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용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그동안 저는 친구들이나 모임에 있어 거의 주도하고 유쾌하고 친구들이 개그맨 하라고 할 정도로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었는데 새로 들어간 회사에서 힘든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기존에 있던 사람이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저에게 뒤집어씌웠고, 진실을 알고 있는 친한 다른 동료도 그 말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저를 몰아붙였던 일이 있었습니다.

셋이 같이 있는 자리에서 제가 사실을 얘기하려고 하자 그 둘은 피했고 결국 모든 것이 제가 한 것처럼 되었습니다. 억울해서 거짓말 한 사람한테 얘길 했는데 오히려 제가 더 이상한 사람이 되어 입사 초부터 회사에 제 이미지를 안 좋게 하는 소문만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혼자였고 외향적인 성격이 내향적으로 변하니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다 안고 가려고 했습니다. 그게 더 일을 크게 만들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선택이 저를 더 힘들게 만들고 외롭게 만든 것 같아서 매일매일이 너무도 힘듭니다. 생각만 해도 우울하고 눈물 나고 사람들을 못 믿겠다는 생각만 들고요.

자존심에 왕따 당해서 그만뒀다는 얘긴 또 듣고 싶지 않아서 힘들어도 그만두지 않고 버티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어서 이러다 병 걸릴 것 같단 생각밖에 안 듭니다.

일은 재밌는데 사람 관계가 너무 힘들어요. 사람을 만나도 이젠 아무 얘기도 못하겠고요. 말 자체를 못하겠어요. 괜히 제가 한 말이 또 다른 사람한테 이상하게 전달되고 저만 곤란해질까봐 무서워서요. 제 정신이 너무 걱정되네요.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용진입니다.

직장 내 오해로 인한 동료들과의 관계의 어려움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매일 보고 소통해야 하는 직장동료들과의 인간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이라 피해버릴 수도 없고 난감한 마음이 충분히 공감됩니다.

 

몇 가지 추측해서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먼저, 원래 성격에 대해 말씀하신 부분을 보면 평소에는 외향적인 성격 정도가 아니고 개그맨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정도면 상당히 주목받고 주도하기를 좋아하시는 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서 드는 생각은, 혹시 글쓴이님께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받기를 원하고 항상 유쾌하고 즐거운 사람으로 비추어지는 것을 원하시고 계신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런 유형의 인간관계를 오래 하다 보면, 그렇지 않은 상황에 대해 상대적으로 많이 불편해질 수 있으니까요.

이 경우는 오해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조금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나 시각이 있을 수 있고, 그것은 상대방이 나와 다르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익숙해지는 것이 대인관계가 성숙해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글쓴이님은 직장 내 인간관계에 대해서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보통 직장에서 마음에 맞는 사람이 생겨서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운이 좋은 상황이지 일반적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원활한 일처리를 위해서 내심은 그렇지 않지만 그저 피상적이지만 부드러운 인간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연습도 사회생활에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글쓴이님은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직장동료들과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싶으신 건 아니겠지요. 그렇다면 다소 냉정하게 들릴 수는 있지만 일과 관계된 사회적 인간관계 맺는 연습을 해보세요. 남들이 나를 타깃으로 돌을 던져도 그 돌이 나에게 별 의미가 없다면 그다지 힘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일은 시간이 걸립니다. 또 억지로 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러면 보여주세요. 난 당신들이 오해하고 있듯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요. 이 부분을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여유롭게 하시면 됩니다.

그 과정을 견뎌나가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인간관계란 것이 그런 것 같습니다. 함께 겪는 시간 속에서 나와 잘 맞는 사람들은 친해지는 것이고 아니면 그저 멀어지는 것이죠. 그렇게 멀어진다는 건 ‘나를 싫어한다! 가 아니고 위에 적은 것처럼 그냥 내게 별 의미 없는 사회적 인간관계가 되는 것뿐이죠.

 

사족이지만, 걱정되어서 말씀드리면 현재의 힘든 상황 때문에 하루 중 많은 시간이 우울하고 외롭단 생각에 사로잡혀있고, 눈물이 나고 그 사람들과 상관없는 사람들 앞에서도 위축된다거나 사람들을 믿지 못하게 되신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도 함께 권해드립니다.

현재 큰 스트레스를 받고 계신 상황은 분명하고, 위에 말한 연습들을 해 나가기 전에 내 마음이 먼저 무너지면 안 되니까요. 가벼운 마음으로 전문가와 상담해보시기를 바랍니다.

도움이 되셨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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