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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일에도 짜증 가득, 분노조절장애?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11.25 08:37

[정신의학신문 :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커피를 마시는 일에도 짜증이 난다

45세 김 부장.

“선생님, 모든 일에 짜증이 나요. 전 이유가 없어요.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 짜증이 나기 시작해요. 오늘도 회사를 가야 하나. 내가 왜 회사를 가야 하지. 때려치울까. 이러면서 출근 준비를 해요. 출근하면 커피를 한 잔 마시거든요. 오늘은 커피를 마시는 일에도 짜증이 나는 거예요. 이건 아니다 싶어 왔어요. 저 좀 어떻게 해 주세요. 전 분노조절장애가 틀림없어요.”
 

사진_픽사베이


분노조절장애는 없다

누구에게 말하든 틀리기 어려운 말이 있습니다.

“당신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힘들군요.”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 하시네요.”

저를 찾는 사람 중 이 말에 반박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바로 ‘분노’에 관한 문제입니다.

“분노조절이 어려우시죠?”

대기 환자가 많을 때, 피해야 할 질문 중 하나입니다. 제가 이 말을 하기 무섭게 ‘분노조절’의 실패로 다른 사람과 다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상대가 배우자거나 이성친구면 이야기가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생각과 달리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에 ‘분노조절장애’는 없습니다. 분노조절장애와 가장 비슷한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은 ‘간헐적 폭발성 장애’입니다. 충동적으로 공격성을 보이는 환자를 위한 진단명이죠.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이 진단명을 자주 사용하진 않습니다. 분노조절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정말 많은데 왜 그럴까요? 이 진단명을 사용하기 위해선 다른 정신장애로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기 어려워야 합니다. 그러나 ‘분노조절’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들 상당수는 다른 진단명으로 더 잘 설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분노를 싫어하는가?

분노조절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를 자주 만나다 보니 ‘분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확실한 것은 저를 찾는 환자들은 ‘분노’ 자체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분노’를 꽤 좋아하고 있더군요. 네이버 뉴스 실시간 검색 상위권엔 항상 사람 이름이 있고 그중 상당수는 우리가 분노할 대상입니다. 실컷 욕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인 것이죠.

점심시간. 회사에서 동료와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습니다. 어제 대표님이 내가 조금 실수한 것을 가지고 과도하게 호통쳤다는 이야기를 동료에게 건넵니다. 직장동료는 자신도 그런 일을 당했다며 대표님에 대한 욕설을 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이들의 표정이 어떨까요? 직장동료와 상사에 대한 험담을 하며 화를 내는 것은 믹스 커피보다 달콤한 일입니다. 처음엔 열을 내며 말했겠지만, 서로 미소를 지으며 시원한 마음으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사진_픽셀


‘분노조절’보단 ‘행복한 삶’에 집중하는 것

가끔 오로지 ‘충동성’만 문제가 되는 환자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약물치료가 드라마틱하게 좋은 효과를 냅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환자들은 이 약물을 복용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충동성’ 문제가 아니거든요. 오히려 부작용만 심하게 나타날 뿐입니다.

2년 전, 분노조절의 어려움으로 찾아온 40대 남자 환자가 있었습니다. 퇴사 위기에 처한 환자였죠. 많은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지만, 증상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약물 때문에 업무 효율이 떨어지자 지적을 받는 일이 많아졌고 더 자주 주변 사람들과 다투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 환자와 한 작업은 이렇습니다. 일단 약물을 많이 줄이고 항우울제만 남겨 뒀습니다. 그리고 ‘분노조절’에 치료 초점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냥 내 삶에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 없을까 같이 이야기해보자고 했습니다. 재밌는 일이 있으면 주말에 아내와 함께 해보라고 했죠. 결과는 아주 좋았습니다.

분노조절이 어렵다 보니 ‘분노조절’에 대한 여러 가지 방법이 인터넷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 봐도 잘되지 않았다면 생각을 조금 바꿔 보는 것이 어떨까요? 분노를 다스리려고 하지 맙시다. 분노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관심을 돌려 그냥 행복한 삶에 에너지를 쏟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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