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청장년이 아닌 현실적으로 외도의 가능성이 비교적 낮은(없다는 건 아님) 중년 이후의 노년에 가까운 의처증 증상 환우분들을 특히 자주 보았다. 본인 및 가족들의 얘기를 잘 들어보면, 누가 봐도 부인이 외도를 했다고는 볼 수 없는데... 본인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참 안타깝고 때론 슬퍼 보이기까지 해서,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을 좀 다뤄보고자 의처증 시리즈를 그리게 되었다.

망상장애는... 망상의 대상에게는 미치고 폴짝 뛸 정도로 힘들게 하지만, 그 외의 대상들에게는 멀쩡하게 대하고 일상생활도 곧잘 한다. 즉, 부인과 그를 보호하려는 몇 명에게만 본색을 드러낼 뿐 그 외 사람들에게는 보통 사람처럼 대하기 때문에, 그 괴리감으로 인해 보호자들은 더욱 고통받게 된다. 그렇다고, 부끄러운 가족사를 동네방네 드러내며 광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식으로, 망상장애가 더 깊어지는 환경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망상이라는 것은 의심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흔한데(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 의심이란 싹이 트게 되면서 자기만의 잘못된 근거를 양분 삼아 점점 더 튼튼하게 자란다. 그 후, 다 자라서 자기만의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면 마침내 망상이라는 열매를 맺는데, 그 안에는 잘못된 믿음이라는 씨앗이 들어있다. 그런 잘못된 믿음은 아주 견고하고 조직화되어서 절대로 쉽게 바뀌지 않고, 또 끊임없이 의심이란 싹을 틔우게 된다. 그래서, 망상장애 치료는 정말 어려운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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