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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우울증을 부른다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3.11 05:57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 따르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세계적으로 한 해 700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미세먼지가 호흡기질환, 심장질환, 뇌졸중의 발병과 악화에 영향을 끼치고 사망률도 높인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지요.
 

사진_픽셀


우리가 요즘 들어 매일 아침 출근길에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것은 길거리 대부분의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기 때문이죠.

미세먼지, 초 미세먼지, 중국발 독가스로까지 표현되는 요새 공기는 그야말로 더 이상 한국은 사람 살 곳이 아니라는 한숨까지 나오게끔 합니다.

그럼 미세먼지와 우울증의 상관관계는 어떨까요?

뿌옇고 탁한 하늘과 공기를 매일 접하다 보면 내 마음도 자연스레 짜증 나고 우울해지지 않을까요.

간단히 생각해도 신선한 공기와 햇빛을 접하지 못하면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이 많을 거라는 예상이 드는데 실제로 미세먼지가 우울감에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가 꽤 많이 진행되었습니다.

 

폐를 통해 혈액으로 들어간 미세먼지나 호흡기의 후각세포를 통해 직접 뇌에 도달한 미세먼지가 뇌세포에 염증반응을 일으켜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가 저하돼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세로토닌은 우리 뇌에서 불안하고 짜증 나는 감정을 다스려주고 안정시켜주는 신경전달물질인데 이것이 부족해지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무척 높아집니다.

또한 2002~2010년 동안 서울시에 거주하는 15~79세 2만727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초미세먼지(PM2.5)에 장기 노출되면 우울증 발생뿐만 아니라 자살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결과가 관찰되었습니다.

그때에 비해 지금은 미세먼지 농도가 훨씬 높아졌으니 더 걱정되고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10년, 15년 전을 생각하면 가끔 황사에 대한 이야기나 불평만 간간이 나올 뿐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은 유난 떤다, 오버한다는 핀잔을 듣기가 일쑤였던 기억이 납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100마이크로그램(㎍) 증가할 때마다 우울증이 걸릴 위험은 1.44 배씩 늘어난다고 하는데 당뇨병, 고혈압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엔 1.83배가 더 높다고 합니다.

20-30 대보다 40-50대의 경우 더 위험하며 면역력이 부족한 어린 아이나 노인분들의 경우엔 더 취약한 상황입니다.

지역에 따른 차이점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2002∼2013년 동안 26만5749명을 대상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진행한 코호트연구에서 미세먼지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지역의 자살 위험이 가장 적게 노출된 지역보다 4.03배나 높았습니다.

요새는 친구 몇 명만 모여도 캐나다나 호주 같은 곳으로 이민을 가야겠다거나, 이제 곧 신선한 공기도 사서 마셔야 되는 시대가 올 거라는 얘기를 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런 말들이 농담처럼 들리지가 않게 되더군요.

 

사람의 정신건강, 마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의, 식, 주입니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따뜻한 집에서 쉬고 숙면을 취하는 것은 우울증을 극복하고 예방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입니다.

의식주보다 더 중요한 공기는 어떨까요.

딱히 위의 예시들처럼 연구결과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맑은 공기와 환경이 주는 편안함과 안정감은 우리의 불안함과 예민함을 훨씬 진정시켜줄 거란 예측을 어렵지 않게 해 봅니다.

 

길거리를 지나면서 아 오늘 참 날씨 좋다, 상쾌하다는 느낌을 받아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더 예민해지고 짜증 난 사람들 틈에서 우리는 여전히 일상을 버티어내야 합니다.

미세먼지 시대를 살면서 마스크를 쓰고 물을 많이 마시고 불필요한 외출을 최소화시키는 것외에 하나만 더 명심해야 할 것은, 2019년 3월 현재 모두가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상황임을, 예민한 서로를 위해 약간의 배려와 너그러움이 간절한 시기라는 것을 한 번만 더 떠올려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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