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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반응,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다면 충분히 슬퍼하세요<알쏭달쏭 정신과, 열두 번째 이야기>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1.27 12:27

[정신의학신문 :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합니다. 사람의 대표적인 감정을 이르는 말로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있습니다. 이 중에 애(哀)는 슬픔, 비통함, 애달픔을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우리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 대표적인 예는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별일 것 같습니다.

 

​# 애도반응: 상실을 극복하는 과정

우리가 죽음을 경험하는 상황은 다양합니다. 자신을 키워준 부모님의 사망이 가장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죽음일 듯합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동고동락을 같이 했던 배우자의 죽음도 마주하게 되고, 때로는 예상치 못하게 자녀가 먼저 사망하기도 합니다.

누군가 우리 곁을 떠났을 때 깊은 슬픔과 아픔을 경험합니다. 중요한 대상을 상실했을 때 나타나는 정서적 고통을 애도라고 합니다.
 

사진_픽셀


# 애도의 4단계

영국의 정신과의사인 존 볼비(John Bowlby)는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애도반응을 4단계로 구분 지어 설명하였습니다.

- 첫 번째 단계: 충격과 무감각의 시기 (수일~ 수주)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을 때 이를 부정하고 회피하려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실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 분노감을 느낍니다. 일부는 모든 감각이 멍해져서 정신을 잃고 지내기도 합니다. 헤어짐을 예측하지 못한 경우 이 시기는 더 길고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 두 번째 단계: 고인에 대한 강한 그리움의 시기 (수주~수개월)

고인을 보고 싶고 다시 만나고 싶어 찾아 방황하는 단계입니다. 상실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에 고인의 사진, 유품을 하루 종일 바라봅니다. 혹은 고인과 친분이 있었던 사람을 찾아 생전의 이야기를 하염없이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고인을 만날 수 없다는 현실에 좌절감, 분노, 슬픔 등의 감정을 느낍니다.

- 세 번째 단계: 와해와 절망의 시기 (수주~수개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다는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단계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죽은 사람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생각에 허망함, 절망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 시기,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렸다는 느낌이 들고 수면 장애, 식욕저하 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네 번째 단계: 재조직과 회복의 시기 (수개월~수년)

이 시기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떠올리면 슬픔과 함께 과거 긍정적인 감정도 조금씩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강렬하게 느꼈던 상실의 감정도 점차 무뎌지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점차 자신의 생활을 회복하면서 삶의 새로운 목표를 다시 만들어가게 됩니다.

 

# 애도를 위한 사회적인 의식: 장례식

인류 역사 초기부터 현재까지 모든 문화에서는 애도와 관련된 관습, 의식, 행동들이 있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장례 절차입니다. 장례식은 유가족이 고인에 대해 슬픔을 표현할 수 있도록 사회가 시간과 장소를 마련하는 기능을 합니다.

장례식에는 유가족과 친척, 친구, 직장 동료들이 모이고 상실에 대한 슬픔, 분노, 허망감, 죄책감 등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며 고인을 떠나보냅니다. 장례식이 끝난 후 고인의 사망일, 생일 등에 가족들이 모이기도 하는데 이는 고인을 기억 내는 작은 의례입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떠난 보낸 대상에 대한 기억과 감정은 약해지더라도 여전히 남아있게 됩니다.

 

# 충분히 슬퍼해야 하는 이유: 지속성 복합 사별장애(Persistent Complex Bereavement Disorder)

애도반응의 방식은 고인에 대한 평소 감정, 죽음에 대한 예측성, 연령, 성별, 기존 성향 등에 영향을 받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주변의 시선과 엄격한 성격 때문에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억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시간이 흐른 뒤 우울, 불안, 죽음에 대한 몰두, 사회적 고립, 지속적인 외로움과 공허함, 죽음과 관련된 환청과 망상, 사회적 직업적 장애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 오래 지속되거나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정신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고인이 되신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셨나요? 그렇다면 떠난 고인을 위해, 그리고 남겨진 나 자신을 위해 충분히 슬퍼하는 애도의 과정을 거치시길 바랍니다.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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