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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좌절한 알츠하이머병 연구자들의 하소연: "좀 더 나은 실험용 생쥐가 필요해요!"
양병찬 기자 | 승인 2018.11.30 08:48
@ 잭슨연구소


제약회사들은 알츠하이머병을 역전(또는 상당히 지연)시키는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번번이 허사였다. 일부 연구자들은 "국면전환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좀 더 나은 동물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많은 연구팀들은 이제 "알츠하이머병이 인간의 뇌를 황폐화시키는 과정을 더욱 근사(近似)하게 시뮬레이션하는 생쥐"를 개발하고 있다.

‘좀 더 정교한 설치류’를 유전학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룹으로는 미 국립보건원(NIH), 영국 치매연구소(UK DRI), 세계 최대 실험용 생쥐 공급업체인 잭슨연구소(JAX) 등이 있다. 또한 과학자들은 생쥐와 인간의 신경학적 쇠퇴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변이망(web of mutation)'을 탐구하고 있다.

"우리는 동물모델의 불충분함을 절감하고 있다"라고 NIH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지휘하는 인디애나 대학교의 브루스 램(신경과학)은 말했다. "나는 지금이 중대한 시점(critical juncture)이라고 생각한다."

알츠하이머병의 전형적인 특징은 '인지손상(cognitive impairment)과 뇌 속의 아밀로이드 단백질 플라크 축적'이지만, "알츠하이머병을 저절로 앓는 생쥐는 없다"는 게 문제다.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우회하기 위해, '고수준(高水準)의 인간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생성하는 GM 생쥐를 연구해 왔다. 그런 생쥐는 뇌 안에 플라크가 생기지만, 아직도 (인간에게서 볼 수 있는) 기억력 문제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실험약(experimental drug)들이 생쥐의 뇌 속에서 플라크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인간의 알츠하이머병 징후를 감소시키지 못한 것은 어떤 의미에서 사필귀정이었다(참고 1). 지난달에 세 제약사가 "BACE 억제제(BACE inhibitor) 계열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대규모 후기 임상시험에서 실패했다"고 발표한 것만 해도 그렇다. 그 약물들은 생쥐의 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을 성공적으로 차단했지만, 인간의 인지쇠퇴와 뇌 위축(brain shrinkage)은 되레 악화시키는 것 같았다.

 

복잡한 유전자 스튜(genetic stew)

'좀 더 나은 생쥐모델'이 요구되는 이유는, 유전학 연구에서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병(지발성)과 관련된 수십 개의 상이한 유전자들(참고 2)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양성이 시사하는 것은, 각양각색의 알츠하이머병이 상이한 유전적·환경적 요인의 결합을 통해 초래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단일한 알츠하이머병'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잭슨연구소의 개럿 하월(신경과학)은 말했다.

"과학자들은 동계교배된(inbred) 실험용 생쥐에게 의존하고 있는데, 그 생쥐들은 몇 가지 변이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를 제한하고 있다"라고 하월은 주장했다. 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생쥐의 경우에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유전적 다양성이 신경퇴행(neurodegeneration)의 진행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한다.

하월이 조발성(early-onset)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두 개의 유전자를 '실험용 생쥐'와 '야생 생쥐' 모두에게서 변형해 보니, 모두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동계교배 된) 실험용 생쥐들은 알츠하이머병의 외적 징후를 전혀 나타내지 않은 데 반해, (유전적으로 다양한) 야생 생쥐들은 기억력 문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월은 "플라크와 '미지의 유전적 요인'이 결합하여 기억력 문제를 야기하는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이 연구결과를 이번 달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신경과학회(Society for Neuroscience) 모임(참고 3)에서 발표했다.

잭슨 연구소의 캐더린 카크조로프스키(신경과학)이 수행한 다른 연구에서는, "생쥐의 유전적 구성이 환경요인에 대한 반응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녀가 (유전적으로 다양한) 야생 생쥐를 (아밀로이드를 형성하는 변이를 가진) 실험용 생쥐와 교배한 결과, 새끼들 중 일부는 고지방식을 먹을 때 인지문제가 발생한 데 반해, 다른 새끼들은 고지방식을 먹어도 인지문제가 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녀는 이 연구결과를 이번 달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모임에서 발표했다.

 

설치류 리메이크 하기

'유전적 요인의 다양성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려면, 다양한 변이의 조합(調合)을 보유한 새로운 동물모델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 차세대 생쥐(next-generation mice)를 개발하려는 숱한 노력들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2016년, NIH는 더 많은 알츠하이머 생쥐를 개발하여 연구자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MODEL-AD 컨소시엄」을 출범시켰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조발성 또는 지발성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상이한 유전적 변이를 가진 생쥐를 개발하여, 알츠하이머병 증상을 보이는지 여부를 테스트하고 있다. 그런 다음, 그들은 모든 유형의 생쥐들을 사후적으로 기술하여, 그 내용을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 등재하고 있다. "우리 팀은 약 30가지의 변종을 개발하여, 학계와 바이오텍 업체들로부터 500건 이상의 주문을 접수했다"고 램은 말했다.

한편 지난 1월, UK DRI는 NIH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런칭했다. 그곳의 과학자들은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τ) 덩어리를 가진 생쥐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을 초래하는 뇌염증(brain inflammation)을 모방하기 위해, DRI 그룹은 '인간의 줄기세포에서 유래하는 신경면역세포'를 생쥐의 뇌에 이식하고 있다.

"연구자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새로운 생쥐 모델이 '특정 알츠하이머병 치료법에 잘 반응하는 사람'을 예측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염증과 유전자가 알츠하이머병을 추동하는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면, 플라크와 타우 덩어리가 형성되기 전에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하버드 대학교의 루돌프 탄지(신경학)는 말했다. "그런 동물모델을 입수하여, 관련된 유전자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의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벨기에 루뱅 가톨릭 대학교(KU Lueven)의 바르트 드 스트루퍼는, 다음과 같은 주의를 당부한다. "차세대 동물 중에서 완벽한 인간 유사체(analogue for people)는 없을 것이다. 당신이 범할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는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생쥐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참고문헌

1. https://www.nature.com/news/failed-alzheimer-s-trial-does-not-kill-leading-theory-of-disease-1.21045 (한글번역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77983&SOURCE=6)

2. https://www.nature.com/news/alzheimer-s-disease-the-forgetting-gene-1.15342 (한글번역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45582&SOURCE=6)

3. https://www.sfn.org/Meetings/Neuroscience-2018/Sessions-and-Events

※ 출처: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7484-w

 

글쓴이_양병찬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기업에서 근무하다 진로를 바꿔 중앙대 학교에서 약학을 공부했다. 약사로 일하며 틈틈이 의약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글을 번역했다. 포항공과대학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바이오통신원으로, <네이처>와 <사이언스>등에 실리는 의학 및 생명과학 기사를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하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에 가면 매일 아침 최신 과학기사를 접할 수 있다.

https://www.facebook.com/OccucySesamelStreet

 

양병찬 기자  info.psynew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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