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얼마 전 "미국의 주류업계가 학계를 매수하여 '술 권하는 사회'를 부추기려고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참고 1). 최근 세계적 의학저널 《랜싯》에서는 "이 세상에 안전한 음주량이라는 건 없다"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다. 그 내용은, 설사 적당한 음주가 심장에 이롭더라도, 암(癌) 등의 발병위험이 증가하여 도로아미타불이 된다는 것이다.

수많은 과학연구들이 '하루 한 잔의 적포도주는 심장에 이로울 수 있다'는 생각을 옹호해 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 《랜싯》에 실린 광범위한 글로벌 연구("The Global Burden of Diseases")에서는(참고 2), 어떠한 음주량도 건강에 이로울 게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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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195개국의 1990년~2016년 데이터를 이용하여 '음주량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이 세상에 안전한 음주량이라는 것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저자들에 따르면, "설사 적당한 음주가 사람들을 심장병에서 보호해 주더라도, (음주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손상은 물론) 암(癌)과 기타 질병의 발병위험이 상승함으로써 그런 잠재적 혜택을 상쇄한다"고 한다. 그들은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하여, "각국 정부들은 기존의 건강지침을 개정하여, 국민들에게 음주량을 줄이도록 권고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최적(最適) 음주량'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하루 두 단위 이하의 음주는 건강에 이롭다'고 옹호하는 대부분의 건강지침과 상충된다"라고 저자들은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알코올섭취와 관련된 광범위한 위험들을 평가했는데, 그중에는 질병, 승용차 사고, 자해행위도 포함된다. 논문에 사용된 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알코올로 인한 사망자는 280만 명이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음주는 전 세계적으로 사망요인 중 1위를 차지했으며, 15~49세의 사망원인 중에서는 거의 10%를 차지했다.

젊은이들의 경우 음주와 관련된 다빈도 사망원인은 결핵, 길거리 사고, 자해행위였고, 50세 이상의 경우에는 음주가 암 발병의 최고 원인이었다.

 

이번 연구의 단호한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비평가들은 결론이 너무 부풀려졌다고 말한다. "알코올 섭취에 안전한 수준이 없다는 주장은, 금주를 고려하는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라고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위험의 대중적 이해'를 연구하는 데이비드 스피겔홀터 교수는 말했다.

스피겔홀터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참고 3). "승용차 운전에는 안전한 수준이 없지만, 정부가 사람들에게 '운전대를 잡지 말라'고 하지는 않는다. 말이 나온 김에 하는 말이지만, 사는 게 안전하지 않다고 해서 삶을 포기하는 사람도 없지 않은가?"

 

미국의 경우,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알코올의 수준이 매우 높다. 어떤 주(州)에서는 음주법을 완화했다. 예컨대 2016년 뉴욕 주에서는 음식점의 일요일 오전 주류 판매를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올해 조지아 주에서는 속칭 '미모사 멘데이트(mimosa mandate)'라는 법을 통과시켰는데, 그 내용인즉 "음식점의 일요일 주류 판매 시간을 오후 12시 30분에서 오전 11시로 당기는 문제를, 개별 도시와 카운티 별로 투표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허용한다(참고 4)"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국민들에게 '알코올 섭취는 전혀 문제없다'는 그릇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지적하며, "암의 약 5%는 알코올과 관련되어 있다(참고 5)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이와 관련하여, 암을 치료하는 의사들의 모임인 미국 임상종양학회(American Cancer Society of Clinical Oncology)에서는 과도한 음주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연구(참고 6)를 진행해 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최근 "여성은 하루에 한 단위, 남성은 하루에 두 단위로 음주를 제한하라"는 권고사항을 발표했지만(참고 7), 그런 권고를 모르는 사이에 어기기는 쉽다. 한 단위란 와인 140그램, 5%짜리 맥주 340그램, 그 밖의 알코올음료 한 잔에 해당한다. 그러나 많은 칵테일에는 한 잔 이상의 알코올음료가 들어가며, 어떤 수제맥주들은 고용량의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약 1/3의 지구촌 사람들(여성은 25%, 남성은 39%)이 술을 마신다. 구체적으로, 여성은 하루에 평균 0.73단위, 남성은 1.7단위의 술을 마신다. 그리고 많은 선행연구들에 따르면, 술을 많이 마실수록 알코올과 관련된 건강 문제(alcohol-related health problems)의 발생위험이 증가한다.

그러나 위스컨신 대학교의 노엘 로콘테 교수(종양학)에 따르면, 암을 치료하는 많은 의사들이 적절한 알코올 섭취는 안전하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한다.

로콘테 교수는 지난 6월 NPR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참고 8). "우리는 완전한 금욕생활을 옹호하지 않는다. 아마도 괜찮은 음주량이 존재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암을 예방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가능한 한 최소량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게 최선의 전략이다."

 

※ 참고문헌
1.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95073&SOURCE=6
2.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cet/article/PIIS0140-6736(18)31310-2/fulltext
3. https://www.bbc.com/news/health-45283401
4. https://www.wabe.org/georgias-mimosa-mandate/
5. http://ascopubs.org/doi/full/10.1200/JCO.2017.76.1155
6. http://ascopubs.org/doi/abs/10.1200/JCO.2017.76.1155
7. https://www.cdc.gov/alcohol/fact-sheets/moderate-drinking.htm
8. https://www.npr.org/sections/thesalt/2018/06/19/621547571/drinking-alcohol-can-raise-cancer-risk-how-much-is-too-much

※ 출처: NPR https://www.npr.org/2018/08/24/641618937/no-amount-of-alcohol-is-good-for-your-health-global-study-claims

 

글쓴이_양병찬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기업에서 근무하다 진로를 바꿔 중앙대 학교에서 약학을 공부했다. 약사로 일하며 틈틈이 의약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글을 번역했다. 포항공과대학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바이오통신원으로, <네이처>와 <사이언스>등에 실리는 의학 및 생명과학 기사를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하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에 가면 매일 아침 최신 과학기사를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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