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처증(의부증), 즉 질투형 망상장애는 앞서 언급했듯이 치료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 거꾸로 말하면 그런 요소를 잘 해결하기만 하면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물론, 그런 요소들을 해결하는 것이 무척 힘들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경험상으로는 참 많은 실패를 겪었다. 지금 돌이켜 현실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볼 때, 입원치료가 그나마 본인 스스로와 가족들이 어느 정도 상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질투형 망상장애 환자를 자주 보면서, 두려운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노화의 과정이 가끔 필요하겠단 생각도 들게 된다. 노화가 꽤 많이 진행되면 신기하게도 이런 의심하는 증상들이 꽤 좋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증상이 좋아진다기보다 모든 기능이 떨어져 그 증상도 묻히게 되는 것이지만 어쨌든 그렇게 보인다.) 즉, 가을이 오면 잎에 힘이 떨어지고 누렇게 떠서 결국 낙엽이 되지만, 그 낙엽들은 가을의 아름다움을 여실히 보여주지 않은가! 노화를 성숙이라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겠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의처증(의부증)이 있는 사람의 경우, 본인이 외도한 적이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는 어른에게서 보고 들으며 배우고, 어른은 지금까지 자신이 보고 들은 경험 안에서만 생각한다. 남을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한 노력이 아닌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가능하단 말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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