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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인간의 뇌(腦) 이용한 대규모 연구, 정신질환과 관련된 유전자망(網) 밝혀
양병찬 기자 | 승인 2018.12.21 01:05


뇌를 밝히다: 유전자발현, 뇌의 발달, 뇌질환 연구

인간의 뇌는 무수한 분자적·유전적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다. 위의 그림에서 네온사인은 개별적인 유전적 변이를 의미하는데, PsychENCODE 컨소시엄의 연구에 따르면 그중 일부(희미하거나 까만 부분)가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연구는 조현병, 자폐스펙트럼장애, 양극성장애는 물론, '발달하는 뇌'와 '성장한 뇌'의 신경유전학적·후성유전학적 변이를 규명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내용은 1262쪽(참고 1)을 참고하라.

 

조직은행(tissue bank)에 보관되어 있는 2,000여 개의 인간 뇌(腦)가 유전적 비밀(genetic secret)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유전체 분석을 통해, 수백 개 지점('특정한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DNA에 차이가 나는 지점)이 밝혀지기는 했다. 그러나 그런 연구들이 '범인 유전자(culprit gene)의 신원'과 '그들이 뇌 속에서 하는 일'을 밝혀낸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누락된 연결고리(missing link)가 많았다"라고 UCLA의 대니얼 게슈빈트(신경유전학)는 말했다. 그는 다른 과학자들과 함께 3년째 사이킨코드(PsychENCODE)라는 컨소시엄을 운영하고 있다. 그 컨소시엄은 미 국립보건원(NIH)에서 약 5,000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어떤' 유전자가 '어디'에 발현되어 있는지를 추적함으로써 갭(gap)을 메우려 노력해 왔다.

PsychENCODE는 조절영역(regulatory region)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그 영역들은 단백질코딩 유전자(protein-coding gene)의 발현을 제어하며, 선행연구에서 정신질환의 추동요인(driver)으로 제안된 바 있다. 컨소시엄의 멤버들은 뇌의 각 부분별로 '발달단계별 조절영역의 활성 차이'를 파악하고, '다양한 장애(주로 조현병, 자폐증, 양극성장애)의 영향을 받는 부분'의 목록을 작성해 왔다.

그 결과물은 지난주 《Science》와 자매지인 《Science Advances》,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일련의 논문으로 발표되었으며(참고 2), '조절영역이 뇌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을 가장 완벽하게 기술한 청사진으로 평가된다. 예컨대 한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특정 DNA 사이트의 시퀀스에 일어난 변이로 인해, 다른 곳에 있는 단백질코딩 유전자의 발현이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PsychENCODE가 작성한 목록은 5,000개 미만의 지점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총 16,000개의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을 기술했다"라고 게슈빈트는 말했다.

"이번에 발표된 데이터 덕분에, 오랫동안 기다려온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킹스칼리지런던(KCL)의 제롬 브린(정신유전학)은 말했다. 그는 컨소시엄의 멤버는 아니지만, 향후 공개되는 데이터세트를 이용하여 다양한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모든 연구자들이 "신약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연구자들은 그 데이터가 '복잡한 질병의 발병과정'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_픽사베이


컨소시엄의 멤버들은 RNA 시퀀싱을 이용해 자신들의 뇌 샘플을 분석함으로써, '어떤 유전자들이 전사되는지(transcribed)'를 밝혀냈다. 또한 그들은 다양한 후성유전학 분석(epigenetic analysis)을 통해, 조절영역이 DNA의 접힌 구조(folded structure)를 통해 먼 곳에 있는 단백질코딩 영역과 접촉하는 방법 등을 연구했다.

연구자들은 방대한 데이터세트 덕분에, 유전체모듈(genome module: 함께 발현되고, 공통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경향이 있는 유전자 그룹)을 밝혀낼 수 있었다. 특정 유전체모듈의 독특한 유전자발현 패턴을 분석하면, 특정 질병의 독특한 유전적 특징을 알아낼 수 있다. 예컨대, 선행연구에서는 "자폐증 환자의 경우 신경신호전달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발현이 매우 낮지만, 양극성장애와 조현병의 경우에는 그보다 덜한 경향이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PsychENCODE의 데이터는 더욱 섬세한 연구를 가능케 했다. 즉, 그것은 특정 모듈(세포들이 화학전령을 포장하여 시냅스로 방출하는 과정'을 제어하는 유전자가 포함된 모듈)을 찾아냈는데, 그 모듈에 포함된 유전자 세트는 조현병과 양극성장애 환자에서 특히 활성화되었지만, 자폐증 환자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한 디테일은 치료의 표적이 될 수 있는 뇌과정(brain process)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새로운 데이터는,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뇌발달 시기(windows of brain development)'을 밝혀내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NIH에서 PsychENCODE를 조율하고 감독하는 기타 센틸(프로그램 감독)은 말했다. 그런 시기는 '가장 적절한 개입(intervention) 시기'가 될 수도 있다. 의사들은 현재 환자의 증상을 기반으로 하여 '질병이 인체를 장악한 시기'를 관찰하지만, 생물학적 단서가 있다면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PsychENCODE와 이름이 비슷한 인코드(ENCODE: Encyclopedia of DNA Elements)의 경우, 인간 유전체 비코딩영역(noncoding region)의 광범위한 지도를 작성했다. 2012년에 발표된 ENCODE의 초기결과는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과학자들은 "대부분의 유전체는 기능적"이라는 연구진의 주장을 반박하며, "NIH가 투자한 1억 8,500만 달러의 금액이 아깝다(참고 3)"고 맹공을 퍼부은 바 있다.

ENCODE 비판의 선봉에 섰던 휴스턴 대학교의 댄 그라우(진화유전학)는, PsychENCODE의 초기결과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한다. "PsychENCODE는 제대로 규정되지 않는 정신장애들을 겨냥하고 있다. '애매모호한 것'과 '수백만 가지 유전학적·후성유전학적 변이' 간의 상관관계를 구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통계적 유의성이 있더라도, 생물학적 유의성은 거의 없을 텐데 말이다."

트리니티칼리지더블린(TCD)의 케빈 미첼(신경유전학)도 그라우의 우려에 일부 동의한다. "나는 '오늘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어제 알았던 것'보다 많다고 확신할 수 없다. 유전자발현 프로파일을 갖고서 조현병이나 자폐증과 같은 이질적 장애(heterogeneous disorder)를 규정하거나 치료할 수 있을까?"라고 그는 말했다. "PsychENCODE의 엄청난 데이터, 좋은 의도, 훌륭한 연구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유전체학을 이용한 연구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많은 연구자들은 PsychENCODE의 가치를 옹호한다. "이번 연구의 첫 번째 논문을 들여다보고 '패러다임을 바꾸는 결과가 어디 있어?'라고 빈정거리는 연구자들이 있는 모양이다"라고 UC 데이비스의 알렉산더 노드(신경유전학)는 논평했다. "그건 전형적인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fallacy of straw man)다. 데이터세트는 연구자들의 해석을 통해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 유전체 연구는 결코 한물 간 연구가 아니다."

 

※ 참고문헌

1.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62/6420/1262
2. https://www.sciencemag.org/collections/psychencode
3.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43/6177/1306

※ 출처:

1. Science https://www.sciencemag.org/news/2018/12/genomic-data-2000-human-brains-could-reveal-roots-schizophrenia-autism-and-other
2.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7750-x

 

글쓴이_양병찬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기업에서 근무하다 진로를 바꿔 중앙대 학교에서 약학을 공부했다. 약사로 일하며 틈틈이 의약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글을 번역했다. 포항공과대학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바이오통신원으로, <네이처>와 <사이언스>등에 실리는 의학 및 생명과학 기사를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하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에 가면 매일 아침 최신 과학기사를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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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기자  info.psynew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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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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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우 2018-12-30 15:46:23

    보니까 한국인 연구자분들도 많이 참여했던데, 이런 거대 프로젝트에 한국 과학자들이 들어갔다는게 자랑스럽네요.   삭제

    • 모모 2018-12-23 01:14:10

      흥미로운 기사 잘 읽고 있습니다.
      댓글을 읽으실지 모르지만 기사와 관련된 도서나 논문 추천도 좋을 것 같아요..!
      오늘은 기사를 읽고나니 뇌과학과 정신의학이 맞닿는 지점에 관한 대중서를 찾아보고 싶어지네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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