 역할을 하며, 정신치료는 이를 위한 강력한 무기임을 다시 한번 강조드리면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 참고문헌

1.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신경정신의학 제3판. 서울: (주)아이엠이즈컴퍼니;2017.

2. 홍강의 외. 소아정신의학. 서울: 중앙문화사;2012.

3. 이희. 정신 요법. 서울: 일조각;1995.

4. 전명욱. PACIFIC PSYCHIATRY. 서울: 퍼시픽북스;2011.

5. Glen O. Gabbard 저. 노경선, 김창기 공역. 장기 역동 정신치료의 이해. 서울: 학지사;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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