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A가 정형외과에서 협진 의뢰됐다. A는 80세 남성으로 과거 교장선생님으로 재직했고 건강한 편이었다. 최근 골반치환술을 전신마취하 시행했고 수술 후 밤에 잠을 자지 않고 계속해서 집에 가야 한다고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중얼거린다. 갑자기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면서 무서워하면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낮에는 간혹 헛소리를 하는 정도였지만 밤에는 침대 밖으로 나가려고 하고 수액 줄을 뽑기도 한다. 전혀 협조가 되지 않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억제를 해야 하기도 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치료 및 환경적인 도움을 주었고 1주가량 후에는 이전의 건강한 상태로 돌아왔다.

 

전형적인 섬망(Delirium)의 사례입니다. 섬망은 뇌염, 중환자실 정신병(ICU psychosis) 등으로 불리는 질환입니다. 환자와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증상에 당황하지만, 사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에게는 굉장히 익숙한 질환입니다. 초기에는 증상이 극심하지만 대개는 예후가 매우 좋은 일시적인 장애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1) 증상

증상은 갑작스럽게 발생합니다. 수술 시행과 관련하거나 건강 상의 악화 시에 갑자기 증상이 발생합니다. 증상은 시시각각 변동이 있습니다. 대개는 낮 시간보다 저녁 시간에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고 행동적인 문제가 심해집니다. 행동 문제로는 수액 줄을 뽑거나 난폭한 언행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낙상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보호자, 간병인들은 면밀한 관찰을 요하고 이로 인한 간병의 어려움이 매우 큽니다.

의식상태(consciouness) 및 전반적인 인지기능이 저하됩니다. 마치 갑작스럽게 치매 증상이 발생한 것처럼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하고, 날짜감각, 시간감각 등의 지남력(orientation)이 저하됩니다. 인지 능력 부분 중 특히 집중력 및 기억능력의 저하를 보이고 간단한 검사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정신증적 증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환청, 환시, 불면, 극심한 기분변화, 평상시와 다른 난폭한 행동 등을 보입니다. 대개 정신증적 양상은 밤에 심해지는 데 밤만 되면 중얼거리면서 헛손질을 하는 양상부터 심할 경우 무서움으로 뛰쳐나가려고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신경학적으로 보행장애, 손떨림, 대소변실금, 안구운동 이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2) 원인 / 역학

대개 전신마취수술, 전해질 불균형, 감염, 암, 다량의 약물사용과 같이 전신상태가 갑자기 좋지 않아지는 상황과 관련합니다. 전신상태가 좋지 않을 때에는 뇌에 일시적인 기능 변화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러한 변화가 바깥으로는 섬망증상으로 발현됩니다.

뇌의 일부분인 대뇌의 변연계(limbic system)에서는 콜린(choline)이 감소하고 도파민 (dopamine), 글루타메이트(glutamate)는 증가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콜린, 도파민 등은 기억, 집중, 각성 등과 관련되는 뇌 내의 호르몬(신경전달물질)으로써 이것의 변화는 인지능력, 각성상태, 정신증상 등의 증상을 발생시킵니다. 뇌파검사(EEG) 상에서는 전반적인 서파소견을 보이면서 일시적인 뇌파 변화(focal spike)를 보일 수 있습니다.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서 발병률이 증가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55세에서는 1%가량만이 경험하지만 85세에서는 13%가량이 섬망증을 경험합니다. 수술 후에 10-15%가량, 특히 골반 수술 후에는 50%가량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환자실에서는 환자의 신체적인 상태, 중환자실의 폐쇄된 환경 등의 이유로 입원환자의 60-70% 까지 경험한다 보고됩니다. 위험요인으로는 80세 이상의 고령, 신경학적 결손(치매, 뇌출혈, 경색, 사고 후유증)이 있는 경우, 우울증, 조현병 등의 정신건강의학과 질환력, 섬망의 발생과거력, 영양섭취부족, 과량의 약물(진통제, 마취약, 마약, 술)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더욱 흔하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3) 치료 및 경과

수일 전부터 불면, 짜증, 건망증과 같은 전구증상이 있다가 갑자기 섬망 증상이 발현됩니다. 대개는 1주-2주 내에 섬망증상은 회복이 되고 원래의 상태로 돌아갑니다. 섬망증상의 회복을 위해서는 섬망을 초래한 신체 상태의 치료가 가장 중요합니다. 원인 인자가 지속된다면 섬망 증상은 한 달 넘게 길게 지속될 수 있습니다.

섬망의 치료에는 기저 질환의 치료가 가장 중요합니다. 더불어서 환경적으로 적당한 자극을 유지하여야 합니다. 익숙한 사진이나 장식물, 시계나 달력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가족이나 친지가 간병하거나 일정한 간병인이 보조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기적으로 지인이 방문하고, 장소나 시간에 대한 지남력을 반복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곳이어서 날씨, 시간 변화를 아는 곳이 좋으며, 밤 동안에도 병실에 낮은 강도의 불빛을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약물치료적으로 소량의 항정신병약제가 섬망의 경과를 짧게 하고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약물 치료는 환자와 간병인을 가장 힘들게 하는 수면 및 행동문제 조절에 굉장히 효과적입니다. 증상이 사라진 후에도 적어도 3-5일 동안은 투약을 지속하고 일주일 가량에 걸쳐서 천천히 약물을 줄여 나가야 합니다, 항불안제나 진정제를 투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시적으로 잠을 재울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섬망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를 요합니다.

 

 

♦ 정신의학신문 정신건강연구소 강남센터 개소 기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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