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한경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19년은 어느새 1월을 지나 2월에 접어들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새해를 맞이하여 계획한 약속들을 잘 지키고 있는지요?

많은 사람들이 ‘올해는 꼭 살을 빼겠어!’ 하며 굳은 다짐을 합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포기하는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덜 먹고, 더 운동을 한다’는 금과옥조는 지나칠 정도로 간단하지만, 꾸준히 실천하는 분들은 극소수입니다. 온갖 소문난 다이어트 이론과 레시피를 따라 하고, 효과 좋다는 운동법을 하기도 하며, 기구를 사기도 합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잘 되지 않을 때, 어떤 분들은 병원의 문을 두드리기도 합니다.

이처럼 살을 빼려고 병원에 오는 경우, 정신과의사들은 일반적인 의사들과는 달리, 그 어떤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정신과의사가 비만 진료 시, 특별하게 관심을 갖는 영역 및 치료 기법 5가지에 대해 간략히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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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신의학적 문제가 함께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봅니다.

비만은 기분장애, 불안장애, 식이장애, 성격장애, 공황장애 등을 흔히 동반하며, 특히 우울증상과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만이 우울증을 유발하기도 하며, 체중감량이 우울증의 증상을 개선시키기도 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체중 증가는 알고 보면 마음의 병 때문에 생기는 것일 수 있습니다.

정신과의사는 비만에 영향을 주거나 함께 있는 정신과적 문제를 찾아내고 치료해 줍니다.

 

2. 스트레스 관리 및 대처능력을 높여줍니다.

스트레스의 부적절한 대처로 폭식을 하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매우 흔하며, 비만 자체가 스트레스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은 비만에서 벗어나는 데 필수적입니다.

정신과의사는 다양한 스트레스 대처 기술(호흡법, 근육이완, 마음챙김 및 명상, 인지적 재구성, 자기주장훈련 등등)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3. 자기 이미지와 관련된 자존감을 향상시킵니다.

정상체중 혹은 심지어 저체중임에도 살을 빼야 한다며, 병원에 오는 사례가 꽤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의 대부분은 외모에 대한 열등감 더 나아가 자기 비하가 불필요한 체중 감량이나 과도한 성형과 같은 그릇된 미적 추구행동을 유발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자기 스스로가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자존감의 높고 낮음이 결정되기 때문에, 외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은 잘못된 다이어트 욕구를 줄이는 데 필수적입니다.

정신과의사는 자기 자신에 대한 극단적인 또는 왜곡된 신체상(body Image)을 찾아내고, 원인을 탐색하며, 이를 바꿔 주려고 애씁니다.

 

4. 식이 습관의 건강한 변화를 추구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건강한 식단을 시작하거나 유지하려 하지 않고, 각종 매체의 선정적인 보도나 소문에 근거한 유행에 휩쓸려 비과학적이고, 지속 불가능하며, 건강을 해치는 식사법을 시도하다가 실패하곤 합니다.

또한 폭식과 구토, 잦은 간식과 야식, 단식 등과 같은 잘못된 습관을 버리려고 해도 스스로 고치지 못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에 정신과 의사는 약물과 시술 혹은 수술로 체중조절을 하기보다는, 현재의 식이 습관을 좀 더 건강한 방식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서로 소통하며, 다양한 치료적 대화 기술을 사용합니다.

 

5.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도록 도와줍니다.

비만은 만성질환이며,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점차 대세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동안 병원에 꾸준히 오는 사람들은 극소수이며, 거의 모든 경우 시간이 지나면 원래 체중대로 돌아갑니다.

이런 이유로 감량한 체중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정신과 의사는 체중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체중 증가에 취약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스스로 자신의 체중 모니터링하기, 활동적인 생활양식 유지하기, 갑작스러운 체중 변화를 다루는 방법 등의 다양한 전략을 가르쳐주고 실천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위와 같이, 정신과의사들은 ‘체중감량 및 적정 체중 유지’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치료적으로 이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공이 정신과인 만큼 감정과 행동, 수면 등에 영향을 많이 주는 비만치료제(소위 다이어트약)에 대한 지식이 풍부합니다.

 

대다수가 정신과에서 비만치료를 한다고 하면, 의아해합니다.

이 글이 질문의 답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품고, 살 빼는 것을 올해의 목표로 정하신 분들께서 그 소원 꼭 이루시기를 진정으로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 참고문헌

1. 강원섭, 김종우. 비만의 정신과적 접근. Korean J Obes. 2010;19(3):71-7.
2. Zafra Cooper 외/ 김율리, 이영호 공역. 비만의 인지행동치료. 서울: 학지사;2006.
3. 대한비만학회 진료지침위원회. 비만 진료지침(2018). 서울: 청운;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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