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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망과 치매의 차이 - 섬망이 치매로 진행하나요?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1.03 09:24

[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중년 여성 A는 최근 아버지 관련하여 고민이 많다. A의 아버지는 80대로 간혹 깜빡깜빡하지만 혼자 생활하는 정정하신 분이었다. 최근 빙판 길에 낙상하였고 전신마취 하에 골절에 대한 수술을 시행했다.

수술 후부터 A의 아버지는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하고 밤이면 잠을 못 이룬다. 낮에는 그래도 괜찮은데 밤이면 주변 분간을 하지 못하고 돌아다닌다. 간혹 헛것을 보기도 하고 무엇인가에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담당 의사는 A의 아버지가 섬망인 것 같다면서 설명을 한다. 다행히 수일 후에는 심한 증상은 많이 나아지고 대화도 곧 잘 된다. 하지만 A는 혹시 아버지가 치매가 아닌지, 나중에 치매로 진행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섬망(Delirium)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섬망 환자의 가족들은 갑작스레 발생하는 환자의 인지기능 변화에 크게 놀라게 됩니다. 어떤 가족들은 환자의 행동에 화를 냅니다. 어떤 가족은 갑자기 치매가 발생했다면서 절망하고 눈물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의학적인 관점에서는 다르게 보아야 합니다. 이번 글을 통하여 섬망과 치매와의 차이, 연관성 등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섬망과 치매의 차이 

섬망과 치매는 비슷하게 인지기능의 저하를 보입니다. 증상을 보이는 상황에서만 평가하면(cross-sectional) 인지저하의 정도로 둘을 감별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섬망과 치매는 예후가 완전히 다른 독립적인 질환입니다. 그러기에 감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개의 섬망은 일시적이고 수일 후에는 본래의 상태로 회복이 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치매는 만성적으로 지속되고 점차 악화되는 경과를 보입니다.
 


섬망과 치매의 감별에서 가장 유용한 부분은 증상의 발생과 경과입니다. 섬망은 갑작스럽게 발생하고 수일 내 심해지고 다시 호전됩니다. 치매는 수개월, 수년에 걸쳐서 점차 인지저하(기억력, 언어 능력 저하가 흔함)가 나타납니다.

건강악화에 관련하여 갑자기 발생하는 증상은 섬망(delirium)을 시사하고 지속적이고 점차적인 인지저하는 치매(dementia)를 시사합니다. 치매 환자에서 섬망이 동반되는 경우도 흔히 있는데 이 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감별을 요하고 치료가 필요합니다.

 

섬망은 의식저하가 동반될 수 있는데, 혼수상태처럼 주변에 반응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나타납니다. 치매에서는 주변에 반응이 떨어지는 의식저하는 말기에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갑작스러운 의식저하는 다른 이상을 의미합니다.

섬망은 증상의 변동이 매우 심하여 대화가 잘 되다가도 갑자기 이상한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치매는 비교적 지속되는 증상으로 만성적입니다.

섬망에서는 낮 시간에 의식저하(저활성)를 보이다가 밤에는 이상행동이 심해지는 것(과활성)이 일반적인 양상입니다. 망상, 환각은 섬망에서 두드러지고 치매에서는 중등도 치매 이후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2) 치매와 섬망의 연관성

섬망과 치매는 일반적으로는 다른 질환이지만 일부 연관성 역시 있습니다.

섬망 증상은 65세 이상의 나이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기존에 인지기능 저하를 가진 환자에서 더욱 흔하게 발생합니다. 인지기능의 저하를 보인다는 것은 뇌의 취약성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섬망은 전신마취수술, 전해질 불균형, 감염, 암, 다량의 약물사용과 같이 전신상태가 갑자기 좋지 않아지는 상황과 관련하여 발생합니다. 기존의 치매 환자에서는 심하지 않은 신체질환에서도 섬망 증상이 쉽게 발생 가능합니다.

 

섬망은 일반적으로는 완전히 회복되고 이전의 상태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섬망 자체가 뇌 손상을 일으키고 치매로 발전이 가능하다는 가설이 제기됩니다. 섬망 자체가 뇌의 과부하를 유도하여 뇌파의 변화, 신경전달물질(뇌 내의 호르몬)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합니다.

건강한 뇌에서는 일시적인 변화로써 본래의 상태로 회복이 가능하나 취약성을 가진 뇌에서는 기능이상을 불러오고 향후 치매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위험군 노인환자에서는 섬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능한 신체 질환이 악화되지 않도록 수술 전후 조치 등을 취하는 것이 좋고 필요하다면 예방적인 조치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80세 이상의 고령, 신경학적 결손(치매, 뇌출혈, 경색, 사고 후유증)이 있는 경우, 우울증, 조현병 등의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의 유병, 섬망 발생의 과거력, 영양섭취부족, 과량의 약물(진통제, 마취약, 마약, 술)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주의를 요합니다.

 

* 모든 섬망 환자들이 정신건강의학과적인 도움을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대개는 일시적인 증상으로 수시간, 수일 내에 호전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증상이 심하거나 수일 동안 지속될 수 있습니다. 또한 진단적으로 치매나 다른 질환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면 정신건강의학적인 접근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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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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