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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버리지 못하겠어요" - 저장강박증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12.27 09:57

[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중년 교사 A는 완고한 성격으로 원칙을 중시하는 편이다. 소심한 성격으로 많은 사람과 어울리기보다는 몇 명의 친구들과만 좁은 관계를 유지한다.

A는 젊은 시절부터 물건을 버리지 못하여 집에 쌓아두곤 했다. 과거 학창 시절의 일기장, 읽었던 책들, 읽던 서류, 스크랩한 신문기사, 학교 시험문제, 업무 관련 서류 등을 버리지 않고 쌓아만 둔다. 이제는 집안이 발 디딜 곳이 없어 피해 가면서 움직여야만 한다.

이 문제로 A는 아내와 이혼을 하기도 했다. 가족들과 대화를 하면 A는 물건을 버릴 거라고 하지만 언제나 말 뿐이다. A는 가족들과 함께 병원에 내원했다.

 

저장강박증(Hoarding disorder)의 사례입니다. 일부에서는 그리스의 철학자의 이름을 따서 '디오게네스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가치가 없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거나 또는 지나치게 모아서 생활공간에 두는 것이 문제입니다. 가족 또는 이웃 간의 갈등을 초래하고 경우에 따라서 물건이 발화하여 화재, 쌓아두었던 물건이 떨어지면서 낙상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음식을 모으는 경우에는 악취, 건강 문제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점은 저장강박증상을 보이더라도 모두 저장강박증(hoarding disorder)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일부 노인 분들은 전두엽 손상(frontal lobe)과 관련된 치매에서 증상을 보일 수 있고, 일부는 스트레스 상황, 우울증에서 일시적인 저장강박증상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사진_픽셀


1) 역학

전체 인구의 2-5%가량에서 발생합니다. 일반적인 생각보다 발생률이 높습니다. 치료를 받지 않고 대인관계가 제약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전형적인 저장강박증은 청소년기부터 일부 증상이 발생합니다. 대개는 11-15세 경부터 증상이 시작되고 점차 만성화되고 지속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2) 저장강박증상의 원인

저장강박증상과 저장강박증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증상은 두드러지지 않고 저장강박증상만을 보일 때 저장강박증이라고 진단을 합니다. 많은 수의 저장강박증상은 다른 질환과 연관되어 발생합니다.

저장강박증상은 치매, 기질성 뇌손상, 강박증, 조현병, 우울장애 등의 질환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치매 환자의 20%가량에서 저장강박증상을 보입니다. 뇌졸중이나 뇌출혈 등의 뇌질환 환자의 15%가량에서 저장강박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기전상 강박증(obsessive compulsive disorder)과 유사한데, 강박장애 환자의 30% 정도에서 저장장애를 보입니다. 그 외 다양한 질환에서 저장강박증상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뇌의 기능연구를 통하면 전두엽(frontal cortex)의 기능 이상과 후두엽(occipital cortex)의 대사 저하와 연관됩니다. 일부에서는 뇌 내의 세로토닌 과잉이나 도파민 저하와의 연관성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강박장애와의 연관되어서 대상회로(cingulate) 부위의 세로토닌 과잉 가설이 역시 연관됩니다.

 

3) 임상양상

미래에 필요할 거라면서 많은 물건, 음식 등을 버리지 않고 쌓아 놓습니다. 일부에서는 동물을 많이 기르기도 합니다. 스스로 병식이 없습니다. 물건 등을 쌓아 두는 것을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자발적으로 치료를 받지 않고 가족들이 강요해야 병원을 찾습니다. 대개는 말로는 문제라고 하면서도 물건을 처리하려는 실질적인 의지는 없습니다. 결국에는 물건을 처분하지 않고 방치합니다. 쌓아둔 물건이 떨어지면서 상해를 일으키고, 불이 나거나 대피로를 막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음식을 지나치게 모으는 경우에는 썩는 냄새, 벌레나 쥐 등이 번식하여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물건을 버리면 관련된 정보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물건을 버리면 그 물건과 관련된 정보, 추억을 모두 잃어버리는 것으로 여깁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물건을 버리지 않고 모으지만 물건에 그렇게 애정을 두지 않고 그대로 방치합니다.

 

4) 치료와 예후

전반적으로 치료가 쉽지 않습니다. 가장 어려운 점은 병식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않는 게 가장 문제입니다. 가족들이 강권하여 병원에는 오지만 스스로 의지가 없어서 치료를 그만두고 가족들 역시 지쳐서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반적으로 강박장애 치료와 유사하나 강박장애보다 치료유지가 어렵고 약물에 반응이 떨어집니다.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의 병행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인지행동치료는 초기에는 인지적인 재구성을 통하여 병식을 갖추고 그 후에 행동치료적으로 체계화하여 물건버리는 연습을 합니다. 약물치료적으로 항우울제인 세로토닌 제제(SSRI)가 가장 효과적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소량의 항정신병약제, 항불안제(benzodiazepin) 등도 효과를 보입니다.

저장강박증은 자발적으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갈수록 만성화돼서 치료반응이 좋지 않아서 초기에 치료가 중요합니다. 이른 나이에 발병하여 유병기간이 길수록 더 만성화되고 잘 낫지 않습니다. 중년에서 갑자기 발생한 경우에는 다른 원인에 의한 경우가 많고 오히려 예후가 더 좋을 수 있습니다.

 

저장강박증상은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습니다. 초기부터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하여 원인을 평가하고 적절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적절한 치료와 주변의 도움이 좋은 예후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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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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