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장애, 그중 질투형 망상인 의처증(혹은 의부증)은 참 어려운 질환이다. 병을 치료하는 방법 중 가장 흔한 것이 발생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인 자체를 제거하기가 참 힘들다. 대개는 비가역적인 요인들이 많아서(퇴직 및 대인관계 축소, 건강악화, 기능저하 등) 그런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에 대한 시간과 노력이 엄청 필요한데, 정작 환우는 병식이 없어서 전혀 노력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가끔은 의처증이 있는 환우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도 하는데, 그들 또한 괴롭기는 마찬가지임에 틀림없다. 아니, 훨씬 더 괴로울지도 모르겠다. 자기 자신의 마음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끓어오르는데, 누구 하나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없고 모두가 자기는 틀렸다고 하니... 그보다 더한 지옥이 있겠는가? 마치, 이 지구 상에서 혼자 외톨이가 된 느낌에다가 모두가 자신을 손가락질하는 그런 비참함을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본인들이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이건 못할 짓이다!'라고 직업 얘기한 경우도 여러 번 들었다. 망상의 주체와 그 대상... 양쪽 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망상이라는 것은 단순한 생각이 아닌 흔히 잘못된 믿음으로 설명한다. 그만큼 생각이 쌓이고 쌓여 견고한 하나의 믿음이 된 것이다. 근데, 역사적으로도 자신의 믿음을 지키고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었을 만큼 믿음이라는 것은 강력하다. 어쩌면, 환우도 자신의 잘못된 믿음을 지키고자 목숨 걸고 아등바등 애를 쓰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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