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ll Reports(참고 1)


만약 부지불식 중에 뜨거운 프라이팬을 만져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인체가 손상을 회피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정교한 반사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손상이 일어난 후, 우리는 -통증을 진정시키기 위한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자신도 모르게 '덴 손'을 입으로 후~ 불거나, '부러진 발가락'을 손으로 부드럽게 잡거나, '베인 손가락'을 입에 넣고 빤다. 새로 발표된 생쥐 연구에서, 이러한 진정반사(soothing response) 뒤에 도사리고 있는 신경회로(neural circuit)가 밝혀졌다. 저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상당수의 흔한 동물테스트에서는 이 회로를 감안하지 않는데, 생쥐에게 잘 듣는 것처럼 보였던 일부 진통제들이 인간에게 듣지 않는 건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통증경로(pain pathway)'나 '통증을 처리하는 데 관여하는 뇌 영역'이 하나뿐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라고 아이오와 대학교의 캐슬린 슬루카(신경과학)는 논평했다. "독특한 행동의 밑바닥에 깔린 상이한 경로들을 이해하면, 언젠가 '통증에 반응하는 방법'에 기반하여 개인화된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 대학교의 마 치우푸(马求富; 신경생물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뇌뿐만 아니라 (척수를 타고 올라온 신호를 중개하는) 전신의 신경들까지 포함하여- 통증의 상이한 측면들을 분리하고 싶어 했다. 이와 관련하여, 마와 동료들은 선행연구에서 두 가지 일반적인 감각신경(sensory neuron) 그룹을 제안한 적이 있었다(참고 1). 하나는 피부의 최외각층으로 길게 뻗은 그룹이고, 다른 하나는 전신의 심부조직(피부 하층부, 뼈, 관절, 근육)에 가지를 친 그룹이다.

马는 다음과 같이 제안했었다. "첫 번째 그룹은 환경 속의 위험을 모니터링하는 1차 방어선으로, 뜨거운 프라이팬이나 날카로운 바늘에서 벗어나도록 재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두 번째 그룹은 부상이나 질병으로 인한 지속적 통증(lasting pain)을 겨냥하며, 통증에 수반되는 불쾌감과 스트레스의 경험을 추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반사반응은 잠재적인 해(害)를 회피하며, 통증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은 매우 다양하다."

이번 연구에서, 马가 이끄는 연구진은 두 번째 경험(지속적 통증)에 관여하는 신경그룹의 특징을 파악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먼저, 그들은 TAC1이라는 유전자를 발현하는 흥분석 척수뉴런(excitatory spinal cord neuron)이 결핍된 생쥐를 만들었다. 그 생쥐들은 여전히 반사작용(예: 바늘로 찔릴 때 발 신속하게 움츠리기)을 했지만, '지속적이고 회피 불가능한 통증'에 관한 실험에서 독특한 반응을 보였다. 즉, 대조군 생쥐들과 달리, 그들은 화상을 입거나 겨자유를 투여받거나 금속클립에 집혔을 때, 상처를 어루만지거나 발을 강박적으로 핥지 않았다. 그래서 연구진은 "TAC1 뉴런이 지속적인 통증에 대처하는 데 독특하게 관여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12월 10일자 《Nature》에 발표했다(참고 2).

추가로, 연구진은 피부에서 일련의 뉴런을 발견했는데, 그것들은 지속적인 통증경험을 추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TRPV1으로 알려진 이 뉴런들은 TAC1 척수뉴런에 신호를 전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뉴런들은 (뇌의 기저부에 있는 핵심적인 감각중개국인) 내측시상핵(medial thalamic nucleus)으로 길게 뻗어 있다.

马는 이번 연구결과가 통증연구의 맹점(盲點)을 짚은 놀라운 증거를 제시했다고 믿고 있다. 동물을 이용한 흔한 통증실험에서는 방어반사(defensive reflex), 즉 '꼬챙이로 찔린 후 발을 움츠리기까지의 시간'만 테스트하는 것이 상례다. "그런 실험들은 표준화되었으며 정확하다. 그러나 표재성 신경섬유(superficial nerve fiber)만 활성화시키며, 지속적 통증에 관여하는 TAC1 경로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새로운 진통제들은 '지속적 통증에 대처하는 반응'에 미치는 영향도 테스트받아야 한다. 나아가, 이상적인 진통제는 새로 발견된 경로를 선택적으로 겨냥해야 할 것이다"라고 马는 말했다.

"이번 논문은 통증의 정서적 측면(emotional side)을 추동하는 요인을 바라보는 데 통찰력을 제시했다"라고 텍사스 대학교의 그레고리 듀서는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수행한 통증실험은 몇 분 동안만 계속되었으므로, TAC1과 TRPV1이 만성통증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만성통증은 인간의 고통을 초래하는 거대한 원천이다. '반사작용에 기반한 동물실험의 한계'는 잘 알려져 있지만, TAC1과 TRV1을 '신약개발을 위해 감안해야 할 경로'로 간주하는 것은 아직 성급하다고 사료된다."

또한 듀서와 다른 전문가들은 '새로 발견된 뉴런들이 생쥐의 대처반응(coping response)을 정말로 추동하는지'도 회의적이다. "나는 '핥기 반응(licking response)이 실제로 뭘 반영하는지'를 기술하는 어휘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걸 '통증에 대한 대처(coping)'라고 표현하는 것은 비약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피츠버그 대학교의 캐스린 알버스(신경생물학)는 말했다.

"우리는 단어를 선택하느라 무진 애를 썼다. 그리고 우리는 고통스러운 핀치검사(pinch test)에 대한 '쥐의 핥기 행동'과 '인간의 주관적 통증평가' 사이에 유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 즉, 핀치에 집힌 동안 '핥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인지된 통증 강도'는, 마치 제창(unison)을 하듯 유사한 정점(peak)과 안정기(plateau)를 보였다"라고 马는 말했다. 동물의 통증과 인간의 통증 간의 잠재적 불일치(potemtial mismatch)는 이 분야의 고질적인 문제다. "조그만 생쥐가 자신의 느낌을 인간에게 어떻게 표현하겠는가? 그건 영원한 숙제다"라고 马는 덧붙였다.

 

※ 참고문헌

1. https://www.cell.com/cell-re…/fulltext/S2211-1247(13)00654-2
2.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18-0793-8

※ 출처: Science https://www.sciencemag.org/news/2018/12/newly-discovered-pain-pathway-may-help-explain-why-animal-tests-fail-reveal-best

 

글쓴이_양병찬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기업에서 근무하다 진로를 바꿔 중앙대 학교에서 약학을 공부했다. 약사로 일하며 틈틈이 의약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글을 번역했다. 포항공과대학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바이오통신원으로, <네이처>와 <사이언스>등에 실리는 의학 및 생명과학 기사를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하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에 가면 매일 아침 최신 과학기사를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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