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선생님. 요즘 잠을 못 자겠어요. 잠이 오지 않을 때 먹을 수 있는 약 좀 주세요."

불면증이 오면 치료를 위해선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아직은 문턱이 다소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자주 가던 병원에 가서 수면제를 처방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몇 번 처방을 받아 약물을 복용하다 보면, 환자는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어, 약을 먹지 않으니 잠이 오지 않잖아.’
‘내가 너무 약에 의존하는 것은 아닐까?’
‘나 수면제 중독이면 어쩌지.’

필요할 경우 복용하는 약물로 수면제는 사실 위험할 수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수면제를 먹는 것이 좋을까’
‘11시네. 이 무렵에 수면제를 먹는 게 좋을까?’
‘게임 좀 했더니 새벽 1시잖아. 커피를 마셨더니 잠이 오지 않네. 지금 수면제를 먹으면 내일 잘 일어날 수 있을까?'
 

사진_픽셀


불면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할 경우 복용하는 수면제는 항상 선택을 강요합니다. 끊임없이 수면이란 주제로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죠. 오늘 먹어야 할지, 언제 먹어야 할지, 이 약물을 언제까지 복용해야 할지 등 셀 수 없이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어 놓습니다.

저는 수면제를 처방받아 간간이 먹고 있다가 불안해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이 3가지 사항에 대해서 꼭 이야기합니다.

1. 얼마든지 충분히 잘 수 있게 해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적은 약으로, 가능하면 단기간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므로 약물을 조절하는 기간이 필요합니다.

2. 필요시 먹는 수면제는 수면에 대한 불안을 높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의 생활패턴에 맞춰 매일 일정한 시간에 약물을 복용하고 침대에 몸을 눕히는 것이 좋습니다.

3. 만약 당신이 여러 가지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면 한 번에 모든 약물을 끊으면 안 됩니다. 그러니 ‘오늘부터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자야지.’라 마음먹고 약물을 중단하면 잠이 오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히려 불안해집니다. ‘내가 이제는 약이 없으면 안 되는구나.’라고 절망감만 들게 되는 것이죠.

약물을 점차적으로 줄여가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