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사람은 약 1만5000천년 정도 함께 지내왔다. 인류에게 길들여진 개는 역사적으로 쥐나 토끼를 잡는 사냥꾼으로서, 사유재산을 지키는 경비견으로서, 또는 용맹한 군견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는 소중한 친구로서의 역할 또한 감당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개를 단순히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일생 동안 함께하는 동반자라는 뜻에서 반려동물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흥미롭게도, 작년 네이처 사이언티픽 리포츠(Nature Scientific Reports) 저널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개와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우정관계를 넘어 우리의 건강까지 지켜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 국가 보건 서비스 시스템(National Health Services)에 가입된 약 350만명의 스웨덴 국민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는 2000년대 초부터 12년 동안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반려견 소유와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한 조사 결과, 반려견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나이, 교육 수준 그리고 사회경제적 지위와 같은 변수들을 감안하고도 반려견 소유자는 일생에서 심장마비를 겪을 확률이나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은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_픽셀


물론 이번 연구는 단순히 반려견 소유와 건강에 대한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를 나타낸 것이므로 연구결과에 대한 해석은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연구팀은 연구결과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첫째로 반려견과 함께 사는 것이 사회적 고립과 우울증에서 비롯되는 사회심리적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우울증이나 사회적 고립은 심혈관 질환하고도 연관이 있기에 충분히 가능성 있는 해석이다. 두 번째 해석은 나름 단순하다. 반려견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개를 산책시키고자 야외로 자주 나갈 것이며 결과적으로 신체적으로 더욱 활발하기 때문에 심혈관 질환으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테리어, 리트리버, 하운드와 같은 사냥개 품종(고로 야외 활동량이 많이 필요한 품종들)을 소유하는 것이 가장 낮은 심혈관 질환 발생 확률을 가졌다.

어쩌면 반려견의 존재는 국내에서 증가하는 1인 가구 추세와 그로 인해 빚어지는 사회적 고립감이나 우울증에 있어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반려견과 함께하는 것이 나에게 이롭다 해도 반려동물로 인한 이웃과의 갈등, 동물복지나 유기견 문제 등 사회적 차원의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나의 ‘동반자’ 선택은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다.

 

* 참고 

Dog ownership and the risk of cardiovascular disease and death – a nationwide cohort study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17-161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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