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정신과, 열 번째 이야기>

[정신의학신문 :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는 임신한 순간부터 어머니와 신체적, 정서적인 상호 작용을 시작합니다. 이러한 관계는 출생 후에도 이어져 다른 관계와는 구별되는 강한 정서적 결속을 형성합니다. 이후 영아는 주 양육자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인지적 표상들을 발달시키게 됩니다. 이를 존 볼비(J. Bowlby)는 애착이론(attachment theory)이라 이름을 붙였습니다.

 

# 왜 초기 애착이 중요한 것일까?

출생 첫 2년에 뇌를 포함한 중추신경계는 80퍼센트 이상 발달이 완성됩니다. 한 번 만들어진 뇌의 회로는 추후 다른 경험에 의해 쉽게 바뀌지 않는 경향성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생애 초기 학대, 폭력, 방임 등을 경험한 영유아들은 편도체(amygdala)를 활성화시키고, 기억회로는 유사한 자극에 특이적인 불안,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합니다. 양육자 혹은 가정에서 반복적인 위협을 경험한 영유아는 언어를 포함한 다른 학습회로가 희생되어 장기적으로 인지능력에 저하를 초래합니다.

출생 초기 2~3년, 양육자에 대한 반응 경향, 상호작용은 신경회로로 형성화되어 내재화됩니다. 영아는 어머니와의 관계를 통해 자기와 타인에 대한 표상, 즉 내적작동모델(internal working model)을 만들게 됩니다. 이러한 애착패턴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행동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안정적 애착을 형성한 성인은 스스로 사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고 주위 사람을 신뢰하는 내적작동모델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반대로 불안정한 애착을 가진 성인은 세상을 위험하다고 간주하고 자신은 사랑받을 가치가 없고 쓸모없다는 내적작동모델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 매리 애인스워스의 애착의 4가지 유형

매리 애인스워스(Mary Ainsworth)는 유아가 새로운 환경에서 낯선 사람을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에 따라 애착을 4가지로 구별하였습니다.

1. 안정적 애착 (Secure attachment): 약 65퍼센트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한 유아는 엄마와 함께 있을 때 자유롭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이를 합니다. 엄마가 사라지면 일시적으로 당황하지만 엄마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 믿고 놀이를 계속합니다. 그리고 엄마가 돌아오면 반갑게 맞이합니다. 이런 안정적인 애착을 가진 유아는 성장한 후에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주변 환경 또한 자신이게 호의적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따라서 신뢰감과 행복감을 가지며 관계를 만들어 갑니다.

2. 불안-회피형 애착 (anxious-avoidant insecure attachment): 약 20 퍼센트

불안-회피형의 유아는 엄마와 함께 놀이를 하다가 엄마가 떠나도 큰 행동의 변화가 없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다시 등장해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즉 낯선 사람, 외부 현상 변화에 감정 변화 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합니다. 이 유형의 유아는 성장 후에 주위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고 누군가와 지나치게 가까워지거나 친밀감을 표현하면 불편함과 두려운 감정을 느낍니다.

3. 불안-양가형/저항형 애착 (Anxious-Ambivalent/Resistant Attachment): 약 10 퍼센트

이 유형의 유아들은 엄마가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낯선 사람과 환경을 두려워하고 엄마에게 매달렸습니다. 엄마가 떨어지려고 했을 때 울고 떼쓰는 등의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습니다. 엄마가 놀이방을 나갔을 때는 무기력해져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엄마가 다시 나타났을 때는 울며 밀치고 소리를 지르는 등의 분노감을 표현했습니다. 양가형의 애착을 보이는 성인은 타인과 지나치게 많이 가까워지기를 원하나 본인이 원하는 만큼 가까워지려 하지 않는 것을 심하게 걱정합니다. 이와 함께 이성으로부터 버림받거나 사랑받지 못할까 심각하게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4. 혼돈형/혼미형 애착(Disorganized/Disoriented Attachment) 약 5퍼센트

혼돈형/혼미형 애착 양상을 보이는 유아들은 앞의 세 유형과는 달리 예측할 수 없는 행동 패턴을 보입니다. 아무 목적 없이 놀이방을 배회하고, 허공을 쳐다보며 멍한 표정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양육자에게 다가갔다가 곧 회피하는 등의 혼재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 안정적인 애착을 위해서는 어떻게 양육해야 할까?

모든 부모님들은 자녀가 건강하고 바르고, 자신을 사랑하고 주변 사람들을 신뢰하는 성인으로 성장하길 원할 것입니다. 안정적 애착을 위한 양육에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아이의 식욕, 수면욕, 배변욕 등의 다양한 요구를 알아차리는 세심함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이런 요구를 적절하게 대응하고 만족시켜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세심함과 대응력에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일부 아기들은 다른 아기들보다 심하게 울거나 보채기도 합니다. 이런 아기의 경우 엄마와 친밀한 신체접촉을 유지하며, 아기의 욕구를 헤아리고 달래준다면 결과적으로 나중에 점차 덜 울게 됩니다. 아기의 욕구를 너무 채워주게 되면 양육자에 대한 지나친 의존성이 생길 것 같지만 실제는 자기 신뢰감을 가지며 독립적으로 성장합니다.

한 아이가 성장하기 위해는 온 마을 사람들이 힘써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녀를 양육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부모 또한 양육 과정에서 지치고 힘들 때가 많습니다. 현재 자녀를 키우는 모든 부모님들을 응원합니다.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모사랑 정신건강의학과
가톨릭중앙의료원 수련의, 전공의
(전) 포천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자문의
(전) 의정부 청소년 쉼터 상담의
대한정신건강재단 해피마인드 상담의, 대기업, 보건소 등에서 다수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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