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한경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비상저감 조치 메시지와 뿌연 하늘, 그리고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보면서,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마저 드는 요즘, 미세먼지가 다양한 정신적 문제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뉴스가 대중매체를 통해 연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의학계는 주로 미세먼지가 호흡기계 및 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왔고, 그 결과 미세먼지가 실제로 인체에 다양한 피해를 주는 것으로 판명이 났으며, 마침내 2013년 발암물질로 지정하게 됩니다.
 

사진_SBS


미세먼지(Particulate matter)는 대기오염물질의 하나로, 지름 10μm이하 입자들인 PM10과 지름 2.5μm이하 입자들인 PM2.5(초미세먼지: Fine particulate matter)로 흔히 분류되며,1) 미세먼지는 흙먼지, 꽃가루, 곰팡이의 포자, 해염 입자 등 자연적으로 형성된 요인도 포함하지만 더 많은 부분은 교통수단이나 산업활동에 의해 생성되는 인위적 물질입니다. 특히 PM2.5의 경우 58.3%가 대기오염 물질이 공기 중에서 반응하여 형성된 황산염(SO2), 질산염(NO, NO2 등) 등이며 그다음이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류와 검댕(16.8%)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PM2.5의 약 2/3가 화학반응에 의해 2차 생성된 오염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2)

최근에는 의학적 관심이 정신건강 영역으로 확대되어, 미세먼지가 우울증, 자살률 증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이하 ADHD: 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자폐스펙트럼장애(이하 ASD: Autism Spectrum Disorder, 자폐증이라도 불립니다), 치매 등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각종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기전은 미세먼지가 코와 폐를 통해, 뇌로 들어가 염증 및 면역반응을 일으키고 이는 뇌조직 손상 및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이어져3) 결국 사고, 감정조절, 행동, 인지기능 등의 문제가 생기는 일련의 과정으로 추정만 할 수 있을 뿐,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정리해 보자면 ‘미세먼지가 마음의 병을 만든다’는 것인데, 이번 기사에서는 정말로 그러한지, 4개의 주제(우울증 및 자살률, 불안장애, ADHD와 ASD, 인지기능 저하 및 치매)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1. 우울증 및 자살률

우울증과 자살률은 정신의학분야 중 미세먼지와 관련하여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주제 중 하나로, 한 달 전인 2019년 2월, 영국정신의학회지(British Journal of Psychiatry)에 메타분석(Meta-analysis)을 이용한 최초의 체계적 고찰(Systematic review)논문4)이 게재되었습니다. (Meta-analysis는 기존 자료들을 한데 모아서, 다시 분석하는 통계 기법을 말하며, Systematic review는 알아보고자 하는 특정 주제의 의학적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엄격한 방법에 따라 관련된 모든 연구를 찾고 선택하여 연구에 포함된 자료를 수집 및 분석하는 논문의 한 종류이며, 증거 수준이 가장 높습니다.)

이 체계적 고찰에서는 미세먼지가 우울증과 자살률을 높인다고 보고한 논문 총 14편을 분석하였는데, 결과는 PM2.5가 우울증의 위험을 약 20% 정도 높이지만 자살률과는 유의미한 연관성이 없으며, PM10은 우울증 및 자살률 증가와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최근 2019년 3월에 미세먼지가 직접적으로 우울증의 위험을 높이기도 하지만, 미세먼지의 매개효과(매개변수: 외부활동시간 및 일조량 감소, 그리고 대인관계의 부족)로 인해 우울증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5)가 보고 되었는데, 이는 병인론의 기존 관점에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하였다는 측면에서 흥미로운 논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연관성이 없다는 음성결과(Negative finding)보고가 올해 3월에 발표되었는데, 2827명의 독일 청소년을 대상으로 대기오염과의 연관성을 조사한 코호트 연구에서 미세먼지가 우울증 증가와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6)

 

2. 불안장애

미세먼지와 불안장애 및 불안증상에 관련된 연구는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입니다. 그 결과를 살펴보면, 대부분 미세먼지가 불안장애의 유병율을 높이거나 불안증상을 악화시킨다는 보고들7-9)이 있으며, 특히 PM2.5가 더욱 연관성이 높다는 연구8,9)들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물론 미세먼지와 관련이 없다는 발표10)도 있습니다.
 

 

3.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자폐증이라고도 불립니다)

먼저 ADHD를 보면, 미세먼지가 ADHD의 위험인자 혹은 발병률을 높인다는 보고들이 있는 반면에 관련 없다는 결과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2018년 9월, Epidemiology에 게재된 논문11)에서 미세먼지와 ADHD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고 밝히고 있으며, 2018년 1월에 개제된 Review 논문12)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음으로 자폐스펙트럼장애(ASD)를 살펴보겠습니다.

ADHD보다는 미세먼지가 ASD의 증상 악화 및 발병률 증가에 영향을 준다는 논문들이 많지만, 연관이 없거나13,14) 일산화탄소(NO)가 ASD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15)도 최근 발표되고 있습니다.

ASD와 미세먼지와 관련된 Systematic Review논문은 2016년에 두 편16,17)과 2019년 3월에 한 편18)이 발표되었는데, 2016년의 두 논문에서는 자료가 제한적이고 더 많은 연구와 증거가 필요하지만 미세먼지가 ASD 발병원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다소 유보적인 결론을 내렸지만, 2019년 논문에서 PM2.5가 ASD의 발병 위험을 약 70% 정도 증가시킨다고 밝혔습니다.
 


4.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많은 연구에서 미세먼지가 인지기능 검사에서의 낮은 수행 점수와 관련이 있고, 치매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2)

2019년 2월과 3월에 각각 발표된 Systematic review논문18,19)에서 PM2.5에 노출이 많이 될수록 인지기능 저하 및 치매의 발병률 역시 증가된다고 밝혔습니다.
 


위의 결과들을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미세먼지와 자살률은 서로 관련이 없는 것 같다.
 2. 미세 먼지 중 초미세먼지(PM2.5)가 우울증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 같다.
 3. 미세 먼지와 불안장애 및 불안증상에 대한 연구 결과는 아직 부족하다.
 4. 미세먼지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에 관한 연구 결과들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5. 미세먼지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 같다.
 6. 미세먼지가 인지기능 저하를 일으키고 치매의 발병을 높이는 것 같다.
 7. 미세먼지가 어떤 기전으로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초미세먼지(PM2.5)가 정신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현재까지 미세먼지와 정신질환에 대한 여러 연구들이 진행되었고 밝혀낸 지식도 있으나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향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보다 개선된 연구들이 계속된다면, 그 결과물을 통해 지금까지의 잠정적 지식이 수정되거나 폐기될 수 있습니다.

 

의학에서 어떤 질환의 원인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어려우며, 인과성을 찾아내기 위한 연구는 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더욱 시행하기 어렵습니다.

단편적인 연구 결과를 마치 진실인 것처럼 확대 해석하거나 단정 지어 주장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걱정과 불안, 나아가 마음의 병을 퍼트리는 비극을 조장할 수 있습니다.

언론은 선정적인 기사와 섣부른 판단을 담은 보도를 자제하고, 학계는 현재의 지식을 신중하고 면밀히 검토하고 좀 더 진실에 가까운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미세먼지로 인한 해악과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응행동수칙 역시 잘 알고 또 잘 실천하고 있으므로, 이 이상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 참고문헌

1. 배상혁, 홍윤철. 미세먼지의 건강영향. J Korean Med Assoc. 2018 Dec;61(12):749-755.

2. 노지현, 정한용, 이강준. 미세먼지와 인지기능. J Korean Neuropsychiatr Assoc. 2018:57(1):81-85.

3. Wang Y, Zhang M, Li Z, Yue J, Xu M, Zhang Y, Yung KKL, Li R. Fine particulate matter induces mitochondrial dysfunction and oxidative stress in human SH-SY5Y cells. Chemosphere. 2019 Mar;218:577-588.

4. Gu X, Liu Q, Deng F, Wang X4 Lin H, Guo X, Wu S. Association between particulate matter air pollution and risk of depression and suicide: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Br J Psychiatry. 2019 Feb 5:1-12.

5. Wang R, Liu Y, Xue D, Yao Y, Liu P, Helbich M. Cross-sectional associations between long-term exposure to particulate matter and depression in China: The mediating effects of sunlight, physical activity, and neighborly reciprocity. J Affect Disord. 2019 Apr 15;249:8-14.

6. Zhao T, Markevych I, Standl M, Schulte-Körne G, Schikowski T, Berdel D, et al. Heinrich J Ambient ozone exposure and depressive symptoms in adolescents: Results of the GINIplus and LISA birth cohorts. Environ Res. 2019 Mar;170:73-81.

7. Shi WY, Zhang Y, Du P, Chen C, Wang JN, Fang JL, et al. Association of ambient fine particulate matters with anxiety in middle-aged and elderly people. Zhonghua Yu Fang Yi Xue Za Zhi. 2019 Jan 6;53(1):71-75. chinese.

8. Pun VC, Manjourides J, Suh H. Association of Ambient Air Pollution with Depressive and Anxiety Symptoms in Older Adults: Results from the NSHAP Study. Environ Health Perspect. 2017 Mar;125(3):342-348.

9. Power MC, Kioumourtzoglou MA, Hart JE, Okereke OI, Laden F, Weisskopf MG. The relation between past exposure to fine particulate air pollution and prevalent anxiety: observational cohort study. BMJ. 2015 Mar 24;350:h1111.

10. Vert C, Sánchez-Benavides G, Martínez D, Gotsens X, Gramunt N, Cirach M, et al. Effect of long-term exposure to air pollution on anxiety and depression in adults: A cross-sectional study. Int J Hyg Environ Health. 2017 Aug;220(6):1074-1080.

11. Forns J, Sunyer J, Garcia-Esteban R, Porta D, Ghassabian A, Giorgis-Allemand L, et al. Air Pollution Exposure During Pregnancy and Symptoms of Attention Deficit and Hyperactivity Disorder in Children in Europe. Epidemiology. 2018 Sep;29(5):618-626.

12. Fordyce TA, Leonhard MJ, Chang ET. A critical review of developmental exposure to particulate matter, autism spectrum disorder, and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J Environ Sci Health A Tox Hazard Subst Environ Eng. 2018 Jan 28;53(2):17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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