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알록달록한 단풍이 지는 계절이 왔다. 파랗고 높은 가을 하늘과 붉게 물들어가는 나무들을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꼭 가을 때문은 아니더라도 우리는 집 근처 공원을 천천히 걸을 때, 해변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때, 산을 오를 때 다양한 긍정적인 감정을 체험한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 따르면 자연에 대한 노출과 건강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데, 고혈압 환자들의 혈압을 낮추고, 수술 후 빠른 회복을 돕는 한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를(ADHD) 완화해주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공원 산책과 같이 자연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더 건강해질 수 있을까?
 

사진_픽셀


렙키(Repke)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자연에 대한 노출이 우리의 충동적인 의사결정 성향을 낮추어 주기 때문에 우리의 건강이 향상된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제시했다. 충동적인 의사결정은 나중에 있을 더 큰 보상보다 작지만 즉각적인 보상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충동적인 의사결정은 한 달 후 5만원을 받는 것보다 지금 1만원을 받는 것을 선호하는 행동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건강과 관련해서 충동적 성향은 흡연, 비만, 알코올 섭취, 운동 횟수 그리고 수명을 예측하는 변수로 알려져 있다. 더 나아가 미국에서는 조기사망과 만성질환은 부분적으로 충동적인 의사결정 성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에 도움이 되고 장기적으로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돕는데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충동적인 의사결정 성향을 최대한 줄이는 것일 것이다.

연구팀은 먼저 다양한 배경을 가진 609명의 미국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사람들이 공원 근처나 자연보호구역에 가까이 거주할수록, 그리고 산책이나 등산 등 외부로의 활동이 잦을수록 낮은 충동성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낮은 충동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더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참가자들의 교육 수준이나 소득 수준을 감안했을 때에도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어서 실험을 통해 어떻게 자연에 대한 노출이 충동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연구팀은 69명의 실험 참가자들을 모집한 후에 그들에게 컴퓨터 스크린을 통해 자연 사진과 도시 사진 중 하나를 무작위적으로 보여준 후 그들의 충동적 의사결정을 측정할 수 있는 작업을 수행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자연 사진을 본 참가자들은 도시 사진을 본 참가자들보다 확장된 공간 지각을 가졌는데 이는 단순히 참가자들이 눈을 감고 사진 속에 자신이 있다고 상상하도록 지시하고 그들이 느낀 공간의 주관적인 크기를 수치화한 것이다.

 

이번 연구의 의의는 자연과의 접촉과 건강의 관계에 대한 과거의 연구를 넘어 어떠한 심리적인 기작이 작용하는지 살펴보았는지에 대해 있다. 자연에 대한 노출이 사람들로 하여금 확장된 공간 지각을 가지도록 하고, 이어서 확장된 공간 지각은 사람들을 덜 충동적으로 만든다. 그리고 낮은 충동적 성향은 우리가 미래의 더 나은 보상을 위해 현재의 쾌락에 맞서는 것과 관련이 있기에, 우리가 야밤에 야식이 먹고 싶을 때면 가까운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보자.

 

* 참고 
How does nature exposure make people healthier?Evidence for the role of impulsivity and expanded space perception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20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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