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정신과, 아홉 번째 이야기>

[정신의학신문 :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ADHD 약물과 인지행동치료의 효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는 전두엽을 포함한 다양한 뇌의 부위에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물질 이상으로 요약해서 말할 수 있습니다. ADHD는 약물 치료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ADHD를 진단받고 약을 먹는다고 모든 증상들이 치료되는 것은 아닙니다. 콘서타(concerta), 스트라테라(Strattera) 등의 ADHD 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60~70% 정도 효과를 보입니다. 성인 ADHD 환자분들이 약물 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를 같이 한다면 상승효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ADHD 인지행동 치료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객관적인 시간 인식의 필요성

우리는 일을 시작하여 끝낼 때 어느 정도 소요될지에 대해 예상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찮고 힘든 일을 하기 꺼리고 미루게 됩니다. 그래서 마감 시간 직전에 일을 몰아서 합니다. 일부 ADHD 환자들은 소요 시간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어 마감 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류를 작성할 때 최소한 4시간은 걸리는데 2시간 만에 할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다시 말해 지루한 일은 실제보다 더 빨리 끝낼 수 있다는 비합리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내가 일을 할 때 실제 얼마나 걸리는지 예측을 하고 실제 시간과 차이를 비교하는 객관화 작업이 필요합니다.
 

사진_픽셀


규칙적인 계획 세우기

일상 행동 패턴에는 규칙성이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볍게 식사를 하고 출근하여 일을 시작합니다. 일을 할 때는 주 단위, 월 단위, 분기별로 처리해야 하는 업무들이 있습니다. 퇴근해서는 집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잠이 듭니다. 업무 중에는 단순하고 일정한 패턴을 세워야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즉 동일한 시간에는 같은 일을 반복해야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없앨 수 있겠죠.

어떤 ADHD 환자분들은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일을 시작하나 이내 지쳐서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일을 처음 시작할 때 혹은 몸이 지치고 힘들 때는 쉽게 할 수 있는 일, 즐거운 일부터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집중력이나 컨디션이 좋을 때, 동기가 높을 때는 복잡하고 평소 꺼려지는 일들을 시도해 보시길 권유드립니다. 일을 하다가 힘들 경우에는 절대 포기하지 말고 휴식기를 가지고 재시도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업무 중 실패했을 경우에는 자책, 자기 비난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충분한 휴식을 가진 뒤에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거절하기 그리고 일의 우선순위 정하기 

일부 ADHD 환자분들은 거절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지도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 부탁을 하면 거절하지 못하고 혼자 모든 일들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일이 점차 쌓여서 정신이 없고 마감시간을 넘기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됩니다. 따라서 내가 해야 하는 일과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는 융통성이 필요합니다.

어떤 환자들은 일에 대한 순서 개념 없이 상황 혹은 순간에 즉흥적으로 반응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상사가 1시간 후까지 결제 맡으라고 한 서류를 작성하는 도중, 급박하지 않은 민원 전화가 오면 민원을 먼저 처리하느라 상사가 부탁한 서류를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곤란한 상황이 생기는 이유는 일의 우선순위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없기 때문입니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에 사람에 따라 효율성, 실행 가능성, 개인적인 목표, 가치관 등 여러 요소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업무의 중요도와 시간의 긴급성일 것 같습니다. 중요성(+) 긴급성(+) → 중요성(-) 긴급성(+) → 중요성(+) 긴급성(-) → 중요성(-) 긴급성(-)의 순서로 일을 처리한다면 효율적이고 실수가 없지 않을까요?

 

깔끔하게 정리하기 

많은 분들이 정리하기를 힘들어합니다. ADHD 환자분들은 특히 사무실, 방안, 차 등의 공간에서 정리정돈이 안되어 힘들다고 호소합니다. 정리를 잘하는 가장 좋은 습관 중에 하나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즉시 버리는 것입니다. 안 입는 옷, 오래된 종이 서류, 광고성 이메일 등을 모아두는 이유는 첫째로 지금 당장 하기에는 귀찮고, 둘째는 언젠가 필요한 순간이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1년 내에 입지 않은 의류는 다시 입을 가능성이 0에 수렴합니다. 정말 중요한 서류는 여기저기 펼쳐 놓기보다는 파일로 만들어 놓으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옷이나 가전제품의 경우 보관 장소를 명확하게 정하고 사용 즉시 제자리에 놓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매일, 매주, 매월 일정한 시간에 정리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성인 ADHD는 약물이 효과적이지만 약 복용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ADHD 인지행동치료를 약 복용과 같이 한다면 분명 상승효과가 있습니다. 한 번 시도해서 안 된다고 포기하지 마시고 꾸준히 약 복용과 함께 꾸준히 실천하시기를 권유드립니다.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모사랑 정신건강의학과
가톨릭중앙의료원 수련의, 전공의
(전) 포천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자문의
(전) 의정부 청소년 쉼터 상담의
대한정신건강재단 해피마인드 상담의, 대기업, 보건소 등에서 다수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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