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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식 장애 - 먹고 토하는 나, 정말 괜찮을까?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1.28 04:28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방에서 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로 온 지수씨. 서울 여자들이 다 세련되고 멋있고 무엇보다 엄청 말랐다는데 놀랐습니다. 입시에 집중하느라 외모에 신경 쓸 틈이 없었지만 이제라도 뒤처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어떻게 살을 뺄까 고민합니다.

탄수화물을 좋아하는 지수씨에게 식단 조절은 지옥과도 같았습니다. 파스타, 피자, 김치볶음밥, 삼겹살, 보쌈, 세상 사는 가장 큰 즐거움이 사라졌다는 생각에 사는 재미가 없었습니다. 짜증은 늘고 예민해지고 낮에 억지로 참다가 밤에 떡볶이나 순대를 폭식하는 패턴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수씨는 친구에게 솔깃한 얘기를 듣게 됩니다. "먹고 바로 토하면 살이 안 쪄, 손가락이나 칫솔로 이용해서 하면 돼."

먹고 싶은 걸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찔 수 있다니, 왜 진작 이걸 몰랐을까. 케이크, 아이스크림, 치킨, 고기 등을 마음껏 먹고 바로 화장실로 갔습니다. 아무리 먹어도 살은 조금씩 빠져가니 세상에 이런 기막힌 방법이 있을까요. 60킬로 후반이던 지수씨의 몸무게는 한 달에 1-2킬로씩 서서히 빠졌고 3학년이 되었을 때 지수씨의 몸무게는 50킬로 초반이 되었습니다. 피부가 많이 상했고 속이 쓰리고 생리통도 심해졌지만 사이즈의 압박에서 벗어나 예쁜 옷을 골라 입을 수 있다는 것,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기쁨과 쾌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사진_픽셀


섭식장애는 올바르지 않은 식사 습관을 보이고, 체중이나 체형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흔히 거식증으로 알려진 신경성 식욕부진증이나 폭식증으로 알려진 신경성 대식증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중학생, 고등학생 시절에 많이 시작되며 20대 초반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20배나 많이 관찰됩니다. 전체 여성의 1퍼센트가 발생할 만큼 흔한 질환으로 무용이나 모델, 발레리나, 연예인들에게서 특히 집중적으로 관찰됩니다.

식욕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욕구 중 하나로 뇌의 시상하부라는 곳에서 이를 조절하는데, 섭식중추가 자극되면 배고픔을 느껴 식사 행동이 시작되고, 포만 중추라는 곳이 자극되면 이제 그만 배가 불러라는 신호가 생겨 식사를 그만하게 됩니다. 여기에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작용하여 우리의 식욕을 조절하게 되는데, 섭식장애는 이 시스템에 문제가 생김으로써 발생하게 됩니다.

거식증을 흔히 식욕이 없거나 음식이 싫어서 먹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는 살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야기된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먹은 직후 구토를 하거나 설사약 등을 먹는데, 이 경우 위산의 역류로 인해 구강이나 식도, 위에 상처가 생깁니다. 배가 자주 아프고 예민함과 짜증이 늘면서 탈모도 생길 수 있으며, 호르몬의 이상으로 인한 생리 불순, 갑상선 기능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섭식장애의 종류는 다양하며 처음에는 거식증, 중간에 몇 달은 폭식증, 다시 거식증의 기간을 반복하거나 동시에 경험하기도 합니다. 식욕은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욕구이며 삶에 있어 가장 즐거운 행위인데,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는 마음을 억지로 억압하고 마르지 않은 자신을 싫어하는 것은 결국 나의 몸과 삶, 자신을 부정하는 행위가 됩니다.

가장 필요한 것은 '다시 살이 찌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기 위해 식사 일기를 써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몇 시에 어떤 음식을 먹었고 구토를 했는지 안 했는지를 기록하는 것이지요. 누구와 먹었는지도 중요하며 장소도 적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용은 먹기 전과 먹은 후에 나의 감정이 어떠했는지, 어떻게 변했는지를 최대한 자세히 써보는 것입니다. 일기의 원래 목적이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듯 식사 일기의 의미는 내 몸의, 내 마음의 상태를 내가 깨닫고 객관적으로 보기 위함입니다.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에서 항상 마르고 예쁜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실제로도 마른 사람이 사진 보정까지 해가며 제공하는 시각적인 자극들은 우리를 더 예민하고 강박적으로 만들지요. 거울 속의 나와 그들을 쓸데없이 비교하며 내 자존감을 스스로 깎습니다. 나를 즐겁게 해 주던 음식은 나쁜 것, 부정적인 것이 되어 피해야 할 것이 되지요.

본인에게 가장 어울리고 맞는 체형과 체중을 찾길 바란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마른 몸이 정말로 우월하고 아름답다면 모든 연예인이나 모델들은 카피처럼 똑같은 몸을 갖고 있을 겁니다. 나의 성향, 생활 습관, 스타일, 체형에 맞는 몸과 마음, 무엇보다 나를 사랑하는 자신감을 가졌을 때 비로소 아름다움이 자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봅니다.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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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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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쟁이 2019-01-29 19:53:25

    대중들의 창을 닫고, 굳이 자기들 할 얘기만 하는게. 모순되 보이는군요. 대중의 말에 귀를닫는것 같아 보입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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