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3천만명 이상이 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인 알츠하이머 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세계 보건기구는(WHO) 고령화되어가는 사회 탓에 2050년에는 전 세계 치매 환자 수가 1억 5천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치매는 환자와 보호자를 넘어 사회적으로도 높은 비용이 드는 시급한 문제이지만 현재까지 치매에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약물만 있을 뿐 치매의 실질적인 치료 방법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최근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신경생물학자 이츠하키(Itzhaki) 교수는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발표했다.
 

사진_픽사베이


헤르페스 바이러스와 치매의 관계

헤르페스 바이러스 1형은(HSV-1) 입술 주위에 생기는 작은 물집이나 궤양으로서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바이러스 감염이다. 대부분의 경우 헤르페스 증상은 며칠 지나면 자연히 없어지지만 바이러스 자체는 우리 몸속에 남아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다시 증상이 나타나 이따금 일상생활을 방해하기도 한다.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치매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이츠하키(Itzhaki) 교수가 1991년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건강한 고령자의 뇌 속에 헤르페스 바이러스 1형이 발견되었다는 사실로부터 탄생되었다. 이어서 1997년 연구에서는 APOE4라는 유전자를 보유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1형 감염자는 알츠하이머 병의 발병에 있어 주요 위험요소라는 것이 발견되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우리 몸속에서 잠복기를 거쳐 뇌에서 활성화될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받거나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또는 신체의 염증반응으로 인해 반복적으로 재발한다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바이러스가 활성화된다면 감염된 세포에 그 피해가 축적될 것이고 염증을 유발하게 된다. 알츠하이머는 뇌 속에 베타-아밀로이드(Aβ) 플라크와 타우(Tau) 단백질이 축적되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이츠하키 교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가(HSV-1) 이들 플라크와 단백질을 만들어낸다는 증거를 찾았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와 APOE4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유전자를 갖지 않고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이 안 된 사람들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은 1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APOE4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뇌에서 만들어내는 독성 물질들로 인해 치매가 발병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헤르페스 바이러스와 알츠하이머는 강하게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해 주지만 그렇다고 바이러스가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주장하는 건 아니다. 다만 실용적인 측면에서 Acyclovir와 같은 항-바이러스 약품은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아 베타-아밀로이드 및 타우 단백질이 축적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치매로의 진행을 억제하거나 나아가 예방까지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 참고

Corroboration of a Major Role for Herpes Simplex Virus Type 1 in Alzheimer’s Disease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nagi.2018.00324/full

Alzheimer’s disease: mounting evidence that herpes virus is a cause
https://theconversation.com/alzheimers-disease-mounting-evidence-that-herpes-virus-is-a-cause-104943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