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는 음식은 우리의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끼친다. 보건복지부의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의 비만율은 2016년 기준으로 약 35%를 기록하고 있다. 성인 3명 중 1명은 비만인 것이다. 비만은 당뇨병이나 심혈관 질환 등 신체적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에 특히 서구화된 식습관이 현대인의 건강에 있어서 주요한 위험요인인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식습관의 변화로 인한 비만은 우리의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신건강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최근 국제 역학(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 저널에 게재된 논문은 비만이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영국에서 방대한 인구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 연구는 약 40,000명의 우울증 환자와 300,000명의 정상인을 비교 분석을 하였는데, 비만율로 대변되는 높은 체질량지수(BMI, 키와 체중의 비)는 우울증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강한 증거를 찾았다. 이렇듯 비만이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면 비만의 주된 원인인 특정 식습관 또한 우울증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사진_픽셀


호주 제임즈 쿡 대학의 Berger 박사와 그의 연구팀은 사람들의 식습관이 정신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오스트레일리아 대륙과 파푸아뉴기니 섬 사이에 토러스 해협이 존재하는데 이 해협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모여있다. 이들 섬들 중 연구팀은 와이벤(Waiben) 섬과 메르(Mer) 섬에 관심을 가졌는데 와이벤 섬은 인구는 약 1600명이지만 상업적으로 발달해서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많이 존재하는 반면, 메르 섬은 300 남짓한 인구에 패스트푸드 음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연구팀은 각 섬에서 약 100명씩, 총 206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식습관을 조사하고, 정신건강 상태를 측정했으며 마지막으로 그들의 혈액을 채취했다.

조사 결과 메르 섬 주민들은 해산물이 그들의 식단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과 패스트푸드 소비는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던 결과이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높은 우울증 증상을 보고한 사람들 중에서는 높은 비중으로 패스트푸드를 소비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우울 증상을 보고한 사람들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오메가6 지방산의 비율이 오메가3 지방산의 비율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우리의 신체는 오메가6 지방산과 오메가3 지방산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문제는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한 오메가3(등푸른 생선, 들기름 등)의 충분한 섭취가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오메가6(옥수수유 등)의 비율이 증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오메가6 지방산의 비율이 높은 서구화된 현대인의 식습관은 우울증 증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므로 두 지방산의 균형을 위한 오메가3의 섭취는 우울증의 완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가령, 2017년 일본에서 시행한 연구에서도 생선 소비를 통한 오메가3 섭취는 낮아진 우울증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물론 우울증은 여러 신체적, 사회적, 심리적인 요소들이 얽힌 복잡한 질병이기에 하나의 만능 해결책은 없을 것이다. 다만 특정한 음식이나 식습관에 따라 인간의 마음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영어 표현에 있는 ‘You are what you eat’라는(내가 먹는 것은 곧 내 자신을 이룬다) 말처럼 말이다.

 

* 참고

Being overweight likely to cause depression, even without health complications
https://www.exeter.ac.uk/news/research/title_691796_en.html

Cross-sectional association of seafood consumption, polyunsaturated fatty acids and depressive symptoms in two Torres Strait communities.
https://www.ncbi.nlm.nih.gov/pubmed/30073906

Dietary fish, n-3 polyunsaturated fatty acid consumption, and depression risk in Japan: a population-based prospective cohort study.
https://www.ncbi.nlm.nih.gov/pubmed/28949340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영양조사」
http://www.index.go.kr/unify/idx-info.do?idxCd=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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