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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하는 아이들을 두신 부모님께
오윤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12.05 08:16

[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오윤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저는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최근에 자해하는 아이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부모님들로부터 아이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제가 권유드린 여러 방법들 중에서, 부모님들께서 가장 어려워하신 점은 아이와 진솔한 마음의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겪었을 마음의 고통과, 자해의 상처까지도 알지 못한 채 그동안 지냈다는 자책감과, 아이의 괴로움이 자신의 괴로움과도 같이 느껴져서 우울하고 무력해하시는 분들이 많았고, 자해를 하지 말라고 혼을 내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아무런 일도 아닌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나은지 고민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셨습니다.

저는 아이와 대화를 시작하는 것을 어려워하시는 부모님들께 아이에게 편지를 쓰는 것으로 시작하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부모는 아이를 사랑하고 잘해주었던 것만을 기억하고 아이는 부모에게 상처 받은 것만을 기억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모님들의 대부분은 아이가 우리에게 처음 왔을 때, 아이가 우리에게 처음 웃어주었던 때, 처음으로 엄마 아빠라고 불러주었던 때처럼 아이의 존재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던 그때의 기억을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시며 ‘아이가 우리에게 와주어서 내가 경험한 행복한 것들’을 써내려 가시면 좋겠습니다. 도무지 그런 마음이 들지 못하거나, 쓰려고 해도 시작이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예시문을 첨부드립니다. 부디 저의 비루한 예시를 읽어 내려가시면서, 당신의 아이를 키우시면서 빛나고 소중했던 순간들을 떠올리시기를 바라며, 그 떠오른 마음들을 자녀분께 전달하시게 되기를 바랍니다.
 

사진_픽셀

 

A에게.

A야. 아빠가 너에게 오랜만에 편지를 쓴다. 아빠가 너의 팔에 상처를 미처 못 봐서 미안해, 너한테 관심이 없거나, 너의 팔에 상처를 신경 쓰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었어. 네 팔에 상처가 있는 것이 자해한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렇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마음이 너무 아프고, 괴로웠었어. 그건 네가 아빠의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시켰기 때문이 아니야. 그동안 네가 겪었을 고민들과 마음의 고통, 상처가 너무나도 컸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그리고 그 아픔들을 그동안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서 겪어냈다는 것이 아버지 된 사람으로서 너무나도 미안하고, 괴로웠기 때문이었다. 네가 그동안 뭔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최근에서야 네가 이전보다 말수가 적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것만을 알고 있었어. 그때 너에게 무슨 힘든 일이 있는지 알아보고, 곁에 있어줘야 했었는데, 나와 엄마는 너를 혼내고, 우리가 원하는 길로 가지 않는다고 다그치고 비난했었지. 그때 너의 생각을 한 번 더 들어보고, 너의 눈을 볼 것을, 한 번 더 안아주었을 것을…. 너무나도 후회스럽고 너에게 미안하구나.

엄마와 아빠가 처음 너의 존재를 알게 되고, 네가 세상에서 태어나기를 기대하면서 엄마 아빠는 너를 두고 많은 약속과 다짐들을 했었단다. 너를 정말 행복하고 건강한 아이로 키우겠다는 다짐을 했었어. 그리고 네가 태어나서 너를 내 품에 처음 안아본 순간, 그리고 네가 처음으로 걸었던 일, 엄마 아빠라고 소리 내어 부르기 시작한 때, 네가 열이 많이 나던 날 밤새 너를 간호하고 제발 아프지 않고 빨리 낫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보냈던 밤들, 그 수많은 날들을 너와 함께, 너의 아버지로서 살 수 있어서 정말로 매일이 행복했단다. 지금 다시 돌이켜 보면, 나는 너를 키운 부모이기도 하지만, 너라는 아이가 우리 가족에게 와주어서 나를 부모처럼 행동하고 생각하고 인내하게 만들어 준 것 같아. 내가 너를 키워온 지난 15년은 너의 존재만으로도 세상의 시름을 잊고, 조금의 살아갈 희망과 책임감이 생겨났던 시간들이었다.

네가 죽고 싶은 만큼 힘들게 하는 것들이 너를 괴롭힐 때, 부디 아빠의 말을 떠올렸으면 한다. 너는 너의 존재만으로도 아빠에게 삶의 이유이자 행복을 주는 아이이다. 네가 성적이나 친구 문제로 생을 포기하고픈 마음이 들 때, 나는 마지막 유일하고, 온전한 너의 편인 것을 기억해주렴. 그리고 네가 우리의 유일한 존재인 만큼, 너도 너를 사랑하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아빠가 최선을 다할게. 사랑한다. A야.

 

오윤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kacappo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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